“은행 가려고 반차 써요”…은행 영업시간,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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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가려고 반차 써요”…은행 영업시간, 앞으로 어떻게 바뀔까요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1.19 16: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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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중은행, 영업시간 다양화 ‘탄력점포’ 확대
코로나19 단축영업, 정상화 궤도 수순 밟아
노조, 중식시간 동시사용 등 휴식 확보해야
고객서비스 제고 vs. 직원 근무질 향상 충돌
영업시간 변화…은행권 장기과제로 남을 듯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왼쪽)이 지난 5일 오후 은행 탄력점포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주현 금융위원장(사진 왼쪽)이 지난 5일 오후 은행 탄력점포 현장 점검을 위해 서울 중구 KB국민은행 남대문종합금융센터를 방문, 이재근 국민은행장과 대화하고 있다. ⓒ연합뉴스

코로나19 사태를 계기로 은행 영업시간이 1시간 단축 운영되면서, 관련 업무를 보기 위해 영업점을 찾는 고객들의 불편이 커졌죠. 기존 오전 9시~오후 4시에서 앞뒤로 30분씩 짧아지면서 오전 9시 30분~오후 3시 30분으로 단축됐으니까요.

“은행 업무를 보려고 반차를 썼다”는 불편과 불만이 나오기도 했고요. 최근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 해제가 오는 30일로 확정되면서, 단축영업 정상화 논의가 탄력을 받아 조만간 기존대로 복원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다만, 정상화와 별개로 여전히 직장인들이 영업점을 방문하기에는 시간적 애로사항이 많죠.

현재 은행권의 영업시간 방향은 크게 두 가지 틀에서 논의되고 있습니다. 고객을 위한 영업시간 다변화와 직원을 위한 휴식시간 보장이죠.

먼저, 영업시간 다변화는 현재도 활발하게 진행 중입니다. 리딩뱅크 자리를 두고 경쟁을 하는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도 다양한 영업시간대 점포를 선보이고 있죠.

KB국민은행은 ‘9to6 bank’를 전략적으로 확대하고 있죠.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영업시간을 기존 오후 4시에서 오후 6시까지 대폭 확대한 은행을 말합니다. 코로나19로 ‘9to6 bank’ 역시 앞뒤 30분씩 단축영업을 하고 있지만, 영업시간 정상화가 되면 직장인의 경우 퇴근시간대에 은행을 방문해 관련 금융업무를 처리할 수 있죠.

신한은행은 오후 8시까지 또는 토요일에도 은행 업무를 처리할 수 있는 ‘이브닝플러스’ 영업점을 선보였습니다. 신한은행의 이브닝플러스는 디지털영업점의 한 형태라고 할 수 있습니다. 기존 영업시간인 오후 4시(단축영업 기준 오후 3시 30분)까지는 대면 창구와 디지털라운지를 병행하고, 이후에는 디지털데스크를 통해서 은행 업무(일부 업무 제외) 처리가 가능하죠.

하나은행과 우리은행은 외국인을 대상으로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외국인 특화점포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은행마다 이름은 다르지만, 영업시간이 기존과 다른 점포 운영형태를 가리켜 ‘탄력점포’라고 부릅니다. 은행별 탄력점포는 각 은행 또는 전국은행연합회 홈페이지에서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고객을 위한 영업시간 변화와 함께 은행직원(일선 행원)을 위한 변화 또한 요구되고 있습니다.

‘중식시간 동시사용’이 대표적이죠.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 주축이 돼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고 있죠. 노조가 2017년 일선 행원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휴게시간 1시간 사용비율은 26%에 불과했습니다. 1일 1시간 휴게시간 보장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말입니다.

현재 은행의 경우 교대 식사를 원칙으로 하고 있습니다. 점심시간대에 영업점을 방문한 경우 업무 처리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된 경험이 있을 겁니다. 식사를 위해 행원들이 교대로 근무하면서 인력 공백이 발생하는 것이죠. 특히 인력이 적은 소형 점포일수록 이 같은 정체 현상이 심할 수 밖에 없죠. 정체를 해소하려면, 행원이 점심을 빨리 먹고 복귀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눈치를 봐야한다는 말이죠.

이에 노조는 중식시간 동시사용을 통해 직원 휴식시간을 보장하는 방안을 수립했습니다. 중식시간 1시간은 쉴 수 있도록 하자는 거죠. 대신, 지점별로 중식시간을 달리해 아예 금융업무가 마비되는 건 피하도록 했습니다.

노조는 중식시간 동시사용 요구안에 대해 각 사업장별, 지역별로 특성을 고려해 인근 영업점과 겹치지 않게 지점별로 중식시간을 정하고, 운영현황을 은행 홈페이지 및 지점 내 공지를 통해 소비자들이 방문 전에 알 수 있도록 해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다고 말합니다.

문제는 고객을 위한 영업시간 변화가 ‘영업시간 확대’를, 직원을 위한 변화는 ‘영업시간 축소’를 각각 지향하고 있다는 점에서 추구하는 가치가 상충된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중식시간 동시사용은 현재로선 본격적인 도입이 이뤄지지 않고 있습니다. 아직은 고객 서비스 제고가 우선되고 있다는 말입니다.

실제로 KB국민은행의 경우 중식시간 동시사용을 일부 점포(소형 출장소)에 도입하긴 했지만, 시범 운영에 가까습니다. KB국민은행에 따르면 중식시간 동시사용은 군부대 등에 입점해 있으며 전체 직원이 두 명인 소형 출장소 9곳에 한정해 시행합니다. 해당 영업점은 교대 근무 시 직원 1명만 남게돼 보안, 경비상의 이유로 직원들의 중식시간 동시사용이 불가피한 곳이라는 설명이죠. 한 마디로 요약하면, 극히 제한적인 상황에서 극소수 소형 점포를 대상으로만 적용하겠다는 말이죠. 

다만, 금융노조가 휴게시간 보장을 요구하는 상황에서 중식시간 동시사용 제도 도입 논의는 당장은 아니더라도 향후 전 은행권의 주요 과제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습니다.

은행권에서도 중식시간 동시사용 도입 등은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습니다. 비대면 채널 강화, 디지털데스크 가능업무 범위 확대, 중식시간 동시사용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 여론 형성 등이 선결돼야 본격적인 도입 논의가 가능하다는 입장이죠.

이에 따라 마스크 실내 착용 의무해제로 단축영업이 정상화 궤도에 올랐지만, 고객 서비스 만족과 직원 근무환경 개선이라는 가치 충돌에 따른 은행 영업시간을 둘러싼 논쟁은 앞으로도 계속되겠죠.

지점별 영업시간이 다양해지지만, 점심시간에는 잠시 문을 닫는 은행. 여러분의 생각은 어떤가요?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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