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좌대출이자율, 高금리에도 低금리에도 ‘말썽’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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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좌대출이자율, 高금리에도 低금리에도 ‘말썽’ [기자수첩]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1.25 16: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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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우리 세법에는 '당좌대출이자율'이라는 개념이 있다. 법으로 정해져 있어 흔히 법정이자율이라 일컫는다. 법인세법상 당좌대출이자율은 조세 부담을 부당하게 감소시키는 것을 막기 위해, 특히 금전이나 용역 등을 시가보다 낮은 이율·요율로 제공하는 걸 막기 위해 마련됐다. 회사 대표, 임원 등 특수관계자들이 시중금리보다 저렴한 이자로 회삿돈을 빌려 사적으로 유용하거나, 시중금리보다 비싼 이자로 회사에 돈을 빌려줘 이자놀이를 하는 걸 방지하는 것이다. 또한 같은 모그룹 계열사·자회사간 금전·자산을 사회통념상 부당하게 또는 조세를 회피하려고 거래하는 걸 사전에 차단하는 역할도 한다. 이 같은 목적 때문에 당좌대출이자율은 통상적으로 시중금리보다 높게 설정된다. 당좌대출이자율은 기획재정부령과 법인세법 시행규칙 제43조에서 규정하고 있는데, 2012년 8.5%에서 6.9%로 조정됐으며, 2016년 다시 4.6%로 인하됐다. 이후 5년 넘게 4.6%로 유지되고 있다.

문제는 시중금리와는 달리 아무런 공개된 기준이나 변동성 없이 기획재정부가 정하는 수준대로, 법이 바뀌는 수준대로 이자율이 고정되다 보니, 기준금리가 급등·급락했을 때 곳곳에서 부작용이 발생하고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는 데에 있다. 실제로 2020년 초저금리(한국은행 기준금리 0.5%) 시대에 접어들자 재계에선 당좌대출이자율을 하향 조정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진 바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어려움을 겪으면서 경영진이 회사에서 돈을 빌려 경영활동에 사용하거나, 계열사·자회사간 금전 거래로 사업 자금을 조달하는 경우가 늘었는데 당좌대출이자율이 시중금리 대비 과도하게 높아 부담이 크다는 논리였다. 

요즘 같은 고금리 시대엔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실적, 재무구조, 신용도 등을 감안했을 때 금융권이나 투자자들로부터 결코 4.6% 수준 금리에 자금을 차입할 수 없는 업체들이 계열사·자회사로부터 당좌대출이자율 4.6%로 돈을 빌리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는 것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미국발(發) 금리 인상이 본격화된 지난해 3분기부터 올해 1월 현재(25일)까지 '특수관계인으로부터자금차입' 건으로 공시된 보고서 수는 664건으로 나타났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약 20% 증가한 수치로, 2020년 전체 건수(676건)에 육박한다. 이 기간 특수관계인으로부터 자금을 대여한 업체들을 살펴보면 대방건설그룹, 중흥건설그룹, 보성그룹, 호반건설그룹 등 최근 PF(프로젝트 파이낸싱)대출 리스크와 부동산 경기 침체로 유동성이 경고등이 켜진 건설업 영위 기업 소속 집단들이 대부분이다. 특히 대방건설그룹의 경우 약 200건에 달하는 특수관계인으로부터자금차입 보고서를 공시했다. 전체의 3분의 1(1/3)에 이르는 것이다. 이들의 금전 대여 거래상 금리는 거의 당좌대출이자율인 4.6%로 나타났다.

저금리엔 경영활동의 현실과 괴리가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반대로 고금리엔 시장경제 체제에서 불공정하다고 볼 여지가 상당한 거래들이 횡행하고 있는 것이다.

고금리에도, 저금리에도 말썽인 당좌대출이자율, 손질할 때가 됐다는 생각이다. 일례로 당좌대출이자율이 마련된 목적을 고려해 법에선 4~5%대 수준으로 기본적으로 규정하되, 기준금리나 코픽스 등 시중 잣대로 플러스(+) 또는 마이너스(-)를 반영하게끔 하는 것이다. 당좌대출이자율에 최소한의 변동성을 심어주자는 것이다. 변동성을 주는 게 더 큰 혼란을 초래할 것으로 분석된다면 매년 세법 개정 시 당좌대출이자율을 필수적으로 조정하는 방법도 나쁘지 않아 보인다. 금리가 요동치는 시대다. 기획재정부, 국세청, 국회 등이 적극적으로 나서주길 바란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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