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사비 물가연동 요구하던 건설사들, 하청업체엔 갑질 횡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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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사비 물가연동 요구하던 건설사들, 하청업체엔 갑질 횡포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1.26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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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자 민간공사 계약금에 물가상승률을 반영해야 한다고 요구하던 국내 건설사들이 정작 하청업체에는 물가 상승에 따라 증액된 하도급대금을 제대로 지급하지 않는 등 갑질을 부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 온라인사건처리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8일 태영건설은 물가 상승으로 인한 변경도급계약으로 증액받은 하도급대금(약 20여만 원)을 하청업체에 미지급하고, 지연이자(약 3만5000원)도 지급하지 않아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았다. 이에 앞서 지난 9일 대아건설도 이와 같은 불공정하도급거래행위를 저질러 경고 조치를 받았다. 또한 지난 연말 공정위는 하청업체와 하도급계약을 체결하는 과정에서 설계변경 등에 따른 하도급대금을 조정하지 않고 안전관리 문제에 대한 민형사상 책임까지 떠넘긴 금호건설 등에 각각 경고 조치를 내렸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갑질 횡포는 그간 자신들이 보인 행보와 배치되는 행태다. 지난해 8월 한국건설경영협회, 한국주택협회, 한국건설기술인협회, 해외건설협회 등 건설사 단체들은 '건설산업 및 기업의 활력 제고 방안' 토론회를 개최하고 민간공사에도 공공공사처럼 물가변동으로 인한 공사비 조정이 이뤄지게끔 관련 제도가 개선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공정위로부터 경고 조치를 받은 태영건설, 금호건설 등은 이 행사를 주최한 한국건설경영협회 회원사다.

이에 앞서 같은 해 5월 전국건설기업노동조합은 서울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민간공사 불공정 계약 관행 개선을 위한 기자회견'을 열고 "민간 발주공사는 대개 공사도급계약서에 물가 상승으로 인한 계약금액 조정 조항이 없거나, 심지어 배제하는 특약이 존재해 물가 인상에 대해 보호받지 못하고 있다"며 "건설자재 가격 폭등을 외면한 물가변동 배제특약이 포함된 민간공사 불공정 계약을 시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소득도 얻었다. 국토교통부가 2022년 9월 제3회 국토교통규제개혁위원회를 열고 기존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 계약금 조정을 위한 물가변동 적용 방식으로 지수조정률을 추가키로 한 것이다. 민간공사 계약금이 물가지수와 연동해 조정될 수 있는 여지가 생긴 셈이다.

그럼에도 일부 건설사들은 협력업체들에게 물가 연동으로 증액된 하도급대금을 제때 제대로 주지 않는, 앞뒤가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건설사들의 이 같은 행태는 일찍이 예견돼 왔다. 지난해 건설기업노조가 물가변동 배제특약 관련 기자회견을 열 당시 한 대형 건설사 협력사 대표는 "신문 기사를 보고 비웃음부터 나왔다. 물가 올라도 금액 변경은 안 된다고 갑질을 할 때는 언제고, 저런 주장을 펼치고 있으니 말이다. 이런 걸 보고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것"이라고 지적한 바 있다.

또 다른 협력업체 관계자도 "우리가 항변을 하면 법대로 하라, 공정위에 신고하라고 핀잔을 주기 일쑤였다. 이제 본인들이 어려우니까 민사로 풀지 않게 정부에서 나서달라고 한다. 혀를 끌끌 찰 수밖에 없는 광경"이라고 꼬집었다(관련기사: 건설업계 ‘물가변동 배제특약’ 지적에…하청업체는 ‘비웃는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39331).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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