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립준비청년 ‘의료 사각지대’…건강해야 투표도, 공부도, 사랑도 [의료사각지대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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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립준비청년 ‘의료 사각지대’…건강해야 투표도, 공부도, 사랑도 [의료사각지대③]
  • 유채리 기자
  • 승인 2023.01.30 17: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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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 맞춤형 정책 마련해야
의료 정보 서비스 구축 필요
사회 인식 변화 역시 이뤄져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의료급여 등 의료 정책 있지만, 사각지대가 있다. 지역별로 필요로 하는 의료 수요도 다를 수 있다. 사회인식 변화도 함께 이뤄져야 한다. 건강해야 투표도, 공부도, 사랑도 할 수 있다. ⓒ 시사오늘 유채리

자립준비청년 의료 사각지대…‘건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전반적으로 의료 정책이 확대될 필요도 있다. 자립준비청년이 의료비 지원을 받을 수 있는 경우는 △기초수급자로 의료급여 혜택 △취업해 직장 가입자로 건강보험 혜택을 받으며 의료급여 2종 수준의 지원을 받거나 △부모의 건강보험 피부양자로 들어가는 경우가 있다.

이 같은 경우를 제외하고는 의료 지원의 사각지대에 머무르게 된다. △기초수급제도나 건강보험제도에 대해 잘 알지 못하는 경우 △부양의무자가 있어 기초수급대상이 아닌 경우 △직장이 없거나 일용직 등 불안정한 고용형태로 건강보험이 체납된 경우 △거주지가 고정적이지 않은 경우 등이 이에 해당할 수 있다. 자립준비청년을 대상으로 보다 폭넓은 의료정책이 필요한 이유다.

건강보험 국고지원 법적 근거가 조속히 마련돼야 한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해 12월 말, 건강보험 재정의 약 20%를 국고로 지원할 수 있는 법적 근거의 일몰이 연장되지 못했다. 이로 인해 내년도 건강보험 지원에 대한 국고 예산이 약 11조 원 규모로 책정됐음에도 당분간 제도적 지원에 공백이 생길 것으로 보인다.

용혜인 의원은 “건강보험 같은 경우, 기본 사회안전망이다. (국고지원이) 일몰되면서 소득이 불안정한 이들이 타격을 크게 받게 된다. 사각지대 해소가 요원하기 때문에 안정적인 국고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건강보험공단에 국고지원이 이뤄지면 취약계층에게 보험료 지원 등 간접적 보완책이 증가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의료 지원 정책을 수립할 때, 기준을 서울이나 수도권에 두지 않고 전체 지역을 조사해 정책을 마련할 필요도 있다. 지역에 따라 기반시설 등에서 차이가 있을 수 있기 때문이다. 주로 취재가 이뤄진 서울 등 수도권의 경우,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의료 인력도 많고 이는 의료지원 연계의 활성화로 이뤄지고 있었다. 그러나 지방은 종합병원이 없는 곳도 있고 의료 인력도 부족하다. 민간 기업과의 연계도 어려울 수 있다.

또 해당 지역에 중점적으로 필요한 지원에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유태규 남서울대학교 노인복지학과 교수의 ‘국내 보호종료아동 보건복지 지원실태 분석-천안시 사례를 중심으로’ 논문에 따르면 전국 보호종료아동 1순위 질환은 내과(32.4%)였지만, 천안시 보호종료아동의 1순위 질환은 치과(25.7%)로 나타났다.

기본적인 자립의 토대가 되는 자립정착금에도 시도별 차이가 크다. 보건복지부가 강선우 의원실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서울의 경우, 최대 1500만 원인데 반해 부산 700만 원, 제주 500만 원 등 격차가 컸다.

정부는 지난해 11월 17일 자립정착금 지급액을 2022년 800만 원에서 2023년 1000만 원으로 인상할 것을 지자체에 권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의무가 아닌 권고이기 때문에 이 같은 차이는 계속 생겨날 수 있다. 의료 지원 역시 지자체에 따라 인프라와 예산 차이가 있기 때문에 정부 차원에서 어디서든 똑같은 복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의료 안전망을 확충해 줄 필요가 있어 보인다.

‘자립정보 ON’의 이미지. 기본적인 정책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 ‘자립정보 ON’ 화면 갈무리
‘자립정보 ON’의 이미지. 기본적인 정책에 대한 설명이 적혀있다. ⓒ ‘자립정보 ON’ 화면 갈무리

다양한 의료적 정보를 받을 수 있는 상담 서비스 구축도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부의 ‘온라인 청년센터’와 ‘자립정보 ON’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자립과 관련한 정책 정보를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정책 안내에 그쳐 사소한 질문 등을 물어보기 어렵다. 한 자립준비청년 당사자는 “모르는 거 있을 때, 지식인을 많이 이용한다. 많은 정보가 들어있고 등급이 높은 사람은 전문가이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물론 해당 검색엔진에서 전문성을 가지고 있거나 공인 자격 등을 취득하고 답변을 다는 이들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전문성이 아닌 ‘답변을 얼마나 열심히, 꾸준히 했는지, 해당 답변의 채택률이 어떠한지’로 답변자 등급이 결정된다. 전문성이 중요한 의료적 부분에서 정확하지 않은 정보를 습득할 가능성이 있다.

설문에 응답한 4명 중 의료·보건·건강과 관련해 필요한 정보를 시설 선생님이나 선배 등 주변 지인이나 지방자치단체 등 담당 공무원에게 찾는다고 답한 이는 한 명도 없었다. 이들은 유튜브나 SNS 등을 이용해 정보를 찾는다고 한다. 이 역시 정확하지 않은 정보에 노출될 가능성이 크다. 정익중 이화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논문에서 자립준비청년이 일상생활에서 소외되지 않도록 지원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24시간 전화상담서비스 핫라인 구축을 제안했다.

사회 인식 변화 역시 함께 이뤄져야 한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기본적 안전망 구축이 당연함에도 이를 불편하게 보는 시선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자립준비청년이 마땅히 요구해야 하고 받아야 할 지원에 있어서 위축되게 만들 수 있다.

F씨는 선천적으로 소아당뇨가 있다. 병원 사회사업실과 연계돼 인슐린 주사를 성인이 돼서도 꾸준히 맞고 있는데 한 병원 관계자가 “(성인이 됐으니) 너가 벌어서 내야 하는 거 아니냐”라는 말을 했다고 한다. 자립준비청년을 위한 사회적 안전망이 보다 두터워지고 또 이들이 주저하지 않고 지원을 받을 수 있으려면 인식 변화가 필수적이다.

사실 자립준비청년에게만 금융이 어렵고 보험이 어려운 것은 아니다. 자립준비청년이 아닌 모든 청년이 건강하고 충분한 의료적 혜택을 받는다고 말하기도 어렵다. 신선 캠페이너 역시 “자립준비청년이라고 해서 (특별히 여러 분야에서) 어려움이 있다고 비쳐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청년이라 어려운데 (그 중에 자립준비청년은) 어른이 없고 시설 안에 있다 보니 생기는 한계들이 있다”고 말했다.

모든 청년은 매순간 한걸음씩 자립해 가고 있다. 완벽한 자립의 순간이 온다고 확신할 수도 없다. 모두에게 어렵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땅히 있어야 할 사회적 안전망의 빈 구멍들, 그로 인해 생기는 격차와 불평등 등은 개선돼야 할 것이다.

<아픔이 길이 되려면>의 저자 김승섭 교수가 말했듯이 건강해야 공부할 수 있고 투표할 수 있고 일할 수 있고 사랑할 수 있다.

건강은 누구에게나 평등해야 한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보험·저축은행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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