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영업시간 둘러싼 프레임 전쟁…“비정상의 정상화” “합의 일방적 위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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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영업시간 둘러싼 프레임 전쟁…“비정상의 정상화” “합의 일방적 위반”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1.31 15:1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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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당국-금융사용자, 은행고객 불편 해소 기대
노조, 자율적 영업시간 제안했지만 결국 불발돼
근무시간 유연화 등 장기과제 협상 카드 사라져
노조 “조만간 경찰 고소 등 진행” 강경대응 입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 30일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와 관련해 금융노조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노사 합의를 일방적으로 위반했다며 경찰 고소 등 향후 계획을 밝히고 있다. ⓒ사진제공 =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1시간 단축 운영되던 은행 영업시간이 지난 30일부터 기존 시간대로 돌아갔다.

이날부터 실내 마스크 착용 의무가 해제되면서 단축영업 정상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진 영향이었다. 그러나 금융노조를 중심으로 볼멘 소리가 나오고 있다. 노사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은행 영업시간을 되돌렸다는 이유에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한 노사 간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은행권 사측을 대표하는 금융산업사용자협의회는 지난 25일 각 회원사(은행)에 공문을 보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30일부터 시행한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소비자 불편 해소가 우선이라는 판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당국 역시 사측과 입장이 같다. 선후관계를 명확하게 따지자면, 금융당국의 입장을 사측이 따르는 셈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이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먼저 언급한 뒤 지난 25일 노사 협상 자리에서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가 본격적으로 다뤄졌기 때문이다.

이를 두고 노동자를 대변하는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이하 금융노조)은 은행 영업시간 정상화를 금융소비자를 위해서라고 포장하지만 실체는 정치 논리이자 당국 눈치보기라고 비판하고 있다.

노조가 특히나 우려하는 부분은 노사 간 협의 과정이 요식행위로 전락할 수 있다는 점이다.

당초 은행 영업시간 단축은 노사간 합의를 통해 이뤄졌다. 이 때문에 코로나19가 소강 상태를 보일 때마다 정상화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지진 못했다.

당시 노사 간 협의 과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코로나19가 장기화되면서 단축 영업시간이 길어지자 정상화 시점에 대해서는 묵시적으로 ‘마스크 실내 착용 의무 해제 시’로 합의가 이뤄졌다.

하지만 단축영업처럼 정상화도 노사 합의 사항이라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금융사용자 측이 영업시간 정상화를 일방적으로 추진한 것은 명백한 노사합의 위반이라는 것이다.

이처럼 노사 갈등이 불거진 건 노조와 사측이 애당초 영업시간 정상화를 바라보는 시점이 달랐기 때문이다. 

노조의 경우 영업시간 정상화를 당연한 수순이라고 보지 않았던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로 노조는 영업시간 정상화에 대해 오전 9시 30분~오후 4시 영업(30분 단축), 은행별·점포별 자율적인 영업시간 설정 등 대안을 제시했다.

장기적으로 근로시간 유연화와 주 4.5일 근무제, 합리적 영업시간 운영방안 등을 추진하는 노조 입장에서 단축영업은 하나의 협상 카드였다. 한시적 단축영업이 아니라 단계적으로 근무시간 유연화 등과 연계하려는 전략이었던 셈이다.

반면, 사측은 영업시간 복원은 타협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노조가 제시한 대안을 모두 거절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금융당국도 정상화에 힘을 실어주면서 노조와 합의없이 정상화에 시동을 걸 기반도 이미 마련된 상황이었다.

한편, 노조는 경찰 고소 등 강경대응과 아울러 은행 영업시간 운영방안에 대한 대화를 지속할 계획이다.

또한 금융당국의 잇따른 영업시간 등 개입성 발언에 대해서도 반발했다. 박홍배 노조위원장은 성명을 통해 “노사합의를 무시했고, 금융노동자와 국민을 편 갈랐다”면서 “반헌법적이고 비상식적이며 다분히 정치적”이라고 비판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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