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차만 남았다’…수입 디젤차 ‘한 자릿수’ 점유율의 의미 [장대한의 데:자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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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차만 남았다’…수입 디젤차 ‘한 자릿수’ 점유율의 의미 [장대한의 데:자보]
  • 장대한 기자
  • 승인 2023.02.06 15: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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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젤차, 폭발적 성장 뒤 ‘디젤게이트’로 급격한 쇠퇴기 맞아
수입차 10대 중 1대도 못 미쳐…할인 프로모션으로 버틴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장대한 기자]

데이터는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기자가 활동하는 자동차 시장에서도 통계를 이해하면 좁게는 각 차급별, 모델별 고객 수요와 니즈를, 넓게는 시장 트렌드 동향까지 파악할 수 있다. [데:자보] 코너는 이 같은 맥락에서 기획됐다. 데자보는 '이터로 동차시장 기' 줄임말이다. 자동차 시장의 유의미한 데이터를 찾아, 흥미로운 사실들을 짚어내고자 한다. 〈편집자주〉

지난 1월 수입차 시장 내 디젤 판매 비중은 8.1%에 그쳤다. 1월 실적 기준으로 17년 만에 10%선 붕괴를 맞았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지난 1월 수입차 시장 내 디젤 판매 비중은 8.1%에 그쳤다. 1월 실적 기준으로 17년 만에 10%선 붕괴를 맞았다. ⓒ 시사오늘 장대한 기자

수입 디젤차 시장이 완전한 쇠퇴기를 맞았다. 새해 첫달부터 수입차 시장 내 디젤 판매 비중이 10% 밑으로 떨어진 것. 매력이 없어진 디젤차 시장엔 기존 강자로 군림했던 독일차들만이 남은 상황이다. 다만 독일차 브랜드들마저 전동화 움직임에 속도를 내는 만큼, 디젤차 시장은 할인·재고 떨이를 통한 막바지 수요잡기로 명맥을 이을 전망이다.

6일 한국수입자동차협회 데이터에 따르면, 지난 1월 디젤차 판매량은 전년 동월 대비 56.8% 급감한 1316대를 기록했다. 판매 비중도 9.4%p 줄어든 8.1% 수준에 그치며, 점유율 10%선을 하회했다. 

디젤 비중이 10%를 넘지 못했던 것은 1월 실적 기준으로 17년 만의 일이자, 연간 기준으론 18년 만의 일이다. 앞서 디젤차는 시장 성장기에 놓였던 2007년 1월 15.3%의 비중을 차지하며, 첫 10% 고지를 밟은 바 있다. 연간 실적에선 이보다 빠른 2006년 10.7%를 기록하기도 했다.

이후 지속적인 성장세에 힘입어 가솔린마저 넘고 시장 주역 자리를 꿰차기도 했지만, 일부 브랜드들의 디젤게이트 논란으로 인해 2016년 이후론 하락 전환했다. 최근 4년 새엔 디젤차 판매 비중 앞 자릿 수가 매년 바뀔 정도로 하락세가 가팔라졌고, 결국 올해는 10%를 넘지 못하는 '찬밥' 신세로까지 전락했다.

지난 1월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1316대로, 전년 동월 대비 56.8% 급감했다. 판매 비중도 9.4%p 줄어든 8.1% 수준에 그치며, 점유율 10%선을 하회했다.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 갈무리
지난 1월 수입 디젤차 판매량은 1316대로, 전년 동월 대비 56.8% 급감했다. 판매 비중도 9.4%p 줄어든 8.1% 수준에 그치며, 점유율 10%선을 하회했다. ⓒ 한국수입자동차협회 자료 갈무리

특히 새해 첫 성적표를 통해 여실히 드러난 디젤차 판매 부진은 전기차 보조금 미확정에 따른 출고지연 등으로 친환경 바람이 거세지 않았음에도 벌어진 결과라는 점에서 위기감을 부추긴다. 고객 수요가 당장 구매 가능한 전기차가 없더라도, 가솔린이나 하이브리드 선택지 안에서만 움직이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또한 수입 디젤차 시장이 어려움을 겪을수록, 독일차 일변도의 환경이 강화되고 있음은 눈길을 끈다. 수요가 몰리고 돈이 되는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는 반가운 일이지만, 부진한 시장에서의 영향력 강화는 독일차에게도 달가울리 없다. 매력도가 낮아진 해당 시장에 다양한 선택지가 사라지고, 디젤 강국으로 군림했던 독일차만이 남아 시장을 지키고 있음을 방증한다.

실제로 수입 디젤차 시장 규모는 지난 2021년 3만9048대에서 2022년 3만3091대로 15.3% 줄었다. 그새 독일 디젤차 점유율은 86.9%에서 94.5%로까지 치솟았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 디젤차 중 거의 대부분을 독일 브랜드가 판매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때문에 독일차는 수입 디젤차 시장의 마지막 황혼기를 함께 장식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디젤게이트 자행으로 시장 쇠퇴를 촉발하긴 했으나, 여전히 디젤 파워트레인에 대한 기술력과 자부심을 바탕으로 판매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판매된 수입 디젤차 63종 중 42종이 독일차였던 것으로 확인된다. 대표 모델로는 벤츠 S 400d 4MATIC(3017대), 티구안 2.0 TDI(2882대) 등이 있다.

수입 디젤차 시장 대표 모델로 꼽히는 티구안 2.0 TDI의 모습. ⓒ 폭스바겐코리아
수입 디젤차 시장 대표 모델로 꼽히는 티구안 2.0 TDI의 모습. ⓒ 폭스바겐코리아

독일차 브랜드들 스스로도 전동화 전환 추세 분위기 속 디젤차의 경쟁력은 아직 유효하다는 입장을 보인다. 대표적인 게 폭스바겐이다. 사샤 아스키지안 폭스바겐코리아 사장은 지난해 11월 신차 출시 행사 자리에서 "디젤 수요가 줄어들고는 있지만, 완전한 EV 시대가 도래하기 전까진 디젤 경쟁력을 안고갈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다만 최근 들어 독일차 브랜드들이 디젤차에 대한 소비자 관심 유도와 환기를 위해 큰 폭의 할인과 재고 처리 등에 혈안을 올리는 점은 자칫 브랜드 이미지에 부담을 안길 수 있다는 지적을 야기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부 브랜드들이 국내에서조차 디젤차 수요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음에도, 글로벌 재고 물량을 지속 들여와 떠넘기는 인상을 풍기고 있다"며 "당장 싸게 살 수 있다는 메리트에 주목하는 소비자도 물론 있겠지만, 대부분이 경유값 부담과 환경 규제 등을 감안해 디젤차를 멀리한다. 브랜드 입장에서의 실적 쌓기식 디젤차 할인은 전동화나 온라인 판매 전환 등 새로운 사업 전략에도 반할 수 있어, 고민을 안긴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자동차, 항공, 철강을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대로 생각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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