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과 상식 그리고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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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과 상식 그리고 국민의힘 전당대회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2.06 18:2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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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경원 주저앉히고 안철수 연일 비판…삼권분립 헌법정신·공정한 경쟁 어디로 갔나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 친윤 의원들이 안철수 의원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시사오늘 김유종
안철수 의원이 국민의힘 차기 당대표 여론조사에서 상승세를 보이자, 친윤 의원들이 안 의원을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시사오늘 김유종

공정도 상식도 없다. 최근 대통령실의 행보가 그렇다. 지난 5일. 대통령실에서 메시지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이 “실체도 없는 ‘윤핵관(윤 대통령 핵심 관계자)’ 표현으로 정치적 이득을 보려는 사람은 앞으로 국정 운영의 방해꾼이자 적으로 인식될 것”이라고 말했다는 것. 누가 봐도 안철수 의원을 겨냥한 경고였다.

지난 2일엔 <조선일보>가 “안 의원이 ‘윤심(尹心)팔이’를 하려는 것 같은데, 대통령이 안 의원을 지원한다는 것은 분명 사실이 아니다”라는 대통령실 고위관계자의 말을 전했다. 같은 날 대통령실은 안철수 캠프 김영우 선거대책위원장을 국민통합위원직에서 해촉했다. 앞서선 친윤(親尹) 의원들이 안 의원을 향해 일제히 맹폭을 가하기도 했다.

일련의 과정은 나경원 전 의원의 전당대회 불출마 결정 당시와 매우 유사하다. 친윤 의원들의 비판에 이은 대통령실의 메시지로 ‘윤심’의 향방을 명확히 하는 방식에서 기시감이 느껴진다. 결국 나 전 의원의 불출마부터 안 의원에 대한 전방위적 공세 뒤엔 이번 전당대회에서 ‘친윤 당대표’를 만들겠다는 의지가 숨어 있단 얘기다.

대통령이 자신과 호흡이 맞는 당대표를 원하는 건 당연지사(當然之事)다. 혹자는 대한민국을 ‘제왕적 대통령제 국가’라고 하지만, 그게 꼭 옳은 말은 아니다. 국회 협조 없인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자리가 대한민국 대통령이기도 하다. 대통령 입장에선 전폭적으로 자신을 뒷받침해줄 수 있는 여당 대표를 세우려는 유혹이 생길 수밖에 없다.

하지만 대통령이 여당 대표 선출에 영향력을 행사하려는 태도는 헌법정신에 위배된다. 대한민국헌법은 입법권은 국회에, 행정권은 정부에, 사법권은 법원에 속한다는 ‘삼권분립(三權分立)’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이 ‘마음에 드는’ 당대표를 앉히려는 건 정부와 국회의 상호 견제를 불가능하게 하는, 위헌(違憲)적 발상이다. 윤 대통령이 법치(法治)를 강조한다는 점을 상기하면 아이러니한 대목이다.

윤 대통령의 슬로건이었던 ‘공정과 상식’과도 배치된다. ‘공정’의 시작은 불편부당(不偏不黨)이다. 어느 쪽으로도 치우치지 않은 룰에 따라 자유롭게 경쟁하는 것이 공정의 출발점이다. 그러나 지금은 대통령실이 직접 나서 특정 후보를 배제하고 다른 후보에게 힘을 실어주는 모양새다. 과연 이를 ‘공정한 경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내가 의회에 있을 때는 대통령을 보고 저런 독재자들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그러나 대통령이 되자 의회를 보고 저런 무정부주의자들이 있을 수 있나 싶었다.” 미국 제38대 대통령 제럴드 포드의 이 말처럼, 자리가 바뀌면 보이는 것도 달라지기 마련이다. 아마 역대 대통령들이 자신이 내세웠던 공약을 지키지 못했던 것도 ‘자리가 바뀌니 보이는 게 달라졌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우리 국민들이 ‘정치 초보’인 윤 대통령에게 표를 던진 건, 어떤 상황에서도 법과 원칙을 지켜나가는 그 강단을 정치에서 보고 싶어서였다. 아무리 힘들고 어려워도 헌법 정신 아래 공정하고 상식적으로 국정을 운영하는 대통령을 원해서였다. 집권 첫 해. ‘친윤 당대표’를 세우겠다는 일념으로 법치도, 공정도, 상식도 집어던지는 윤 대통령을 국민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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