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서도 정당 창당 할 수 있을까? [친절한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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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서도 정당 창당 할 수 있을까? [친절한 뉴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2.07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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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도당 5곳 이상, 각 시·도당별로 당원 1000명 이상 필요
헌재, 현행법이 정당 창당 자유 침해한다는 헌법소원 기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정당 창당을 위해서는 최소 5000명의 당원이 필요하다. ⓒ시사오늘 김유종
정당 창당을 위해서는 최소 5000명의 당원이 필요하다. ⓒ시사오늘 김유종

함박눈이 내리는 어느 겨울날이었습니다. 지인들과 식사를 하며 이야기를 나누던 중, 정치 이야기가 나왔습니다. 우리나라 국민이면 누구나 그렇듯 한창 정치권을 비난하던 중, 누군가 이런 이야기를 던졌습니다.

“차라리 우리가 당 하나 만들어서 정치에 뛰어들어 볼까. 내가 당대표 하고 너희 전부 후보로 공천해 줄게.”

이 이야기를 듣고 문득 궁금해졌습니다. 그 자리에 있던 5명으로 정당을 창당할 수 있을까. 식사 자리에서 의기투합한 친구 몇 명이 당을 만들어 ‘내가 당대표 하고 너희 전부 후보로 공천하는’ 일이 정말 일어날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사실상 불가능’합니다. 물론 법적으로는 몇 가지 조건만 갖추면 가능하지만, 그 조건을 만족하기가 너무 어렵기 때문입니다.

정당을 세우려면 우선 창당준비위원회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창당준비위원회에는 발기인이 필요한데요. 중앙당의 경우 200명 이상, 시·도당의 경우 100명 이상이 있어야 합니다(정당법 제6조). 웬만한 사람은 여기서 탈락이죠.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정당은 최소 5개의 시·도당을 가져야합니다(정당법 제17조). 그리고 각 시·도당에는 해당 시·도에 주소를 둔 당원이 최소 1000명 필요합니다(정당법 제18조). 그러니까 전국에 5000명 이상의 당원이 있어야 비로소 중앙당 창당자격이 생깁니다. 어지간해서는 일반인이 정당을 만들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그런데 헌법 공부를 좀 해보신 분이면,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들 겁니다. ‘헌법에는 정당 설립이 자유라고 돼 있지 않나? 이건 자유 침해 아니야?’ 그렇습니다. 대한민국헌법 제8조 제1항은 ‘정당의 설립은 자유이며, 복수정당제는 보장된다’고 정합니다.

이러다 보니 정당법 제17·18조에 대한 위헌 논란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헌법은 정당 설립이 자유라는데, 정당법은 무슨 근거로 시·도당 5곳, 각 시·도당별로 1000명 이상의 당원이 필요하다고 규정해서 정당 창당을 사실상 어렵게 해놨느냐. 이거 위헌 아니냐’는 문제의식이죠. 실제로 녹색당은 2019년 4월 정당법 제18조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헌재는 녹색당 손을 들어주지 않았습니다. ‘시·도당이 1000명 이상 당원을 가져야 한다고 규정한 게 과도한 부담은 아니지 않아?’라는 게 헌재의 판단이었습니다. ‘최소 당원 수가 1000명인 건 군소 정당이 진입하는 걸 저지하는 것 아니야?’라는 소수 의견도 있었지만, 재판관 9명 중 6명이 합헌 결정을 내리면서 이 조항은 계속 유지되게 됐습니다.

그렇다면 국회에서 정당법을 개정할 가능성은 없을까요? 얼마 전 더불어민주당 이상민 의원이 5개 이상 시·도당에 각 1000명 이상 법정 당원을 요구하는 기존 정당 설립 요건을 완화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했습니다. 여기에는 국민의힘 이명수 의원, 정의당 장혜원 의원,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 기본소득당 용혜인 의원, 무소속 김홍걸 의원 등 여야 구분 없이 20명의 의원들이 이름을 올렸죠.

그러나 현실적으로 통과는 쉽지 않아 보입니다. 사실 이 정당법은 5·16 군사정변 이후 박정희 전 대통령이 정당 설립을 제한하기 위해 만든 것이라는 비판이 많았습니다. 그런데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는 지난 2004년 정당법을 개정하면서 등록 요건을 완화하기는커녕 오히려 강화했습니다. 그 결과가 지금의 정당법이죠. 정당 등록 요건 완화는 거대 양당의 ‘밥그릇’을 빼앗기는 쪽으로 귀결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개정이 어려울 거라는 게 일반적인 예상입니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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