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시스, 순이익 급감 속 과다배당…오너일가 챙기기인가, 주주환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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퍼시스, 순이익 급감 속 과다배당…오너일가 챙기기인가, 주주환원인가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2.09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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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사무가구 전문업체인 퍼시스가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대폭 줄어든 가운데 과다배당에 나선다.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결정이라는 분석과 함께 과도한 오너일가 챙기기라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일 퍼시스는 2022년 연결기준 매출 3814억3537만 원, 영업이익 327억6332만 원을 기록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고 공시했다. 이는 전년 대비 매출은 16.8%, 영업이익은 14.3% 각각 증가한 수준이다. 재택근무 시대가 막을 내리면서 사무용 가구 교체 수요가 확대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이와 함께 현금·현물배당결정 보고서도 공시했다. 2022년도 결산배당으로 1주당 1100원씩 주주들에게 지급하기로 결정했다는 내용이다. 이는 전년과 같은 수준이다. 퍼시스는 2021년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보다 32.46% 증가하면서 1주당 배당금을 1000원에서 1100원으로 늘린 바 있다.

그러나 이번 배당 결정에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장사를 잘했음에도 손에 남은 돈이 그리 많지 않은 실정이어서다. 지난해 퍼시스의 당기순이익은 67억230만 원으로 전년보다 85.1% 감소했다. 투자 실패로 막대한 손실을 반영한 결과다. 퍼시스 측은 "사업으로 인한 매출액, 영업이익이 증가했으나 기 투자된 금융상품 평가이익이 하락해 당기순이익이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2021년 말 기준 퍼시스는 '타임폴리오The Time-Black일반사모투자', '삼성증권 맞춤일임운용', '신한금융투자 맞춤일임운용', '미래에셋 맞춤일임운용', '쿼드앱솔루트 롱숏 에쿼티일반사모투자신탁', 'NH크리에이터 랩' 등 금융상품(사모투자신탁·펀드·지분증권)에 약 1800억 원을 투자해 250억 원의 수익(공정가치 기준)을 거뒀다. 국내외 증시 호황의 수혜를 제대로 누린 것이다.

하지만 지난해 들어 지정학적 리스크와 미국발(發) 금리 인상 후폭풍, 이에 따른 글로벌 경기 침체로 상승장이 막을 내렸고, 퍼시스도 큰 충격을 받았다. 일례로 2022년 3분기 퍼시스는 473억3900만 원 규모 금융자산 평가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했다. 전년 말 2121억6123만 원으로 집계됐던 금융자산 공정가치는 지난해 9월 말 1496억3543만 원으로 29.47% 축소됐다.

이에 따라 당기순이익이 급감했음에도 퍼시스는 1주당 1100원 배당을 그대로 유지한 것이다. 퍼시스의 2022년도 결산배당금 총액은 98억5626만 원, 당기순이익을 초과하는 과다배당이다. 배당성향은 전년(22.37%) 수준을 훌쩍 넘겨 150%에 육박할 것으로 추정(지난해 3분기 유통주식수 기준)된다.

관련 업계에선 당기순이익 감소 사유가 본업의 위축이 아닌 금융자산 평가손실 반영인 만큼, 합리적인 주주환원이라고 판단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선 도가 지나친 오너일가 챙기기라는 비판도 존재한다. 오너일가가 배당금 대부분을 수취하고 있어서다.

퍼시스의 지분 구조(2022년 9월 말 기준)를 살펴보면 지주사격인 퍼시스홀딩스가 지분율 33.57%로 최대주주 지위에 있으며, 개인 최대주주는 지분 16.70%를 보유한 창업주 손동창 명예회장이다. 이밖에 손동창 명예회장의 부인인 장미자씨(0.64%), 장남 손태희 퍼시스홀딩스 사장(0.56%), 퍼시스목훈재단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장녀 손희령씨(0.56%) 등 창업주 특수관계자들이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고 있다. 또한 퍼시스홀딩스의 최대주주는 손동창 명예회장(80.51%)이며, 손태희 사장도 지분 0.78%를 갖고 있다. 

2022년도 결산배당이 공시된 수준대로 지급될 시 퍼시스 오너일가에게 직접적으로 돌아가는 배당금은 총 23억 원 가량(손동창 21억 원·장미자 8000만 원·손태희 7000만 원·손희령 7000만 원 등)이 될 것으로 추정된다. 여기에 사실상 오너일가 가족회사인 퍼시스홀딩스가 가져갈 배당금(약 42억 원)을 감안하면, 이번 과다배당으로 50억 원 이상의 자금이 직간접적으로 손동창 일가에게 흘러가는 셈이다.

이에 비해 개미투자자들 몫은 새 발의 피에 불과하다. 지난해 9월 말 기준 퍼시스 소액주주들(4200명)이 보유한 지분은 9.79%로, 채 10%가 안 된다. 이들에게 지급될 배당금은 약 1억 원, 1인당 2300원 수준이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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