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준경, “과거 성장기조 통하지 않아…기술·지식 공유로 동반성장 이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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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준경, “과거 성장기조 통하지 않아…기술·지식 공유로 동반성장 이뤄야”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3.02.11 13: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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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반성장포럼(94)]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
"동반성장, 상생·연대 바탕으로 한 새로운 성장 동력"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동반성장연구소의 제94회 동반성장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하준경 한양대 교수. ⓒ 동반성장연구소
동반성장연구소의 제94회 동반성장포럼에 강연자로 나선 하준경 한양대 교수. ⓒ 동반성장연구소

미싱과 가발이 일궈낸 한강의 기적은 이젠 과거의 영광이 됐다. 대한민국은 단순히 인력으로 밀어붙이기만 했던 구시대적 성장 기조가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불확실성의 시대를 맞이했다. 내부로는 저출산·고령화의 늪에 빠졌고, 외부로는 미·중 기술 패권 다툼 사이에 놓여 혼란이 가중되는 모습이다.

결국 강대국 간 '고래 싸움' 속 새우등 터지는 사태를 피하고, 1~2%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성장 둔화의 벽을 넘으려면 이전과는 다른 생존 방법을 모색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지난 9일 서울대학교 호암교술회관에서 열린 제94회 동반성장포럼에선 이에 대한 해답으로 '기술과 지식의 공유'를 통한 '동반성장'이 제시됐다.

 

불확실성의 시대, 위기 극복은 '동반성장'만이 해답


'2023년 한국경제와 동반성장의 미래'를 주제로 한 이날 포럼에선 세계 경제가 한치 앞을 내다보기 어려운 혼란기에 놓였음에도 성장을 도모할 수 있는 방안이 무엇인가를 논하는 시간을 가졌다.

강연자로는 하준경 한양대학교 경제학부 교수가 연단에 섰다. 하 교수는 서울대 경제학 학·석사, 미국 브라운대 경제학 박사를 거쳐 한국금융연구원 연구위원, 한국은행 금융경제연구원 과장을 지낸 대표 '경제통'이다.

이러한 하 교수조차 "세계 경제는 100년 만의 대 전환기를 맞았다"며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선 당장 몇 달 앞을 예상하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라고 운을 뗐다. 하지만 위기 극복 방법이 아주 없는 것만은 아니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하준경 교수는 주저없이 동반성장을 그 해법으로 꼽았다. 10, 20년 전 과거의 성장 기조가 더 이상 통하지 않게 될 것을 염두에 두고, 새로운 성장 방식을 찾아야 하는 과정의 열쇠는 '동반성장'이란 것이다. 그는 "인디언 속담에 '빨리 가려면 혼자 가고,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이제는 빠르면서도 멀리 가려면 '함께' 가야 하는 시대"라고 강조했다.

특히 하준경 교수는 승자와 패자로 구별되던 기존의 사회 체계를 바꾸고, 지식과 기술은 서로 공유하는 상생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고 제언했다.

하 교수는 "지식과 기술은 인적 자본, 물적 자본과는 달리 서로 공유하는 공공재의 특성을 갖고 있어 동반성장의 기초 여건을 강화하는 요소 중 하나"라며 "동반성장에서 빼놓을 수 없는 서로 윈-윈할 수 있는 상생 체계가 자리 잡는다면, 그것이 곧 새로운 성장 전략이 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취임 45일 만에 자리에서 내려온 리즈 트러스 영국 전 총리 사태를 반면교사로 삼을 필요가 있다고도 설명했다. 하준경 교수는 "트러스 전 총리는 전시에 버금가는 어려운 상황에 사회적 연대 대신 부자 감세 등 이념적 정치를 추구했다. 그 결과 금융 시장에 엄청난 혼란을 초래하며 파운드화의 폭락을 가져왔다. 그 폐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의 몫이 됐다"며 상생에 반하는 선택이 불러올 수 있는 위험성을 경고했다. 

하준경 교수는 "결국 정부는 신뢰와 고통분담, 상생과 연대 등을 중요시하면서 정책을 개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재정건정성에 문제가 발생할 경우 현 상황에서 이익을 보는 '경제 주체'들을 설득하고, 세수 확충을 도모하는 것이 효과적인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부연했다. 

'동반성장'을 강조할 수 밖에 없는 배경으론 불안정한 세계 정세도 꼽았다. 

그는 "여태까지 세계 시장을 주도해왔던 미국이 단시간에 빠르게 성장한 중국에 의해 턱 밑까지 추격 당했다. 지난해 중국의 국민 1인당 GDP가 미국의 80% 수준까지 따라잡았고 한국과의 기술 격차는 2020년 기준 0.1%밖에 차이가 안 난다"며 "특히 AI와 초고속인터넷 등의 부문은 미국과 거의 동일한 수준이라는 분석마저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은 중국과 기술 격차가 시시각각 좁혀지는 상황 속 기술 패권 안정성이 떨어지게 됐다"며 "결국 중국 배제 카드를 꺼내들고, 동맹 국가들을 상대로 '대(對) 중국 전선' 합류를 강요하는 상황까지 치달았다"고 덧붙였다. 이 가운데 우리나라는 미국과도, 중국과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있어 '진퇴양난'에 빠진 상황임을 짚었다.

하 교수는 "설상가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신기후체제의 형성과 탄소중립 시대로의 진입 등으로 세계 정세가 바람 앞의 등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다"며 "한국은 고금리·고물가·고환율이라는 삼중고에 저출산, 고령화와 기성세대와 청년세대 간 갈등까지 성장에 거듭 브레이크가 걸리고 있다"고 진단했다.

 

유연하게 대응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동반성장 확장해야


포럼 참가자들은 강연이 끝난 후에도 열기를 이어가며, 서로 의견을 주고받았다. 그중 한 청중은 "2030년까지가 우리나라의 경제 피크라는 얘길 들었다. 정말 한국의 성장판이 닫히기 직전인지 전문가의 고견을 듣고싶다"고 물었다.

이에 대해, 하준경 교수는 "2030년이면 대략적으로 10년 후다. 성장 가능성을 둘러싸고 비관적, 낙관적 전망도 공존한다. 강산이 변하는 시간을 예상하기란 쉽지 않지만 은퇴를 앞둔 X세대가 기반을 잘 닦아 놓는다면 길게 이어질 수 있지 않을까 싶다"고 답했다. 이어 "동반성장을 강조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우리나라는 일본과 중국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대신 유연성이 있다. 기술 격차를 유지하면서 외부 인력을 지속적으로 들여온다면 성장 기한을 더 늘릴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대기업과 중소기업 직원 간 연봉 차이 또한 동반성장의 큰 걸림돌이라는 의견과 함께 해결 방안을 모색하는 시간도 이어졌다.

하 교수는 "2000년 대에 들어서면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연봉 격차가 50% 이상 나기 시작했다. 우선 이런 문제가 표면적으로 드러나야 한다. 그래서 동반성장의 제안이 나온 것이라 본다. 정치적 이해관계가 얽혔거나 기득권을 지키기 위한 규제와 같은 것들을 경계하고 사회 전반적으로 동반성장을 확장시켜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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