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安, 책사 있나요? …승리를 만든 YS차남 김현철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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金-安, 책사 있나요? …승리를 만든 YS차남 김현철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2.17 1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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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대통령 탄핵’ 발언 논란…안철수, ‘선명성’ ‘개혁성’ 부족
보수·진보 넘나든 윤여준·김종인…킹메이커로 알려진 JP·허주
과학적 선거전략 내세운 YS차남 ‘김현철’ 주목…정치적 흐름 캐치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시사오늘>은 과거 정권 창출 공신인 책사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 시사오늘(그래픽 = 김유종 기자)

국민의힘 전당대회 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습니다.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후보 돌풍으로 ‘안철수 대 김기현’ 양강 구도로 불렸던 당대표 선거에도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김기현 후보는 ‘김장연대’, 윤석열 대통령과의 관저 회동 등을 시작으로 주목받기 시작한 만큼 당내 주류의 지지를 업고 이들 표심을 노리는 것으로 보입니다. 불출마 선언을 한 나경원 전 의원, 컷오프에서 탈락한 조경태 의원과 손잡는 모습을 보이는 등 연대 세력을 확장시키는 데도 집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김 후보는 지난 11일 한 토론회에서 “대선 욕심이 있는 분은 곤란하다”며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부딪치면 차마 입에 올리기도 싫은 탄핵이 우려된다”라고 말해 당대표로선 위험할 법한 발언을 해 논란을 빚었습니다. 

안 후보는 이에 “대체 어떤 정신 상태이기에 저런 망상을 할까”라며 “여당 당대표 하겠다는 분이 대통령 탄핵 운운한다는 게 말이 되냐”고 비판의 목소리를 냈습니다.

김 후보 측은 또한 안 후보를 겨냥해 신영복 빈소 조문·간첩 발언 등 과거 행보를 언급하며 정체성을 따져 묻고, 대권을 노리는 사람은 당권에 도전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는데요. 지난 대선에서 단일화할 때는 문제 삼지 않았던 점을 들고나와 지적하는 것은 선거 전략이나 메시지 정리가 일관적이지 못함을 방증하기도 합니다. 

이 외에도 김 후보는 배구선수 김연경 씨, 가수 남진 씨와 찍은 사진과 함께 두 사람이 김 후보를 응원하는 듯한 취지의 글을 작성해 페이스북에 올린 것, 이대남 표심을 겨냥한 듯 ‘여성 민방위 훈련 도입’을 주장한 것 등도 논란의 여지를 낳았습니다. 

안철수 후보는 ‘개혁성’과 ‘선명성’ 면에서 지적을 받고 있습니다. 김 후보만큼 친윤계 지지를 받지는 못하지만, 친이준석계인 천하람 후보만큼 선명한 ‘반윤 노선’도 아닙니다. ‘정통보수’를 내건 황교안 후보로부터는 “국민의힘에 들어온지 얼마 되지 않았다. 그동안 민주당에 있었고 만든 정당마다 다 깨졌다”는 비판을 받았습니다. 

안 후보는 대통령실이 ‘윤안연대’, ‘윤핵관’ 등 발언을 문제 삼으며 “대통령을 전당대회에 끌어들이지 말라”고 하자 곧바로 해당 단어를 사용하지 않겠다고 밝혔습니다.

이진복 대통령실 정무수석이 지난 5일 국회를 찾아 윤안연대 표현에 대해 “정말 잘못된 표현”이라고 지적한 데 이어 지난 8일 안 후보를 향해 “아무 말도 안 하면, 아무 일도 안 일어날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안 후보가 정부와 화합하지 못하고 갈등 앞에서 쉽게 물러서는 것은 줏대 없는 모습으로 비칠 우려도 있습니다.

안 후보가 대통령실과 친윤계의 압박으로 하루 정도 일정을 연기하고 상황 점검과 정국 구상을 한 뒤 들고나온 것은 챗GPT 기술을 도입해 국민의힘을 과학기술 전문 정당으로 만들겠다는 말이었습니다. 천 후보는 이에 대해 “트렌드 조각을 잡아 다짜고짜 정치에 묻힌다고 신선한 정치인이 되지 않는다”며 “안철수의 새정치는 도대체 어디로 간 거냐”고 지적했습니다.  

이처럼 안철수·김기현 후보의 메시지는 진부합니다. 선거판을 읽어내고 승리를 만들어낼 책사가 부재한 것은 아닌가 의심할 법 합니다. 

과거 허주로 통했던 김윤환은 노태우·김영삼 정부를 만드는 데, 김종필은 김영삼 정부와 김대중 정권을 만들어 냈습니다. 과학적 선거 전략을 들고나와 민심 파악에 나섰던 김영삼 전 대통령(YS)의 차남 김현철도 있습니다. <시사오늘>은 과거 정권 창출 공신인 책사들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김종인, 미래통합당 ‘당 체질 개선’ 작업…윤여준, 16대 총선 ‘파격공천’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2012년 18대 대선을 앞두고 새누리당 국민행복추진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경제 민주화’라는 의제와 공약을 내세워 박근혜 전 대통령 당선에 도움을 준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2020년의 미래통합당이 국정 농단 사태, 19대 대선 패배, 내부 극우화, 7대 지선 패배, 21대 총선 패배 등을 연이어 겪었을 때, 비대위를 이끌며 ‘당 체질 개선 작업’을 했습니다. ‘기본소득’ 의제를 꺼내들고, 광주 국립 5·18 민주묘지를 찾아 무릎 꿇고 사죄해 주목을 받았습니다. 

윤여준 전 환경부 장관도 보수와 진보를 넘나들며 자문한 책사로 알려졌습니다. 16대 대선에선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18대 대선에선 문재인 전 대통령을 도왔죠. 2000년 16대 총선을 앞두고 한나라당 총선기획단장으로 임명된 윤 전 장관은 김윤환·이기택·신상우 등 거물 정치인을 공천에서 배제하고 오세훈·원희룡 등을 영입하는 등 파격공천을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 두사람은 ‘자가발전식 책사’에 가깝습니다. 승리를 담보할 인물은 되지 못한다는 평가입니다.

허주, 내각제 문건 파동서 YS와 청와대 갈등 수습
김종필, 3당 합당 후 YS 지지…15대 대선서 DJP연합

故 김윤환(허주) 전 의원과 故 김종필 전 총리(JP)는 대한민국 정치사 대표적 킹메이커로 알려졌습니다. 

JP는 14대 대선에서 YS 지지를 선언하고 대세를 모아 도와 정권 창출에 기여했습니다. 15대 대선에선 김대중과 DJP 연합을 이뤄 충청권에서 표심을 얻는 데 조력했습니다. 

노태우 정부에서 대통령 비서실장과 정무 제1장관을 지낸 6공화국 실세 김윤환은 1990년 1월 전두환·노태우의 민주정의당, 김영삼의 통일민주당, 김종필의 신민주공화당 3당이 민주자유당으로 합당하는데 기여했습니다. 

YS가 박철언·노재봉 등 민자당 내 민정계 세력과 갈등을 빚을 때, 당의 위기 해결에 힘쓰기도 했는데요.

1990년 10월 25일 김영삼, 노태우, 김종필이 내각제 개헌에 합의하고 서명한 각서 문건이 공개돼 파문이 일었을 때도 허주가 청와대와 마산을 오가며 당내 갈등을 수습했습니다.

과학적 선거전략’ 펼친 YS 차남 김현철
13대 총선 ‘평민당 제1야당’ 예측…15대 총선서 ‘인재영입’
20대 대선서 ‘보수대연합’ 필요성 느끼고 ‘야권단일화’ 주장

기자는 위에서 언급했던 잘알려진 인물 외에 다른 책사 한분을 소개하고 싶습니다. 과학적 선거전략을 내세웠던 YS 차남인 김현철 동국대 석좌교수입니다. 내각제 문건 공개 파동 당시에도 해결사로 나섰습니다. 김현철 교수는 당시 YS의 민자당 탈당 위기 기로에서, 여론조사 보고서를 들어 민자당에서 차기 대선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하며 YS의 당무 복귀를 주장했습니다.

김현철 교수는 1987년 대통령 직선제가 실시되고, YS가 대선에 출마하자 직장을 그만두고 선거를 도우며 정치권에 입문했는데요. 오랫동안 음지에서 활동했기 때문에 알려지지 않았을뿐 내공을 갖춘 책사였습니다.

1987년 대선 패배 이후 과학적 선거 전략의 필요성을 느낀 김 교수는 과학적 사설 선거전략 기관 '중앙조사연구소'를 설립했습니다. 연구소는 13대 총선에서 소선거구제로 선거를 치를 경우 DJ가 이끄는 평민당이 제1야당이 되고, 통일민주당은 제2야당으로 떨어질 거라 예측하며 ‘소선거구제’ 수용을 반대했습니다. 김현철의 예상대로 1988년 총선이 치러지자, 그의 목소리가 상도동 내부에도 힘이 실리기 시작했습니다. 이를 눈여겨본 YS는 여론조사를 토대로 선거전략을 세웠습니다.

1995년 지방선거에서 DJ는 지역등권론을, JP는 충청 핫바지론을 들고나와 지역 표를 결집시켰습니다. 여당인 민주자유당은 패배를 맞으며 이후 총선에서도 불리한 상황이었습니다. 

여당은 1996년 15대 총선에서 인재 영입을 통해 외연 확장을 도모했습니다. 이 포석을 깐 인물도 김현철입니다. 당시 신한국당에 이재오·김문수·홍준표 등 새로운 인물을 영입해 ‘개혁공천’의 사례로 전해지고 있습니다. 신한국당은 임기 4년 차임에도 139석(46.48%)을 얻어 원내 제1당을 차지했습니다. 

김 교수는 지난 20대 대선에서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후보일 때, 선대본 후보특별고문으로 합류해 야권 단일화를 지속적으로 주장했습니다.

대선 기간 기자와 만난 김 교수는 "14대 대선에서 7대3 정도의 보수 우위였다면, 18대 대선에선 우파와 좌파가 5대5 지형으로 변화됐다. 간단한 표분석만으로도 알 수 있다. 우파연합을 통한 윤-안 단일화를 만들어내야만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분석했습니다.

보수대연합의 필요성을 느끼고 윤석열 대통령에게 메시지를 보내고 안철수 의원을 설득했습니다. 경선 패배로 물러났던 홍준표 대구시장이 원팀에 합류하는 데도 역할했습니다. 20대 대선 결과 0.73% 차로 승패가 갈렸기에 단일화가 승리에 기여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이처럼 정치인에게는 선거의 전체적 판세를 읽고 분석해 전략을 세우는 책사가 필요합니다. 남은 19일 동안 TV 토론회, 합동연설회 등에서 국민이 필요로 하는 메시지가 더 많이 들려오길 바랍니다. 

여야간 대립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정치여행’은 현 정치 상황을 75년 간의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봤습니다. <시사오늘>은 9번째 주제로 ‘선거 승리를 이끈 책사’를 살펴봤습니다. 다음주 금요일 찾아뵙겠습니다. <편집자주>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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