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일리지 개편 ‘무기한 보류’에 퇴직자 ‘폭로’까지…대한항공 ‘난기류’ 속 휘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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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일리지 개편 ‘무기한 보류’에 퇴직자 ‘폭로’까지…대한항공 ‘난기류’ 속 휘청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3.02.2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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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계 부처 일갈·국민 반발 거세자 한 발 물러선 대한항공
퇴직 앞 둔 직원 폭로도 ‘기름’ 끼얹어…연초부터 ‘난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대한항공의 마일리지 개편안 도입이 무기한 보류됐다. 관계 당국과 이용객들 반발이 높아지자 한 발 물러선 것으로 해석된다. 설상가상으로 서비스의 질적 하락을 노골적으로 비판하는 퇴직자 폭로까지 나오며, 예기치 못한 거센 난기류에 휩쓸리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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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4월부터 적용되는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 대한항공
오는 4월부터 적용될 예정이었던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 ⓒ 대한항공

20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오는 4월 적용 예정이었던 마일리지 정책 개편안 '스카이패스'의 도입을 보류 조치했다. 대한항공 측은 "마일리지 관련 현재 제기되는 고객들의 의견을 수렴해, 전반적인 개선 대책을 신중히 검토 중"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대한항공은 이번 개편안에서 마일리지 공제 기준을 '지역'에서 '운항거리'로 변경할 예정이었다. 이용 노선의 실제 거리에 따라 공제 수준이 결정됨으로써 보다 '합리적 기준'으로 항공 보너스를 이용할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하지만 개편안의 마일리지 정책대로라면 5, 6, 8, 9구간을 이용하려는 고객들은 오는 4월부터 더 많은 마일리지를 쌓아야 표 구입이 가능해진다. 특히 5구간(괌·방콕·싱가포르·호찌민) 공제 마일리지는 2500 포인트로 12.5% 증가하며, 6구간(덴파사르 발리·자카르타)은 7500 포인트로 37.5%, 8구간(로스앤젤레스·런던·파리)은 5000 포인트로 14.2%로 각각 늘어난다. 9구간(뉴욕·시카고·애틀랜타·토론토)도 1만 포인트나 증가한 28.5%의 인상폭을 보인다.

쉽게 말해, 단거리 구간보다 마일리지 활용도가 높은 장거리 구간의 이용이 어려워지는 셈이다. 마일리지 공제 인상을 노선 별 다양성으로 그럴싸하게 재포장했다는 이용객들의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이유다. 돈이 아쉬워서 마일리지를 아끼는 것이냐는 의견마저 나온다.

이에 대해 업계는 조심스러운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항공대학교 경영학부 김광옥 교수는 "마일리지 개편은 이미 2019년, 코로나19 사태 이전에 공시를 한 사항이다. 3년 정도 유예가 된 것을 엔데믹으로 전환되는 시점에 재개한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 자금 사정이 어려워 마일리지 제도를 개편했다고 해석하는 것은 무리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럼에도 논란은 쉽사리 사그러들지 않고 있다. 주무부처 장관까지 나서 대한항공 마일리지 개편안을 정면 비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5일 자신의 SNS에  "항공사 마일리지는 고객에게 진 빚이다. 이번 개편안은 고객들이 애써 쌓은 마일리지의 가치를 대폭 삭감하겠다는 것"이라며 "항공 주무부처 장관으로서 이번 개편안에 동의하기 어렵다. 마일리지 사용 기준에 대한 합리적 검토와 사용 수요에 부응하는 노선 및 좌석 보안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지난 19일 기자들과의 자리에서도 원 장관은 비판적 입장을 견지했다. 그는 "대한항공은 코로나 때 고용유지 지원금과 국책 금융을 통해 국민들의 성원 속에 생존을 이어 왔다"며 "눈물의 감사 프로모션을 하지는 못할망정 불만을 사는 방안을 내놓았다"고 강하게 질책했다.

대한항공은 여론을 수렴한 개편안을 다시 마련한다는 방침이다. 대한항공 관계자는 "개편안은 이미 2019년에 도입하기로 확정이 된 것으로, 코로나19 여파에 잠시 미뤄진 것이었다"며 "다만 여론을 반영해 현재 여러가지 의견들을 수렴하는 과정 중에 있고 확정된 건 없다. 틀을 완전히 바꾸거나 개편 도입을 완전 백지화 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고 답했다.

 

물·식사 부족, 어메니티 질적 하락까지 '퇴직자 폭로' 2연타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퇴사자의 글 중 일부. ⓒ대한항공사내게시판
대한항공 사내 게시판에 올라온 퇴사자의 글 중 일부. ⓒ대한항공사내게시판

대한항공은 마일리지 정책 개편안이라는 난기류 속에서 예기치 못한 내부 폭로까지 터져 곤혹스런 상황에 놓였다. 지난 16일 대한항공 승무원이 퇴직을 앞두고 사내 게시판에 쓴 폭로글이 추가 논란을 불러일으킨 것.

해당 글은 온라인 커뮤니티 '스마트 컨슈머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공개되며, 최근 질적으로 낮아진 대한항공 기내 어매니티와 서비스를 비롯해 이로 인한 현직자의 고충들을 적나라하게 담고 있다.

글쓴이인 A씨는 "요즘 비행이 총체적 난국인데 왜 이모양 이꼴이 됐는지 점점 알게되는 현실에 더이상 이곳에 있어야할 이유가 없어졌네요. 사직서 쓰기전에 올려봅니다"라며 "중거리 이코노미 물 330ml(페트병) 주는 게 아깝냐, 병으로 주지 못해 종이컵으로 따라주는데 이륙 준비하랴 물 따라주랴 정신이 없다. 승객 당 추가로 줄 물 한병 싣는게 어려운가"라고 일갈했다. 

이외 장거리 비행 시 제공되는 슬리퍼와 담요, 칫솔 등의 어메니티의 질적 하락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A씨는 "티켓 값은 외항사보다 더 받으면서 수준은 왜 점점 떨어지는 지 이해가 안 된다"고 꼬집기까지 했다.

해당 글은 소비자들의 불같은 질타에 기름을 부으며 대한항공 브랜드 이미지 실추로까지 이어지는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LCC들도 서비스 강화에 나서고 있는 마당에 대형 항공사의 시류 역행은 반감을 불러올 수 밖에 없다"며 "아시아나와의 합병에 대한 회의론까지 나오고 있는 만큼, 대한항공이 보다 신중한 마일리지 정책과 서비스 개편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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