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건설, ‘박원순 브레인’ 영입 배경 살펴보니 [박근홍의 人事萬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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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건설, ‘박원순 브레인’ 영입 배경 살펴보니 [박근홍의 人事萬事]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2.23 1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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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인사(人事)가 만사(萬事)", YS(故 김영삼 전 대통령)가 생전에 입버릇처럼 한 말이다. 사람의 일이 곧 만 가지 일이다. 좋은 인재를 등용해서 그들에게 걸맞은 자리에 알맞게 배치해야 모든 일이 좋게 풀린다. 아무리 능력이 뛰어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지도자라도 직접 관리 가능한 범위에 한계가 있어서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인재를 채용해 그들이 보유한 지식과 전문성, 경험에 걸맞은 위치에 앉혀야 지속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 아무리 풍부한 자본과 탄탄한 시스템을 갖춘 회사여도 몇몇 사람들로 인해 순식간에 흔들리는 경우가 다반사다. 때문에 기업의 인사는 투자자들에게 있어서 그 업체의 미래를 가늠할 수 있는 중요 사항 중 하나로 분류되기도 한다. [人事萬事](인사만사) 코너에선 기업의 인사를 조명해 기업의 만사를 살펴본다. <편집자주>

 

신세계건설, 주총서 이건기 前 해건협 회장 사외이사 겸 감사 선임 추진


이건기 전 해외건설협회 회장(오른쪽)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체제 때 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사진은 2015년 행정 1·2 부시장 이임식에서 박 전 시장과 이건기 당시 행정2부시장의 기념촬영 ⓒ 뉴시스
이건기 전 해외건설협회 회장(오른쪽)은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체제 때 고속 승진한 인물이다. 사진은 2015년 행정 1·2 부시장 이임식에서 박 전 시장과 이건기 당시 행정2부시장의 기념촬영 ⓒ 뉴시스

신세계건설이 이건기 전 해외건설협회 회장을 감사위원이 되는 사외이사로 영입할 예정이다. 이 전 회장은 과거 박원순 체제 하 서울시에서 건설·부동산 정책을 주도한 인물이다.

지난 21일 신세계건설이 공시한 주주총회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에 따르면 신세계건설은 오는 3월 23일 열리는 정기주총에서 이 전 회장을 사외이사 겸 감사위원으로 선임하는 안건을 처리할 예정이다. 신세계건설 이사회·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는 "이 후보자는 40여 년 이상을 주택, 도시계획, 건설 분야에 몸담은 전문가로서 임기 기간 동안 해당 전문지식을 통해 사외이사이자 감사위원으로 임기 동안 경영진이 적법하고 윤리적인 방향으로 갈 수 있도록 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회장은 서울특별시청에서 주택본부 주택기획관을 지냈으며 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이 당선된 직후인 2012년 주택정책실장으로 임명됐고, 박원순 2기 체제가 수립된 2014년 행정2부시장 자리에 올라 서울시 주택정책을 진두지휘하고 2015년 공직에서 물러났다. 이후 서울시립대학교에서 초빙교수를 지내던 중 2017년 19대 대선을 앞두고 박 전 시장의 추천으로 '박원순 브레인'이라는 타이틀을 달고 더불어민주당에 입당했다. 문재인 정권 출범 이듬해인 2018년엔 해외건설협회 회장으로 추대돼 2021년 8월까지 업무를 수행했다. 현재는 한국자산신탁 사외이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與 아닌 野 인사 영입하는 이유는


2014년 9월4일 한강 개발 태스크포스(TF) 첫 회의 기념촬영. (왼쪽부터) 당시 김수현 서울연구원 원장,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이건기 부시장, 주형환 차관, 김경식 국토교통부 제1차관, 정연만 환경부차관, 김경환 국토연구원장, 한화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 ⓒ 연합뉴스
2014년 9월4일 한강 개발 TF 첫 회의 기념촬영. (왼쪽부터) 당시 김수현 서울연구원 원장, 박광무 한국문화관광연구원 원장, 김희범 문화체육관광부 제1차관, 이건기 부시장, 주형환 차관, 김경식 국토교통부 제1차관, 정연만 환경부차관, 김경환 국토연구원장, 한화진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부원장 ⓒ 연합뉴스

국내 기업들은 통상적으로 법조계,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 출신 인사들을 사외이사로 선임하는 사례가 대다수다. 그들의 경험과 전문성, 그리고 인적 네트워크를 활용해 리스크를 관리하기 위함이다. 또한 전직 고위관료 등 공직자 출신을 영입하는 경우도 많은데, 보통 당시 정권을 쥐고 있는 여권 소속으로 평가되는 인물을 모셔오는 편이다. 정부여당과의 스킨십을 늘려 리스크를 관리하는 동시에, 사업 관련 정보를 선제적으로 확보해 경영활동에 긍정적인 효과를 꾀하고자 함이다. 그럼에도 신세계건설은 현재 야권으로 분류되는 이건기 전 회장의 영입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이는 정용진 부회장 주도 하에 신세계그룹 차원에서 추진 중인 화성국제테마파크 개발사업, 동서울터미널 개발사업 등을 염두에 둔 인사로 풀이된다.

화성국제테마파크 개발사업은 경기 화성 남양읍 일원에 놀이공원, 골프장, 호텔, 스타필트, 아울렛 등을 갖춘 복합문화시설을 조성하는 약 5조 원 규모 프로젝트다. 신세계프라퍼티와 신세계건설 컨소시엄은 2019년 해당 사업권을 확보했으며, 양사가 출자해 설립한 신세계화성은 2021년 약 8700억 원을 투입해 화성 송산면 소재 관광레저용지 등 토지를 매입했다. 당초 신세계그룹은 올해 중 첫 삽을 뜨겠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지나, 최근 경기 상황 등을 감안하면 착공 시기는 다소 지연될 여지가 있어 보인다. 개발사업에 속도를 내기 위해선 지방자치단체, 지역 정치인들과의 활발한 소통이 필수적이다. 현재 화성시장은 민주당 소속 정명근 시장이다. 또한 지역구 의원도 송옥주(화성갑), 이원욱(화성을), 권칠승(화성병) 등 갑을병 모두 민주당 사람들이다.

동서울터미널 개발사업은 신세계동서울 PFV가 추진하는 광역교통 중심 복합개발 프로젝트로, 현재 서울시-신세계간 사전협상이 이뤄지고 있는 단계인 것으로 알려졌다. 관련 업계에선 사업이 본궤도에 진입하게 되면 신세계건설이 수의계약 방식으로 시공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주를 이룬다. 이건기 전 회장은 서울시에서 근무할 당시 '2020 서울주택종합계획', '서울플랜 2030' 등 정책 입안자로 참여해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을 준비한 바 있다. 해당 프로젝트의 전문가인 셈이다.

더욱이 이 전 회장은 야권 인사임에도 주택·건설 전문가로서 현 여권 주요 인사들과의 스킨십 역량을 갖춘 인물로 평가된다. 이 전 회장은 2020 서울주택종합계획 수립에 참여할 당시 서울특별시청 주택기획관이었다. 당시 서울시장은 오세훈 현 시장이다. 또한 2014년 행정2부시장으로서 한강 개발 TF(태스크포스)에 합류한 바 있는데, 해당 TF에는 김수현 전 청와대 정책실장 등 민주당계 인사는 물론, 한화진 현(現) 환경부 장관, 박근혜 정부에서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지낸 주형환 전 장관 등이 참여했다. 지난 대선 때 윤석열 캠프의 경제 책사로 불렸던 김경환 서강대 교수도 당시 국토연구원장으로서 TF 활동을 벌였다.

 

분위기 반전 필요한 신세계건설


신세계건설 CI ⓒ 신세계그룹
신세계건설 CI ⓒ 제공=신세계그룹

현재 신세계건설은 이건기 전 회장의 활약이 절실한 상태다. 지난 14일 신세계건설은 실적 정정 공시를 내고 지난해 영업손익과 당기순손익이 각각 -410억934만 원, -328억9027만 원으로 적자전환했다고 밝혔다. 이는 앞선 지난 8일 영업이익 87억4027만 원, 당기순이익 21억6283만 원을 기록했다고 당초 공시한 것과 괴리가 크다. 신세계건설 측은 "원자재 급등 등에 따른 시황 상승을 고려해 원가율을 재산정"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손실을 대거 선반영한 것으로 추정된다. 재무구조도 흔들리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단기차입금은 2021년 말 15억 원에서 2022년 515억 원으로 35배 가량 늘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도 769억3061만 원에서 -178억1531만 원으로 마이너스(-) 전환했다.

이 전 회장은 신세계건설 주총 의결권대리행사권유참고서류 내 직무수행계획을 통해 "최고 의사결정주체의 일원으로서 긍지와 책임감을 가지고 약 40여 년 이상 주택, 도시계획, 건설 분야 근무 경험과 관련 지식 등에 근간한 전문성을 살려 이사회, 소속 위원회에 적극 참여할 것"이라며 "주주뿐 아니라 제반 여건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채권자, 종업원, 고객, 거래기업, 지역사회 등 회사 주요 이해관계자의 동반성장과 신뢰받는 기업을 만들도록 노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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