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 나라의 우영우 [주간필담]
스크롤 이동 상태바
디지털 나라의 우영우 [주간필담]
  • 유채리 기자
  • 승인 2023.02.26 18:2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디지털 기술, 편리성 ↑…소외되는 사람 생길수도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 고려돼야…정보 격차도 有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최근 디지털 전환 열풍이 불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보험 가입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많은 일들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경우, 스마트폰 등 섬세한 조작이 필요한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디지털 정보화도 일반 국민의 약 76% 정도다. 이들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 시사오늘 김유종
최근 디지털 전환 열풍이 불고 있다. 보험업계 역시 마찬가지다. 보험 가입부터 보험금 지급까지 많은 일들이 디지털화되고 있다. 그렇지만 장애인의 경우, 스마트폰 등 섬세한 조작이 필요한 기기 이용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디지털 정보화도 일반 국민의 약 76% 정도다. 이들에 대한 고려가 포함된 디지털 전환이 필요하다. ⓒ 시사오늘 김유종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의 주인공 우영우는 아이큐 164에 로스쿨을 수석 졸업했습니다. 그런 우영우는 자폐 스펙트럼이 있어 다른 사람과의 의사소통을 어려워합니다. 일상 속에서 쉽게 볼 수 있는 회전문을 통과하는 것도요.

어쩌면 또 다른 우영우에게 회전문이 될 수 있는 것들이 속속들이 생겨나고 있습니다. 바로 디지털 전환을 통한 변화입니다. 누군가에겐 너무 간편하지만 누군가에겐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죠.

보험업계에도 예외 없이 ‘디지털 전환’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종이서류 없이 태블릿 PC로 모든 업무를 처리할 수 있다던가 AI가 전화상담을 한다든지 말입니다. 보험료 비교부터 가입, 보험금 청구까지 모든 업무가 스마트폰 앱을 통해 한 번에 이뤄지는 것은 가히 ‘뉴노멀’이라고 할 만합니다.

앞으로 디지털 기술을 접목한 보험업계의 변화는 무궁무진할 것 같습니다. 챗GPT 등 생성AI를 보험 산업 구석구석에 접목하려는 움직임도 생겨나고 있습니다. 덕분에 많은 소비자들이 보다 편해질 것 같습니다.

다만 장애인의 디지털 접근성에 대한 고민도 활성화됐으면 합니다. 근육 경직 등으로 인해 섬세한 작동을 필요로 하는 디지털 기기를 사용하기 어려운 이들도 있으니까요. 또 시각장애인이 키오스크나 태블릿PC의 매끈한 화면을 읽어내는 건 넌센스라고 생각됩니다.

또 디지털 사용에 대한 정보 자체가 부족할 수도 있습니다. 하영제 국민의힘 의원이 발표한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장애인‧고령층 등 디지털 취약계층의 디지털 정보화 수준은 일반 국민의 75.4%에 그친다고 하네요.

물론, 디지털 전환이 오히려 장애인의 보험 접근성을 높여주는 부분도 있을 것입니다. 화면 글자를 읽어주는 음성합성 기능이나 특정 부분을 확대하는 기능 등 많은 정보를 이전보다 쉽게 제공받을 수 있을 테니까요.

중요한 점은 기술을 개발하는 단계부터 장애인에 대한 고려가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또 마련된 기술은 실질적인 도움을 줄 수 있어야 하고요. 과거 국세청 홈페이지는 음성지원기능을 제공했지만 민원증명 버튼을 누르면 ‘민원증명’이 아니라 ‘새 창 보기’를 읽어주는 등 엉뚱한 음성을 읽어줬다고 합니다. 장애인 맞춤형 디지털 교육‧디지털 기기도 보완돼야 합니다. 그렇지 않다면 이들은 디지털 세상 속에 고립될 수 있습니다.

금융은 모두에게 중요한 삶의 토대이고 특히나 보험은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이 강조한 ‘재난적 의료비’를 막아주기도 하고요. 휠체어로 주변 물건을 치거나 병원을 갈 일이 빈번하게 생길 수 있는 장애인들에게 보험은 훨씬 중요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전환을 통해 어렵고 복잡했던 보험 업무가 쉽고 간편해지는 것은 환영할 일입니다. 다만 그 사회의 소수를 제외한 편리는 아니었으면 합니다.

최근 디지털 전환의 중심인 챗GPT에게 저도 물어봤습니다. 디지털 전환이 장애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지요. 챗GPT는 디지털 전환은 장애인에게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며 일상에서 더 많은 자유와 기회를 누릴 수 있게도 해줄 수 있지만 일부는 배제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렇기에 “장애인을 고려해 보다 접근성 높은 기술 및 디자인을 개발하고 이들에 대한 교육과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를 통해 모든 사람이 디지털 기술의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돕는 것이 필요합니다”라고 덧붙였습니다.

‘모두를 위한 디지털 전환’에 저도, AI도 공감하는 바입니다.

누군가에겐 문을 열고 닫는 노력 없이 간편하게 지나갈 수 있게 해주는 회전문이 또 다른 이에게도 진입을 막을 수 있지 않길 바랍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보험·저축은행 담당)
좌우명 : 타인의 신발 신어보기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