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자산 풍부한” 한신공영?…투자자 보호는 어디에 [시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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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금자산 풍부한” 한신공영?…투자자 보호는 어디에 [시사텔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3.02 17: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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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지난해 말 최고 금리 연 65%에 회사채가 유통되는 등 유동성 리스크가 불거져 구설수에 올랐던 한신공영이 일단 한숨을 돌리게 됐습니다. 지난달 28일 500억 원 규모 48회차 무보증사채를 예정대로 발행하는 데에 성공(?)한 겁니다. 다만, 과정은 성공적이지 않았습니다. 한신공영은 지난 21일 수요예측에서 전체 모집 금액 500억 원 중 50억 원의 매수 주문을 받는 데에 그쳤습니다. 연 7.5~9.5%의 높은 이자율을 내세웠음에도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투자자는 4곳에 불과했고요. 흥행에 완전히 실패한 셈이죠.

한신공영이 최소 발행 예정액을 채울 수 있었던 건 인수단으로 참여한 KDB산업은행이 회사채 매입 지원 프로그램을 통해 미매각 물량(450억 원) 가운데 400억 원을 사들였기 때문입니다. 나머지 50억 원은 회사채 발행 주관(대표 인수자)을 맡은 KB증권이 떠안을 것으로 여겨졌으나 기관투자자들이 인수 수량을 소폭 늘리면서 KB증권 몫은 10억 원이 됐습니다. 한신공영이 공시한 증권발행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이번 제42회 무보증 사채 최종 배정 현황은 산업은행 400억 원(80%), KB증권 10억 원(2%), 기관투자자 4곳 90억 원(18%)으로 나타났습니다. 한신공영은 해당 자금을 오는 3일 만기되는 제42회 무보증사채(발행금액 1000억 원, 이자율 3.784%)를 상환하는 데에 쓸 계획입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번 회사채 발행 과정에서 의아하게 느껴질 만한 부분이 하나 있었습니다. 바로 청약 당일인 지난 2월 28일 언론들의 움직임입니다.

한신공영의 유동성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식의 기사들이 지난 2월 28일 오전 9시께부터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대거 노출되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검색 캡처 ⓒ 시사오늘
한신공영의 유동성에 파란불이 켜졌다는 식의 기사들이 지난 2월 28일 오전 9시께부터 포털 사이트 네이버에 대거 노출되기 시작했다. 네이버 뉴스 검색 캡처 ⓒ 시사오늘

포털 사이트 네이버 뉴스 검색을 통해 살펴보면 약 30여 개의 매체가 그날 오전 9시께부터 '한신공영 유동성 파란불', '한신공영 4000억 원대 현금성자산 확보', '한신공영 부동산 불황 대응 가능' 등 비슷한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습니다. 내용은 하나부터 열까지 똑같았습니다. △부동산 불황을 미리 예측한 한신공영이 2022년 말 기준 현금성 자산 4312억 원을 확보하고 있다 △본사 부지 등 보유 부동산 기반 대체 자금 능력도 확보했다 △경북 포항펜타시티 분양률이 80% 내외로 개선됐다 등입니다. 한신공영 측에서 뿌린 보도자료를 그대로 인용한 건데요. 이 자료에서 한신공영 측은 "최근 분양시장 불황 등을 예측해 회사는 몇 년 전부터 현금성 자산 보유를 통한 유동성 관리에 힘써오고 있다. 본사 부지 등 대체 자금 능력도 충분하다. 따라서 부동산 불황이 지속되더라도 보유현금·보유부동산 기반 대체 자금 능력을 통해 대응 가능하다"고 강조했습니다.

회사채를 발행해 운영자금을 마련하려는 기업에서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이 담긴 보도자료를 배포해 여론전을 펼치는 건 너무나 당연한 일입니다. 특히 요즘은 산업계 전반에 자금경색 현상이 심화되면서 투자자들이 지갑을 잘 열지 않고 있는 상황입니다. 부정적인 기사가 있다는 이유로 대출을 예정대로 진행해주지 않거나, 긍정적인 기사가 없으면 돈을 빌려주기 어렵다는 금융사들이 꽤 있다고 합니다. '명분'을 달라는 거죠. 실제로 지난 연말 동부건설의 최대주주인 키스톤에코프라임이 대출 연장을 위해 동부건설 담보 주식 수를 약 2배 가량 늘릴 때에도 유사한 일이 목격된 바 있습니다(관련기사: '동부건설, 수주잔고 보도자료 뿌린 날 주담대 비율 늘었다', http://www.sisaon.co.kr/news/articleView.html?idxno=145766). 이번 한신공영 사례도 이 같은 차원으로 읽힙니다.

문제는 이로 인해 개미들이 피해를 볼 가능성이 있다는 데에 있습니다. 앞서 열거한 보도와 같이 한신공영이 4000억 원대 현금성자산을 갖고 있는 건 사실로 파악됩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살펴보면 한신공영의 연결기준 현금·현금성자산+단기금융상품은 2021년 말 4551억2136만 원이었고, 2022년 3분기에는 3829억7732만 원 수준으로 집계됐습니다. 지난 연말 미분양 물량이 일부 해소된 만큼, 4000억 원대를 회복했을 공산이 큽니다.

하지만 해당 기사들은 부채 등 재무적 리스크에 대해 전혀 다루지 않았습니다. 한신공영의 단기차입금은 2020년 3776억 원, 2021년 4744억 원, 2022년 9월 4905억 원으로, 장기차입금은 2020년 2021억 원, 2021년 4614억 원, 2022년 9월 5403억 원으로 매년 증가 중입니다. 순차입금 규모는 2020년 1600억 원대에서 2022년 9월 6400억 원대로 4배 가량 확대됐습니다. 또한 지난해 한신공영의 매출은 전년 대비 6.8%, 영업이익은 16.7% 각각 감소한 것으로 잠정 집계됐고, 같은 기간 부채비율은 212.78%에서 224.17%로 늘었습니다. 

더욱이 최근 부동산 경기 침체로 한신공영이 추진 중인 자체사업 등에 대한 불투명성도 커진 상태입니다. 이는 이번 회사채 인수 대표사인 KB증권에서도 인정하고 있는 사항인데요. KB증권은 투자설명서에서 "동사가 진행중인 사업장중 분양률 50% 미만 분양률을 보이고 있는 사업장(세대 수)은 광주금남로 한신더휴(99세대), 양산 평산동 한신더휴(405세대), 아산 권곡동 한신더휴(603세대), 거제아주동 한신더휴(547세대), 울산신정동 한신더휴(329세대), 조치원 교동(190세대), 포항학산 한신더휴(1455세대) 등이다. 해당 사업장들의 저조한 분양률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경우 분양대금 수입이 원활하지 못할 수 있어 공사비 확보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바 재무상태에 악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힌 바 있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신공영의 제48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비우호적인 사업환경, 분양실적 부진과 지방 중심 예정사업지 구성, 외부차입 확대 추세와 금융시장 경색 등을 감안할 때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했다. 또한 공사대금 회수, 용지비 지출 등을 포함한 운전자금 변화, 회사채를 비롯한 유동성 차입금의 상환 또는 차환, 신규자금 조달 추이 등에 따라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신평 자료 중 일부 캡처 ⓒ 시사오늘
한국신용평가는 한신공영의 제48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비우호적인 사업환경, 분양실적 부진과 지방 중심 예정사업지 구성, 외부차입 확대 추세와 금융시장 경색 등을 감안할 때 등급전망은 부정적"이라고 했다. 또한 공사대금 회수, 용지비 지출 등을 포함한 운전자금 변화, 회사채를 비롯한 유동성 차입금의 상환 또는 차환, 신규자금 조달 추이 등에 따라 현금흐름 및 재무구조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신평 자료 중 일부 캡처 ⓒ 시사오늘

또한 한신공영은 앞선 보도자료에 '한국신용평가에선 2022년 말 기준 약 4000억 원의 현금성 자산을 보유한 가운데 본사 부지 등 보유 부동산 기반의 대체자금능력도 인정된다고 평가하기도 했다'고 명시했는데요. 이것도 리스크를 언급한 부분은 뺀 채 인용됐습니다. 한국신용평가는 한신공영의 제48회 무보증사채 신용등급을 'BBB/부정적'으로 부여하면서 "동사의 보유 유동성 규모, 개발가치가 내재된 본사 부지를 비롯한 보유 자산 등을 감안할 때 중단기적인 자금 소요에 대한 재무적 대응력은 일정 수준 확보한 것으로 판단된다"면서도 "그러나 현재 금융시장 경색이 장기화될 경우 공사대금 회수, 용지비 지출 등을 포함한 운전자금 변화, 회사채를 비롯한 유동성 차입금의 상환 또는 차환, 신규자금 조달 추이 등에 따라 현금흐름·재무구조의 변동성이 크게 확대될 가능성도 내재하고 있다"고 분명히 경고했습니다.

특히 한신평은 "진행 사업장 규모를 감안할 때 외형은 점진적 회복 기조가 예상되지만 수익성의 경우 도급액 증액이 쉽지 않은 민간건축 사업장을 중심으로 자재가 및 인건비 상승의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분양실적이 저조한 현장에서 비경상적인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예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다. 당분간 신규 자체사업 관련 용지 매입 등의 자금소요가 지속될 것으로 보이며, 저조한 분양실적에 따라 영업자산 부담이 확대될 가능성도 존재한다"며 "여기에 2022년 하반기 부동산 경기 악화와 금리 상승, 레고랜드 사태 등으로 금융시장이 경색되면서 동사를 비롯한 주요 건설사 및 PF(프로젝트 파이낸싱)사업장의 자본시장 접근성이 저하된 점도 부담 요인"이라고 평가했습니다.

'유동성에 파란불이 켜졌다'고 보긴 어렵다고 느껴지는 건 저뿐일까요. '부동산 불황에 잘 대응하고 있다'는 내용이 담긴 기사를 믿고 주식을 산 소액투자자들이 피해를 입게 된다면, 그건 과연 누구의 책임일까요. 아마 '모든 투자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음'이라고 하면 그만이겠죠.

기업이 자신들의 좋은 면을 띄우고, 안 좋은 면을 가리는 건 자연스런 일입니다. 그리고 기자는 안 좋은 면을 알리고, 좋은 면은 걸러서 소개하는 게 당연한 것이고요. 기업에서 제시한 긍적적인 지표를 인용할 순 있지만, 긍정적인 지표만 인용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입니다. 특히 요즘처럼 경기가 어렵고, 한 치 앞을 가늠하기 힘든 시대에는 더욱 그렇습니다. 친재벌·친기업이냐, 반재벌·반기업이냐 식의 이분법적 선택 사항이 아닙니다. 반드시 친독자여야 합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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