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심보단 민심” 보폭 넓히는 김기현…“당 안정시킬 것” [與전대②金동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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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심보단 민심” 보폭 넓히는 김기현…“당 안정시킬 것” [與전대②金동행]
  • 윤진석 기자
  • 승인 2023.03.03 15: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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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당대표 경선 후보(국민의힘)
“자존심 상하는 일도 있었지만, 당 화합 애써”
“싸움해본 야전사령관…尹총과 소통 총선 승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당을 안정시켜 총선을 승리할 적임자라고 어필하고 있다.ⓒ시사오늘
3월 8일 국민의힘 전당대회 결과가 주목되는 가운데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당을 안정시켜 총선을 승리할 적임자라고 어필하고 있다.ⓒ시사오늘

국민의힘 전당대회에 출마하는 김기현 당대표 후보와 잠시 인터뷰한 적이 있습니다. 당시 받았던 느낌은 ‘활’ 같다는 겁니다. 

재작년 원내대표 선거 때입니다. 의원실에 들어가자, 창가에 서 있던 김 후보의 뒷모습부터 보였습니다. 잠깐의 여유가 필요한 듯 차창 밖을 보고 있었습니다. 원내대표 선거는 반장 선거와도 같습니다. 의원들에게 한 표라도 더 받기 위해 동분서주했을 것이고, 설득에 나섰을 것이며 중간중간 빽빽하게 인터뷰를 잡았을 겁니다. 인기척에 자리로 돌아온 김 후보는 웃음부터 지었습니다. 피곤함이 역력하고 입에서 단내가 날 법한데 어떤 질문에도 요리조리 응대하며 탄력적으로 답했습니다. 그때 받은 인상이 ‘유연하면서도 질기고 강한 활 같다.’

이후 그에 대한 인상은 또 달라졌습니다. 이준석 당대표 체제 때는 친이준석계로 인식됐고, 윤석열 대통령 되면서는 친윤계로 불렸습니다. 태세전환이 빨라 신뢰하기 어렵다는 일각의 곱지 않은 시선이 전해졌습니다. “윤심이 김기현에 있다”는 풍문이 ‘김장연대(김기현+장제원)’를 통해 구체화 돼감에도 당심 일각에서는 여전히 못 미더워하는 목소리가 나왔습니다. 

 

“당 화합 위해”…“국민 뜻 우선”


김 후보도 이 점을 의식하고 있었는지 지난 26일 서울 노원갑 당원들을 만나면서 “나라고 왜 자존심이 안 상했겠냐”며 그간의 행보 모두가 당을 위한 처세였다는 취지로 설명해가기 시작했습니다.

“제가 원내대표했을 때 당이 꽤 시끄러웠습니다. (이준석 전 대표를 겨냥하며) 가출도 하고…. (윤석열) 대선후보에게 연습문제를 준다고 하지 않나. 참 기가 막힌 상황들이 있었습니다. 제가 중간에서 열심히 한 것 알죠? 얼마나 속이 상했겠습니까. 저도 자존심 있는 사람인데…. 그마저도 죽이고 화도 참아가면서 당이 잘 화합되는데 노력했습니다. 내년 총선도 우리가 잘해나가야지 않겠습니까.”

동의를 구하듯 당원들을 바라보자 “김기현” “김기현” “김기현” 구호가 터져 나왔습니다. 참석한 노원갑 당원들은 족히 70여 명은 돼 보였습니다. 좁다란 당협 사무실을 빼곡하게 메워 발 디딜 틈이 없었습니다. 

김 후보는 이 말은 꼭 해야겠다는 표정으로 다음 발언을 이어갔습니다. “제가 (윤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아야 한다니까 ‘대통령이 시키는 대로 하는 거냐.’ 이러더라고요?” 안철수-황교안-천하람 세 명의 후보들을 동시에 겨누며 맹종을 우려하는 일부 시각들에 대해 반박하고 싶었던 듯했습니다. 

“얼마 전 KBS TV토론회에서 대통령 뜻과 당대표가 다르면 대통령을 따르겠냐는 질문이 있었습니다. 저 혼자 X 표시하고 세 사람(안철수-황교안-천하람)은 동그라미 치더라고요. 대통령을 따르겠다고 0표 해놓고서 쓴소리하는 것이 이상하지 않습니까?” 

그러면서 “대통령과 뜻이 다르면? 국민 시키는 대로 해야죠”라며 “대통령과 대표가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만나 담판을 짓되 민심을 따라야 한다”고 쐐기를 박았습니다. 윤심에서 보폭을 넓혀 민심을 우선하는 당대표가 되겠다는 점을 수도권 당원들을 향해 적극 어필하려는 듯했습니다. 

 

대세론-조직력-스킨십 ‘눈길’


당원 교육이 있는 노원갑 당협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부터 유세단이 플래카드를 들고 김기현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시사오늘
당원 교육이 있는 노원갑 당협사무실이 있는 건물 1층부터 유세단이 플래카드를 들고 김기현 후보를 맞이하고 있다.ⓒ시사오늘

현장에서 체감된 것은 대세론과 조직력, 스킨십이었습니다. 중앙에서부터 따라붙은 20여 명 유세단은 김 후보가 오기 전부터 건물 1층 로비에서 대기하며 플래카드와 피켓이 잘 보이도록 대열을 정비했습니다. 현경병 노원갑 당협위원장과 대여섯 명의 시구의원들은 도봉구 스케줄이 지체돼 미처 도착하지 못한 김 후보를 맞이하기 위해 분주히 오갔습니다. 

당원들을 안내하는 한 여성 시의원에게 다가갔습니다. 김 후보를 지지하는 것으로 결의가 모아진 것이냐고 묻자, “그렇다”고 해왔습니다. 한 남자 구의원도 “윤석열 정부가 성공하려면 대통령과 손발이 맞아야 한다. 김 후보가 적임자”라고 주장했습니다. 

책임당원 중에서는 김경실(여·60대) 씨가 왜 지지하는지에 대해 “말을 잘해서 대표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며 “야당을 상대로 잘할 것 같다”고 전했습니다.

이윽고 김 후보가 도착했습니다. 1층 로비부터 그를 연호하는 목소리들로 쩌렁쩌렁 울렸습니다. 먼저 와서 상황을 점검하던 수행비서는 환영 인파를 향해 김 후보가 악수를 많이 해 손이 아프니 주먹 인사를 해달라고 미리 부탁했습니다. 차에서 내린 김 후보는 당원들과 사진도 찍어가며 일일이 인사하느라 숨돌릴 겨를도 없어 보였습니다. 

- 인기가 상당한데요?

“감사합니다.” 

기자의 질문에 가볍게 답한 뒤 사무실 안으로 들어가자 순식간에 환호성이 터졌습니다. 다른 당권주자들은 초대하지 않은 듯했습니다. 흡사 김 후보만을 위한 지지 모임을 방불케 했습니다. 

입담 좋은 축사 중간중간 김 후보는 현경병 당협위원장에 대해 “최고의 전략가다. 노원갑에는 현 위원장을 내세워야지, 다른 사람 내보내면 우리 주민이 얼마나 싫어하겠냐”며 추켜세웠습니다. “그러려면 누가 당대표가 돼야겠습니까?”…. “김기현”, “김기현” …. “제일 중요한 건 현경병이가 금배지를 다는 거지요? 누구라고요?” “현경병”, “현경병” 당원들이 따라 외쳤고 바통을 넘겨받은 현 위원장이 다시 “김기현” “김기현”으로 화답하며 주거니 받거니 분위기를 달궜습니다. 
 

국민의힘 노원갑 당원 교육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김기현 후보의 축사 시간에 현경병  노원갑 당협위원장이 김기현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연호하고 있다.ⓒ시사오늘
국민의힘 노원갑 당원 교육이 한창 진행 중인 가운데 김기현 후보의 축사 시간에 현경병 노원갑 당협위원장이 김기현 후보의 이름을 외치며 연호하고 있다.ⓒ시사오늘

옆에서 기회를 보던 시구의원들의 줄서기식 인증샷 경쟁도 묘한 웃음을 자아냈습니다. 김 후보야 열변을 토하느라 옆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상황을 눈치채지 못했겠지만, 한 사람씩 옆에 다가가 멀찌감치 떨어진 카메라를 응시하며 미소를 짓고 있었습니다. 좌중 사이의 누군가에게 미리 부탁해뒀는지 한 사람씩 김 후보와 함께 있는 사진을 남기려는 데 열심이었습니다. 차기 선거를 앞두고 김 후보와의 사진을 어떤 용도로 활용할지는 모르나, 그만큼 ‘김기현 대세론’이 확인되는 순간이었습니다. 

20여 분 남짓 연설한 김 후보는 “윤 대통령과 호흡이 잘 맞고 당을 안정시킬 적임자를 뽑아야 총선서 승리한다”, “싸움도 해본 사람이 잘 한다. 당의 야전사령관이 되겠다” 등을 약속하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그러면서도 “현경병 당협위원장을 많이 지지해 달라”, “당대표와 손발이 맞으려면 최고위원도 잘 뽑아야 한다. 이 자리에 참석한 민영삼-김병민 후보들한테도 큰 응원 바란다.” 앞에서 끌고 뒤에서 밀며 상부상조하는 모습을 보여줬습니다. 

잠시 인터뷰를 요청했으나 같이 온 비서관은 백브리핑 외에 따로 질문을 받지 않는다는 원칙을 캠프에서 공지로 정해놓았다며 양해해달라고 했습니다. 결국, 단답형 질답에 그쳤는데요.

- 친화력이 좋습니다. 

“예예(웃음).”

 

“결선 가든 안 가든 이긴다”


전당대회 초창기 밤낮으로 친윤 의원들을 만나고 있다는 후보가 있다는 말이 나온 적 있습니다. 김기현 후보를 가리키는 얘기였습니다. 인지도는 낮으나 스킨십을 통해 우군을 넓혀가고 있었는데요. 얼마 안 가 윤심도 김기현이라는 말이 친윤계 중심으로 주장됐고, 대통령실에서는 나경원 전 의원에 이어 안철수 후보를 향한 공세수위를 높였습니다. 기울어진 운동장 성격이 짙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음에도 연대론을 통해 몸집을 부풀려갔습니다. 친윤의 지원사격에 힘입어 처음엔 못 미더워하던 일부 당심마저 파고드는 데 성공했다는 견해입니다. 당원 100% 전당대회 룰에서는 조직력이 관건인데, 김 후보 강점인 스킨십 전략이 통했다는 분석입니다. 

정세운 정치평론가는 관련 통화에서 “김기현 후보는 당초 인지도와 존재감이 약한 데다 영남패권론 이미지가 강해 총선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친윤계 연대를 기반으로 탄력을 받은 이후 특유의 스킨십을 통해 대세를 형성해갔다”고 평했습니다. 

다만, 결선 여부가 대세론의 변수가 될 수 있다는 관점도 적지 않은 상황입니다. 김기현 캠프에서는 1차에서 끝날 거로 자신하는 분위기이지만 말입니다.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노원갑 당원교육 현장에서 결선 갈지 여부에 대해 열심히 해야죠 라고 답하고 있다.ⓒ시사오늘
김기현 당대표 후보는 노원갑 당원교육 현장에서 결선 갈지 여부에 대해 열심히 해야죠 라고 답하고 있다.ⓒ시사오늘

- 캠프에서는 결선 안 갈 거라던데요. 

“아이고. 그렇게 되도록 만들어야죠.”

김 후보는 계단을 내려가면서 답했습니다. 

앞서 김기현 이기는 캠프의 윤희석 공보총괄본부장은 지난 23일 통화에서 “결선까지 안 가고 우리가 1차에서 과반으로 끝낼 수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고 한 바 있습니다. 

지략적으로 김 후보를 도와왔던 신평 전 경북대 교수(변호사)도 지난달 19일 페이스북에서 김 후보의 승리가 무난하다고 분석했습니다. “국민의힘 80여만 책임당원 중 ‘반윤석열’은 10만 명 안팎으로 보인다. 나머지는 윤 정부의 성공을 원하는 당원들이다. 그중 2/3 가까이는 총선의 성격을 윤 대통령 중간평가로 인식하고 있다”며 “김기현 후보가 3월 8일 투표에서 과반 약간 넘는 지지율로 무난하게 당선될 가능성이 높다.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이틀 후 결선투표에서 당대표로 선출됨에 의문의 여지는 없다고 봐야 한다”고 내다봤습니다. 

문제는 당대표가 되더라도 울산 KTX 땅 의혹 관련해 더불어민주당에서 황운하 의원을 단장으로 TF팀도 재구성한 만큼 계속되는 공방에 휩싸일 소지가 다분해 보인다는 점입니다. 

김 후보에 대한 열띤 지지 분위기와 달리 현장 참석자 중 눈에 띄게 시크해 보이던 책임당원 박모(남·30대) 씨는 이 점을 꼬집었습니다. 당원 교육한다는 정보만 듣고 오게 됐다며 자신을 소개한 박 씨는 “보수의 가치는 도덕성이다. 그런 후보가 당대표 돼야 총선에서 압승할 수 있다”며 “김기현 후보는 의혹을 해명해야 한다”고 단호히 말했습니다. “민주당에서 갈수록 현미경처럼 면밀히 조사해 공세하게 될 것”이라며 “과반 의석을 해야 윤석열 정부가 동력을 얻을 수 있는데 김 후보가 당대표 됐을 경우 부동산 의혹 건이 리스크가 될 것 같다”고 걱정했습니다. 

반면에 외곽에서 김 후보를 도와온 상도동계 최경순 고문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김 후보를) 39번 영장청구 할 만큼 얼마나 집요했나. 단 한 건도 걸리지 않았다. 이렇게 깨끗한 정치인은 없다 싶어 사업을 접어두고 윤석열 대통령을 도왔고 지금도 같은 마음으로 김기현 후보를 돕고 있다”며 “김 후보는 남을 헐뜯거나 비방하지 않는다. 이런 올곧고 깨끗하고 정직한 분이 당대표가 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또 “내 고향이 정통보수의 심장 대구다. 여기서도 김기현 후보에 대한 지지세가 압도적”이라며 “두고 봐라. 1차에서 압승할 것”이라고 장담했습니다. 

한편, 김 후보는 TV 토론회 당시 내년 총선 의석수로 180석을 목표로 제시한 바 있습니다. 배웅하는 지지자들에게 둘러싸인 채 다음 일정을 위해 차에 오르는 김 후보에게 여전하냐고 물었습니다. 

“열심히 해야죠(웃음).”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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