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향배 - 민주당과 총선 [이병도의 時代架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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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향배 - 민주당과 총선 [이병도의 時代架橋]
  • 이병도 주필
  • 승인 2023.03.04 0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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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포동의안, 찬성이 많은 부결 의미
무더기 이탈표, 리더십 위기
“대통령 깡패” “법치 탈 쓴 사법사냥” 폭언
판사 앞에서 말하라
거꾸로 가는 巨野…대선불복 본색 드러내나
영장심사받는 게 떳떳해 보일 것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이병도 주필)

김진표 국회의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의결하고 있다.ⓒ연합뉴스
김진표 국회의장이 27일 국회에서 열린 본회의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의 체포동의안의 부결을 의결하고 있다.ⓒ연합뉴스

이재명 ‘사법리스크’와 민주당의 추락은 어디까지 갈 것인가. 총선까지 이어질 것인가. 이재명 대표에 대한 국회 체포동의안 처리 결과는 향후 정국에 많은 것을 시사한다. 사상 초유의 제1 야당 대표 체포영장 청구가 국회 절차에 따라 기각은 됐지만 각별한 정치적 의미를 남겼다.

분열과 약화의 실상은 드러났다. 이 대표의 사법리스크 앞에서 거대 야당은 사실상 사분오열된 상태로 추정된다. 의석분포와 투표결과는 이를 선명히 보여준다. 민주당 소속 의원이 169명이고 민주당 성향 무소속 의원이 6명인 만큼, 전원 반대표를 던졌다면 175표가 나와야 한다. 그러나, 적어도 30명 이상이 이탈한 것으로 분석된다.

뿐만 아니라, 찬성표가 반대표보다 많았다는 점에도 민주당 지도부가 충격을 받을만 하다. 이 대표 ‘사법 리스크’로 인해 당 지지율 부진이 계속되는 데다 이 대표로는 내년 4월 총선에서 승리를 자신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대거 이탈표를 부른 것으로 봐야 한다. 이른바 ‘방탄 국회’에 집요하게 매달리는 당의 모습이 국민에게 큰 실망감을 준 데 따른 현상으로 풀이된다.

‘강대강’ 기조 유지 의문

사실, 이 대표 사법리스크의 향배는 앞으로도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으로 빠져들 조짐이다. 이 대표는 검찰이 영장을 청구한 두 사건 말고도 쌍방울 대북송금 등 여러 혐의로 수사 대상에 올라있다. 앞으로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추가 소환과 조사, 체포동의 요구가 줄을 이을 전망이다. 민주당 지도부는 향후 검찰의 추가 영장청구에 과반수를 동원한 부결로 대응할 태세지만 이 대표의 당내 리더십이 타격을 입은 터라 ‘강대강’ 기조를 유지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이 대표는 성남시장으로 재직할 때 대장동 개발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성남시에 4895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를 받고 있다. 또 성남시 소재 기업들의 인허가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성남시 축구단인 성남FC에 불법으로 133억의 후원금을 내도록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 대표는 해당 혐의에 대해 자신이 받은 돈은 없다며 결백을 주장해왔다. 특히 성남FC 사건의 경우 정권교체 이전에 경찰이 불송치 결정을 내렸다는 점에서 대선 패자에 대한 정치보복이라며 강하게 맞서왔다. 그러나 이번 체포동의안 표결 결과만 놓고 보더라도 많은 동료 의원이 이 대표의 주장에 동조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난 것이다.

빨라지는 총선 시계

이번 부결 결과를 자세히 점검해 볼 필요가 있다. 이재명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은 가까스로 부결됐다. 민주당은 압도적인 표차로 부결될 것으로 믿었지만, 예상은 빗나갔다. 297명이 표결에 참석했는데 찬성 139표, 반대 138표, 기권 9표, 무효 11표였다. 체포동의안 찬성이 반대보다 많은 부결이었다.

민주당은 당론 채택 대신 ‘부결’을 총의로 정하고 표결에 임했다. 압도적 부결을 원했고 내심 자신했던 이 대표와 친명(친이재명)계로선 충격적인 뜻밖의 결과가 아닐 수 없다. 규탄 집회에 나선 의원들이 한목소리로 정권탄압 분쇄와 대동단결을 외쳤지만, 그들 중 상당수가 속으론 이 대표의 결자해지를 바라고 있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

더욱 큰 문제는 총선 시계가 빨라지고 있다는 점이다. 이 대표 방탄 논란이 격화하면서 민주당의 지지율이 하락세를 보이고, 특히 지난 총선 때 민주당이 석권한 수도권 민심이 일부 여론조사에서 국민의힘에 뒤지는 것으로 나타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제 방탄의 벽을 탄탄하게 치는 것보다 ‘사즉생’의 자세로 영장실질심사에 나가는 게 올바른 처신이라는 당내 원로들의 조언에 귀 기울여야 한다. 떳떳하다면 불체포특권에 연연할 필요가 없다. 책임 있는 정치지도자의 면모를 보일 때 길이 열리는 법이다.

최근 폭락하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 조사결과는 그 경고를 함축한다. 리얼미터가 지난 13~17일 전국 18세 이상 2504명을 조사한 결과(표본오차 95% 신뢰수준 ±2.0%포인트) 민주당 지지율은 39.9%, 국민의힘은 45.0%였다. 두 당의 격차는 오차범위 밖이다. 한국리서치·엠브레인퍼블릭·케이스탯리서치·코리아리서치가 13∼15일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전국지표조사(NBS)에서도 민주당은 26%로, 국민의힘(39%)에 13%포인트 뒤졌다.

무차별적 ‘언어폭력’

‘이재명 사법리스크’ 중간에는 파장을 일으킨 이 대표의 무차별적 '언어폭력' 사태도 있었다. 대통령을 '깡패'로 칭한것이 대표적 예다. 책임있는 공인(公人)으로서의 자세를 비롯 인성(人性) 문제에 이르기까지 논란이 간단치 않았다. 野黨人의 길에 대한 근본적 의문도 제기됐다.

이 대표는 최근들어 부쩍 여론전에 매진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입이 거칠어지는 모습이 확연하다. 자신의 비리 혐의를 구체적으로 적시한 170쪽짜리 공소장 공개가 발단이라는 관측들이다. 즉, ‘정적 제거’라는 여론전이 잘 먹히지 않는다는 초조함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까지 있다.

이 대표가 윤석열 정부와 검찰을 맹비난하는 것은 소속 의원들에게 체포동의안 부결을 압박하는 효과를 겨낭한 것이기도 할것이다. 당당하게 영장실질심사에 응해 무혐의를 입증할 생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야당 탄압’ 프레임을 앞세워 덮으려고만 하고 있는 셈이다.

현 정권에만 화살을 돌리는 적반하장

이 대표는 “수사권을 가지고 보복하면 그게 깡패지 검사겠나. 국가권력을 가지고 장난하면 그게 깡패지 대통령이겠나”라며 윤석열 대통령을 ‘깡패’라고 했다. 심각한 ‘언어폭력’이다. 최소한의 근거도 없이 이런 막말을 뱉어 내는 것은 여러가지 측면에서 의혹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제1야당 대표가 지녀야 할 품격의 부재를 넘어 인성(人性)까지 의심받을 수 있는 것이다.

표현의 자유가 보장된 대한민국이라지만 대형 토착비리 피의자가 대통령을 깡패에 빗댄 건 정치사에서 찾아보기 힘든 저질 막말이 아닐 수 없다.

이 대표는 ‘깡패’ 근거로 275차례 압수수색을 들었다. 그러나 대장동 의혹은 민주당 대선 경선 때 촉발했다. 관련 수사가 시작된 것도 문재인 정권 때부터다. 압수수색 영장도 김명수 대법원장 체제의 법원에서 발부됐고, 분신과 복심은 구속됐다. 그런데도 오로지 현 정권에만 화살을 돌리는 것은 적반하장식이다.

국민 삶과 관련없는 ‘방탄’에 집중

이 대표의 말을 보면, 표현의 정당성을 뒷받힘할 팩트는 전무하고 표현만 강할 뿐이다. 말이 강해 진다고 표현이 강해지는 것은 아니다. 이 대표는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이 일상이 돼 가고 있는 폭력의 시대”라며 “주어진 권력을 국민과 국가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적 이익을 위해서, 또 정적 제거를 위해서, 권력 강화를 위해서 남용하는 것은 범죄행위”라고 했다. 자신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법치의 탈을 쓴 사법 사냥으로, 범죄행위라는 것이다.

이 대표는 “성남FC 사건은 무혐의로 됐다가 대통령 선거 후 재수사가 이뤄졌고, 구속할 중대 사건으로 바뀌었으며 대장동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의심스러운 사건을 전 정권이 덮었을 가능성은 언급하지 않고 정권이 바뀌었으니 보복 차원에서 재수사를 한다는 것은 억지다.

이 대표는 영장실질심사에 응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서도 “강도와 깡패들이 날뛰는 무법천지가 되면 담장이 있어야 하고 대문도 닫아야 한다”며 의원 불체포 특권을 이용하는 것을 합리화했다. 정치 지도자로서 지켜야 할 최소한의 품격도, 합리성도 갖추지 못했다. 아무리 궁지에 몰려도 선거를 통해 선출된 대통령을 향해 이런 식으로 말을 하는 것은 국민 모욕과 다를 바 없다.

민주당도 최소한의 예의가 없다. “독재정권의 최후 발악”(박찬대 최고위원) “극악무도”(김의겸 대변인) 등의 무도한 발언들이 일상적으로 튀어나온다.

“내일의 문제에 대한 체계적 논쟁 없어”

대한민국 헌법 제11조는 “모든 국민은 법 앞에 평등하다”고 규정하고 있다. 야당 대표라도 법을 어긴 의혹이 있다면 상응한 수사와 형사 절차를 밟는 게 순리다.

부정을 저질렀다면 누구나 사법의 심판을 받는다. 이 대표에 대한 검찰의 수사는 대표가 되기 전의 개인 비리에 대한 것이다. 이를 수사해 처벌하지 못한다면 법치 국가가 아니다. ‘사적인 이익’ ‘정적 제거’ ‘권력 강화’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국민들이 민주당에 기대하는 것은 개인 비리 방탄과 얄팍한 포퓰리즘 입법이 아니라 당리당략보다 국익을 우선시하고 법치를 존중하는 공당의 자세다. 최근 급락하고 있는 민주당 지지율은 당이 거꾸로 가고 있음을 말해준다.

이같은 국가사회적 분위기와 관련, 원로 언론인 김병익씨(전 한국기자협회장)는 정신자세를 경고한다. “지금 우리의 정신세계는 혼란하고 피폐하다. 우리는 너무 급하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품격을 잃었고 부끄러움 없이 허세를 부리고 두려움 없이 세상을 접하며 스스로 영혼의 근육을 파괴해 왔다. 문화적 허욕과 사회적 무책임, 정치적 팬덤화, 여론 언론의 경망스러움을 키워오며 우리의 자화상을 만들었다. 이것이야 말로 지나치게 빠른 성장이 치르는 허망한 대가이며 성찰의 고통없이 이룬 욕망의 속모습이다. 이제 품위있는 문화를 위한 사회교육, 그리고 준절한 예의사회를 키워나가 위한 문화 훈련이 필요하다.”

또 정덕구씨(전 산업자원부 장관)는 오늘의 정치문화를 이렇게 지적한다. “점점 품격이 상실된 상태로 빠져들고 있는 정치권에서 문제의식의 해법을 구하는 것은 연목구어가 됐다. 그들은 자신의 칼의 크기에 부심하며, 본질적인 문제 앞에서는 몸을 숨겨왔기 때문이다. 그러다보니 한국에는 오늘에 대한 성찰과 깨달음도 보이지 않고 내일의 문제에 대한 체계적 논쟁도 보이지 않는다.”

 

이병도는…

부산고·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 1979년 동양통신 정치부 기자로 출발한 후, 연합뉴스 정치·경제·외신부 기자·차장, YTN 차장, 평화방송(PBC) 정경부장, 가톨릭 출판사 편집주간을 지냈다. 연합뉴스 재직 중에는 한국기자협회 부회장으로 일했고, '홍콩 유령바이어 사기사건' 보도로 특종상을 수상했다. 일본 FOREIGN PRESS CENTER 초청으로 자민당을 연구하였고, 남북회담 취재차 평양을 방문하였다. 저서로는 <6공해제(解題)>, <YS 대권전쟁>, <최후의 승자>, <영원한 승부사>, <대한민국 60년>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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