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 양심에 맡긴 코로나 공항 방역…비행기 안은 괜찮을까?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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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 양심에 맡긴 코로나 공항 방역…비행기 안은 괜찮을까? [기자수첩]
  • 편슬기 기자
  • 승인 2023.03.03 17: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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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꺼진 불도 다시 보자'…코로나19 종식까지 방역 신중 기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편슬기 기자]

지난 1월 1일 인천공항검역소에서 받은 코로나19 확진 문자. ⓒ 시사오늘 편슬기 기자
지난 1월 1일 인천공항검역소에서 받은 코로나19 확진 문자. ⓒ 시사오늘 편슬기 기자

지난해 크리스마스와 신년 시즌에 맞춰 유럽으로 여행을 다녀왔습니다. 독일과 오스트리아, 체코, 헝가리 등 많은 지역을 들리며 유럽의 크리스마스와 연말 분위기를 즐기고 비행기 안에서 신년을 맞이하는 스케줄이었죠.

물론 3년 만의 꿈같은 해외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는 길엔 공항에서 예상치 못한 선물도 받게 됐습니다. 바로 코로나19 양성이라는 귀국 선물이었습니다.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철저한 개인 방역을 통해 코로나를 방어해왔습니다. 항상 '음성'이었는데 귀국하자마자 공항 검역소로부터 코로나19 '양성' 확인 문자를 받으니 심경이 복잡해지더군요.

단순히 코로나19에 걸렸기 때문만은 아닙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공항에서 인천공항까지 돌아오는 13시간의 장거리 비행에서 사방에서 들려왔던 기침 소리가 마음에 걸려서입니다. 사실 기자수첩을 쓰기로 한 것도 이 때문입니다. 

독일로 향하는 내내 고요했던 출국편과는 달리 귀국편에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잔기침, 마른 기침, 가래가 들끓는 기침 소리가 여기저기서 울렸습니다. 누가 봐도 '유증상'에 해당하는 사람들은 열댓 명을 넘어 보였죠. 꽤 많은 인원이 PCR 검사를 받겠구나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제 추측이 틀렸다는 걸 알기까진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습니다.

인천공항 도착을 1시간쯤 앞뒀을 무렵, 승무원들에게서 종이 2장을 받았습니다. 하나는 익숙한 세관 신고서, 나머지는 건강상태질문서라고 적힌 노란색 종이였습니다. 최근 2주일 내 코로나19 관련 증상이 있었는지를 승객이 직접 체크할 수 있도록 한 검역 절차였습니다.

건강상태질문서를 받은 뒤엔 자신의 상태에 해당하는 사항을 체크하고, 이를 소지했다가 검역소에 제시해야 합니다. 만약 △기침 △열 △인후통 등의 증상에 체크했다면 검역소 직원의 안내에 따라 PCR 검사를 받게 됩니다. 코로나19에 걸렸는 지 여부는 핸드폰 문자로 통지됩니다. 이를 허위로 기입했을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습니다.

저는 여행 중 인후통과 기침 증상을 겪었기에 당연히 체크박스에 표기를 했죠. 검역소에선 곧바로 PCR 검사장으로 인도하더군요. 그런데 대기실에는 저를 비롯한 비슷한 연령대의 여성 한 분이 전부였습니다.

해당 항공편은 495명의 승객이 탑승할 수 있는 기체로, 당시 제 기억으로는 거의 만석에 가까웠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겨우 2명만 PCR 검사를 받으러 왔다니, 나머지 인원들은 무증상으로 체크했다는 소리겠죠. 

공항 검역을 오로지 승객의 '양심'에 맡기고 있는 상황임을 알 수 있었습니다. 건강상태 질문서를 허위로 기입한 입국자들을 잡아내는 시스템이 존재하는지조차 의문이 들더군요. 입국자들의 작성 내용 또한 신뢰하기 어려워 보이네요. 이런 허점 투성이 방역, 이대로 괜찮을까요?

코로나19 감염세가 약해지고, 실내 마스크 제한까지 풀린 마당에 왜 혼자만 유난을 떠냐 반문할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중국발 항공편 입국 제한도 사라지고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인들도 부쩍 늘어난 요즘, 걱정을 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꺼진 불도 다시 보자'란 말처럼 코로나19가 종식에 가까워졌다고 생각하는 지금이야말로 방역에 신중을 기해야 하는 때가 아닐까 싶습니다.

담당업무 : IT, 통신, 전기전자 / 항공, 물류를 담당합니다
좌우명 : Do or do not There is no t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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