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복잡한 속내 [취재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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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 바라보는 국민의힘의 복잡한 속내 [취재일기]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3.06 1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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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구전략 모색하는 野…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구도로 총선 치르면 與 우세 장담 못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퇴를 바라고 있을까. ⓒ연합뉴스
국민의힘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사퇴를 바라고 있을까. ⓒ연합뉴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이 끝난 후, <시사오늘>과 만난 정치권 관계자는 “국민의힘도 가슴을 쓸어내렸겠다”며 껄껄 웃었습니다. 의아했습니다. ‘이재명 대표야 그렇다 해도, 국민의힘이 왜 가슴을 쓸어내렸을까? 국민의힘은 이 대표 체제가 무너져서 민주당에 대한 여론이 악화되는 게 유리하지 않을까?’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 기자에게, 이 관계자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우리나라 정치 지형은 진보와 보수가 40 대 40으로 굳어져버렸다. 잠깐 빠질 수는 있어도, 결국 40 대 40으로 복원된다. 그러면 결국 중요한 건 타이밍이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상대 지지율을 떨어뜨려야 의미가 있다.

그런데 지금 이 대표 체제가 무너지면 민주당은 다시 지지율 40을 복원할 시간을 벌게 된다. 비대위(비상대책위원회)가 출범할 텐데, 그 과정에서야 친문이니 친명이니 하면서 시끄럽겠지만 일단 들어서고 총선 준비가 시작되면 일사불란하게 움직일 거다. 그러면 지지율 40은 돌아온다. 거기서부터는 정권 중간평가 정국인데, 그러면 국민의힘이 유리할 게 없지 않겠나.”

이 대표가 민주당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평가는 야권 내부에서도 심심찮게 들립니다. 조응천 의원은 KBS <최경영의 최강시사>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당 내 이탈표에 대해 “방탄 프레임에 딱 갇혀서 꼼짝달싹 못 하니 그런 것”이라며 “총선까지 이게 이어진다면 어떻게 되나 하는 위기의식, 절박감의 농도가 진해진 것들이 반영되지 않았을까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민주당 초선 의원실 관계자 역시 “누가 봐도 정부여당이 방탄 프레임으로 총선을 치르려고 하는 게 보이지만 대응 전략이 없다”면서 “윤석열 정부가 잘 하고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데, 모든 이슈가 사법리스크 쪽으로 빨려 들어가니 이 문제가 정리될 때까지는 손 놓고 있을 수밖에 없다”며 허탈하게 웃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보다 이른 시점에 민주당이 ‘사법리스크 정국’을 해소하려는 움직임을 보이자 국민의힘 측도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다는 후문입니다. 당초 국민의힘은 내년 총선 때까지 ‘이재명 체제’가 이어질 것으로 봤습니다. 이 대표가 차기 총선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해 ‘대권 재도전’을 하려는 욕심을 숨기지 않았으므로, 당장 공천이 급한 민주당 의원들 역시 이재명 체제 연장에 동의하리라고 예상했습니다.

하지만 생각보다 민주당 내 이탈표가 많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국민의힘도 ‘플랜B’를 준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옵니다. 민주당이 이 대표와 거리를 둘 경우 다음 총선은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구도로 치러질 가능성이 높은 만큼, ‘포스트 사법리스크 정국’에서 중도층 표를 끌어올 수 있는 새로운 논리가 필요하다는 겁니다.

여권 관계자 역시 “역대 선거를 보면 정권 초에는 여당이 유리했다. 민주당이 이 대표를 정리한다고 해도 꼭 야당이 유리하다고 보기는 어렵다. 정권 초에는 견제 심리보다 안정 심리가 강하기 때문”이라면서도 “민주당이 좀 빨리 움직이는 건 맞는 것 같고, 이게 여당 입장에서 꼭 좋은 일은 아닌 것도 맞는 소리”라고 했습니다.

실제로 <한국갤럽>이 2월 28일과 3월 2일에 실시해 3월 3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를 보면, 윤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본 응답자는 36%에 그쳤습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은 55%에 달했습니다. 때문에 일각에선 차기 총선이 윤석열 정부 중간평가 성격을 띠게 되면 여당 우위의 현재 구도가 순식간에 뒤집힐 수도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더욱이 윤 대통령 직무 수행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사람의 11%가 공정·정의·원칙, 6%가 부정부패·비리척결을 이유로 꼽았습니다. 반면 부정 평가 이유로는 경제·민생·물가가 14%, 인사가 10%, 외교가 9%를 차지했습니다. 긍정 평가의 상당 부분이 사정(司正) 정국과, 부정 평가의 대부분이 민생과 연관된 겁니다. 이 대표 문제가 해결되면 구도가 뒤바뀔 수도 있다는 관측은 여기서 비롯됩니다.

앞선 정치권 관계자도 “선거공학적으로만 보면 지금 같은 정국이 총선 때까지 지속되는 게 국민의힘한테 유리하겠지만, 이건 국민들한테 못할 짓이다. 민주당이 빨리 해결하는 게 옳다”면서 “국민의힘도 계속 이 문제를 끌고 가서 이기려는 생각은 하지 말고, 경제 문제를 해결해서 국민들한테 좋은 평가를 받으려는 노력을 해야할 때”라고 지적했습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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