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눈 파는 은행들…배달앱·알뜰폰 뛰어든 까닭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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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눈 파는 은행들…배달앱·알뜰폰 뛰어든 까닭 [고수현의 금융속풀이]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3.08 18: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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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국민·신한은행, 이종산업 진출
결합 서비스로 소비자 편익 제고
비금융정보 확보 목적도 있을 듯
씬파일러 대안신용평가모델 부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은행권이 알뜰폰, 배달앱 등 이종산업에 진출하고 있다. 이는 금융과 비금융 결합 혁신 서비스를 통한 금융 소비자 편익 증인 목적도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비금융데이터 확보를 꾀하려는 것으로 보인다. ⓒ시사오늘 이근

은행업권의 핵심은 누가 뭐래도 여수신 사업입니다. 예적금 통장을 통해 고객들에게서 유치한 자금을 대출을 통해 다른 고객에게 빌려주고 그 이자를 받는 게 은행업의 수익원이죠.

이런 은행이 배달앱을 운영한다거나 알뜰폰(요금제)을 판다면, 선뜻 이해가 가지 않을 것입니다. 애당초 은행은 금융업이 아닌 다른 산업을 할 수 없도록 제한을 받고 있죠.

하지만 KB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알뜰폰 브랜드 ‘리브엠(Liiv M)’과 배달플랫폼 ‘땡겨요’를 각각 운영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이들이 법을 위반한 건 아닙니다. 규제 샌드박스를 통해 예외적으로 특례 규정을 적용받아 합법적으로 사업을 영위하고 있죠.

그렇다면 이들은 왜 다른 시장에 뛰어든 것일까요?

일각에서는 ‘이자장사’ 비판과 정부의 예대마진 축소에 대응한 사업(수익) 다각화 전략이 아니냐고 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수익성이 주요 목적이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이들 은행들도 수익 창출이 이유는 아니라고 말하죠.

국내 금융사 최초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한 국민은행의 경우 합리적 가격의 요금제와 편리하고 안전한 금융거래가 가능한 금융·통신 종합 플랫폼이라고 강조합니다.

신한은행은 한 발 더 나아가 배달 플랫폼 ‘땡겨요’와 관련해 공개적으로 수익성 목적이 아니라고 선을 긋기도 했죠.

실제로 지난해 12월 30일 한용구 당시 신임행장은 취임 기자간담회에서 재무적 성과로 판단할 게 아니라고 했죠. 그는 ‘땡겨요’를 두고 상생 생태계를 만드는 하나의 큰 시도라고 자평했습니다. 한 전 행장은 건강상 사유로 사임했지만, 후임 행장인 정상혁 행장 체제 하에서도 이 같은 큰 흐름은 바뀌지 않을 것입니다. ‘땡겨요’ 사업의 진두지휘를 맡은 게 진옥동 신임회장 내정자이기 때문이죠.

자, 앞서 대외적인 이유를 살펴봤다면 지금부터는 조금 더 내밀한 속사정을 들여다 볼 차례입니다.

국민은행 공시에 따르면 리브엠의 금융·통신 융합서비스로는 △개인정보 유심(USIM) 보관 서비스 △유심 내 KB모바일인증서 저장 서비스 △‘The주는 Liiv M 적금’ 연계 ‘The주는 LTE요금제’ 등이 있습니다. 대출 상품과 결합해 리브엠 고객을 국민은행 고객으로 끌어들이는 유인효과를 꾀하고 있죠.

신한은행 역시 배달앱 가맹점주를 대상으로 한 대출상품을 내놓으면서 고객 확보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죠.

향후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각 플랫폼에서 축적된 데이터를 활용할 가능성도 열려있습니다.

그 이유는 간단합니다. 이 같은 정보가 곧 자산이 되기 때문이죠.

현재 은행업을 포함한 금융권 안팎에서는 데이터 확보 전쟁이 한창입니다. 특히 기존 은행이 갖고 있는 고객 관련 금융데이터가 아닌 비금융 데이터도 중요한 확보 대상이 되고 있죠.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은 은행업권이 자체적으로 구하기 어려운 이종산업 데이터를 확보할 수단을 갖고 있는 셈이죠. 이 같은 정보의 활용가치는 무궁무진합니다.

예를 들어 은행이 갖고 있는 금융 신용정보가 부족해 대출불가 대상인 고객이더라도 다른 정보를 통해 신용도를 평가해 대출을 실행할 수도 있겠죠. 흔히 사회초년생이나 전업주부 등 금융이력이 부족한 이들이 혜택 대상이 되겠죠. 전문용어로 이들을 가리켜 씬파일러(Thin Filer)라고 부릅니다.

이 같은 씬파일러는 은행 입장에서 양날의 검과 같습니다. 이들에게 대출을 실행해 이자와 원금을 받을 수 있다면 이익이 극대화되지만, 만약 원금 회수가 되지 않을 경우 은행이 그 부채를 떠안게 되죠. 이때 필요한 게 바로 비금융 데이터입니다. 금융 정보를 기반으로 한 기존 신용평가모델 외 비금융정보를 바탕으로 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씬파일러에 적용한다면 위험 부담을 줄일 수 있죠.

문제는 데이터의 질과 양입니다. 시장 점유율이 높고 고객이 많을수록 확보한 데이터의 가치가 제고되죠. ‘리브엠’보다 뒤늦게 나온 ‘땡겨요’의 경우 배달플랫폼 시장을 장악한 배달의민족에 밀려 이렇다할 점유율을 보이고 있지는 못하죠. 한정적인 데이터만으로는 씬파일러를 대상으로 한 대안신용평가모델을 개발할 수 없습니다.

이 때문에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본격적인 데이터 활용을 위해서는 다소 시간이 필요할 전망입니다.

결론적으로, 이들 은행의 비금융 산업 진출은 자체적으로 비금융 데이터를 확보하기 위한 장기적인 전략인 셈이죠. 이를 위해 기꺼이 비용과 시간을 들여서라도요.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좌우명 : 기자가 똑똑해지면 사회는 더욱 풍요로워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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