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 여성의 날과 여성전용보험…시대 따라 보험도 변한다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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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여성의 날과 여성전용보험…시대 따라 보험도 변한다 [옛날신문보기]
  • 유채리 기자
  • 승인 2023.03.09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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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본적 암 보장부터 운전자 보험·커리어우먼 보험까지
강력범죄·다이어트·성형수술 지원해주는 보험도 출시
최근에는 연금·운전자보험만…편견 재생산 지양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3월 8일은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기 위해 벌인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시사오늘은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일상과 일생에 관련 있는 보험, 그 중에서도 ‘여성전용보험’ 통해 변화의 궤적을 따라가보았다. ⓒ 시사오늘 김유종
3월 8일은 미국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기 위해 벌인 시위를 기념하기 위해 제정됐다. 시사오늘은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일상과 일생에 관련 있는 보험, 그 중에서도 ‘여성전용보험’을 통해 변화의 궤적을 따라가보았다. ⓒ 시사오늘 김유종

3월 8일. 국제 여성의 날이다. 1908년 3월 8일, 미국에서 여성 노동자들이 근로여건 개선과 참정권을 요구하며 시위를 벌인 것에서 시작됐다. 미국에서는 1920년 연방정부의 헌법수정안이 상·하원을 통과함으로써 21세 여성이 참정권을 행사할 수 있게 됐다.

한국은 그보다는 늦은 1948년 국민의 평등권과 선거권·피선거권을 담은 헌법이 제정되며 남녀의 평등한 참정권이 인정됐다.

이후 개개인을 둘러싼 환경과 사회, 시대에 많은 변화가 있었다. <시사오늘>은 국제 여성의 날을 기념해 일상과 일생에 관련 있는 보험, 그 중에서도 ‘여성전용보험’ 통해 변화의 궤적을 따라가 보려 한다.

여성전용보험의 포문을 연 상품은 대한생명의 ‘레이디 암보험’이다.

대한생명은 여성의 자궁암과 유방암을 보장해 주는 ‘레이디암보험’ 등 성별 특화상품을 새로 개발, 7일부터 시판에 들어간다고 6일 밝혔다.

1995년 2월 6일 <연합뉴스> 大韓生命, 암 보험 2종 시판

가장 기본적인 보장을 해주는 데 불과했지만 당시로서는 ‘뉴노멀’이었다. 상품을 출시한 1995년, 신계약 건수를 기준으로 삼성생명 암보험 상품 뒤를 이어 판매 건수가 가장 많았다.

이후 보다 보장 범위를 확대한 보험 상품이 출시되기 시작했다.

삼성생명은 30일 여성들이 걸리기 쉬운 12대 질환을 집중 보장하는 여성 전용 보장성 상품인 여성시대 건강보험을 다음달 2일부터 시판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자궁·유방·난소암, 골다공증 등 여성 12대 질환에 대한 진단, 수술, 입원 치료비 등을 지급한다.

1998년 1월 30일 <문화일보> 삼성생명, ‘여성시대 건강보험’ 시판

2000년에 들어서면서부터 여성전용운전자보험 상품이 나왔다.

삼성화재는 4일 여성을 위한 운전자보험인 ‘센스있는 여성운전자보험’을 개발, 이날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중략) 삼성화재는 이 상품 가입자를 위한 여성전용 사고 상담 핫라인을 개설·운영한다. 상품은 운전이 많은 여성을 위한 표준형과 △쇼핑 △주말나들이 △자녀 등·하교 용도로 운전하는 여성들을 위해 표준형보다 29% 보험료가 싼 ‘슬림형’ 등 두 종류가 있다.

2000년 9월 4일 <매일경제> 삼성화재, ‘센스있는 여성운전자보험 판매’

제일화재는 오는 9일부터 여성운전자만을 위한 ‘퍼스트 레이디 운전자보험’ 과 자가용 운전자를 위한 ‘퍼스트 클래스 운전자보험’등 신상품 2종을 판매한다고 8일 밝혔다. (중략) 특히 여성운전자들이 아파트 단지나 주차장 내에서 운전 미숙으로 흔히 발생할 수 있는 차량·기물파손 등의 손해와 자동차 사고 시 동승한 어린 자녀들의 상해 및 성형비용을 보장하는 등 여성운전자만의 위험을 적극적으로 보장한 것이 이 상품의 특징이다.

2002년 1월 8일 <머니투데이> 제일화재, 여성전용 운전자보험 출시

2000년에 들어서 여성 전용 운전자보험이 출시되기 시작한 배경에는 운전면허를 소지한 여성 비율 증가가 있다. 한국여성개발원의 ‘여성 통근자 3명 중 1명은 ‘뚜벅이’ : 여성의 교통수단 이용’에 따르면 1976년에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는 1.8%에 불과했는데 1999년에는 30%대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여성 운전면허 소지자의 증가는 여성 사회진출이 활발하게 일어나게 된 원인이자 결과로 볼 수 있다. 한국노동연구원의 ‘여성 노동시장의 특징과 최근 변화’ 연구를 참고하면 1996년 이전까지 15세 이상 고용률에서 남성이 여성의 거의 2~3배였다. 1997년 외환위기 당시, 여성과 남성 모두 고용률이 급격히 하락했으나 이후 회복하기 시작했고 여성과 남성의 고용률이 비슷한 수준이 됐다. 보험사들도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움직였다.

동양화재는 사무직 직장인에게만 판매하는 인터넷전용보험상품을 판매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사무직 직장인만을 가입대상으로 한정한 것으로 남성용인 ‘생생직장인플랜’과 여성용인 ‘커리어우먼플랜’으로 나뉘어 판매된다. (중략) 20∼40대 사무직 직장인들에게 위험요소로 노출돼 있는 과로사의 경우에는 최고 1000만 원을 지급하며 사망후유장해의 경우 최고 4000만 원까지 보장한다.

2002년 2월 19일 <매일경제> 동양화재, 인터넷 전용보험상품 판매

언론과 보험업계는 여성전용 상품의 증가를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나고 그로 인한 경제력이 상승해서라고 분석했다.

여성보험 판매가 증가한 것은 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이 50%에 육박할 정도로 사회진출이 크게 늘었기 때문입니다.

2004년 09월 28일 <SBS> ‘여성전용보험 3년새 2배 급증’

손보사 관계자는 “여성전용 보험은 가정에서 소비의 주도권을 갖고 있는 여성들의 보험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 놓아 다른 상품의 매출 증대도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2004년 3월 15일 <서울경제> [새봄맞이 보험설계] (여성보험) 보험 ‘여성마케팅’ 바람

눈에 띄는 점은 강력범죄 피해보장, 다이어트를 보장하는 보험 등도 있었다는 것이다.

성폭행 등 강력 범죄로 인한 피해를 보장해주는 여성전용보험이 국내에서 첫 선을 보인다. SK생명은 골다공증 등 여성 질병뿐 아니라 폭행 상해 강도 등의 강력범죄 피해에 대해서도 보장하는 ‘여성사랑 건강보험’을 개발, 새해 1월 4일부터 판매한다고 발표했다.

1998년 12월 30일 <한국경제> 성폭행도 보험보장…SK생명 ‘여성보험’ 내놔

동양화재는 27일 국내 최초급으로 다이어트로 인한 각종 위험을 보장하는 ‘다이어트보험’을 개발, 시판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이 상품은 아름다움의 기준이 서구화되면서 많은 여성들이 비만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무리하게 살을 빼다가 심각한 부작용을 겪고 있는 현실을 착안해 만든 다이어트 여성전용 보험이다.

2002년 2월 27일 <머니투데이> 동양화재, 여성전용 다이어트보험 시판

이때 여성을 대상으로 교통사고로 인해 생긴 상해로 성형 수술을 받을 경우, 지원금이나 위로금을 지급하는 특약·상품 등도 잇달아 출시됐다.

LG화재는 업계 최초로 여성운전자를 위해 ‘레이디 특약’도 신설했다. 여성운전자가 자동차사고를 당하면 건강회복지원금·성형지원금·치아보철지원금·육아지원금 등을 지원한다.

2000년 8월 14일 <한국경제> LG화재, 성형지원 등 레이디 특약 신설

현대해상이 판매하는 ‘여성파워 운전자상해보험’은 아파트 단지 내 주차장에서 상해 담보와 강력범죄 위로금 등을 보장하는 게 특징이다. 자동차 사고로 인해 성형 수술을 받을 경우에도 백만 원의 위로금을 지급한다.

2002년 5월 22일 <한국경제> 여성전용 보험상품 ‘전성시대’…성형 지원금 등 보장

성형 관련 보장이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다. 이는 당시의 문화적 분위기와 관련지어 이해할 수 있다. 2000년대 초반은 베이비붐 세대의 자녀인 X세대가 청년인 시기다. 최샛별 이화여대 교수에 따르면 X세대는 정치적으로는 광주민주화운동, 6월 민주항쟁 등 굵직한 역사적 사건과 IMF 위기와 한국의 OECD 가입이라는 경제적 사건을 경험했다. 이와 더불어 통금 해제(1982년), KBS 컬러 TV 첫 방영(1980), UN가입(1991), 하이텔 PC통신 시작(1996)과 같은 정보화 시대를 맞이했다.

이들은 탈정치, 탈이념, 탈권위 특징을 가지고 새로운 문화를 만들어 내는 모습을 보였다. 그래서인지 연예 사업 역시 인기를 끌었다.

과거 젊은이들의 꿈은 대통령이나 장군이었다. 지금은 다르다. 그들은 브라운관이나 스크린속의 스타가 되고 싶어 한다. 연예인을 꿈꾸는 아이들은 가수나 배우를 뽑는 오디션장에 몰려 든다. 오디션 열풍이다.

2002년 2월 5일 <매일경제> 나도 배우 되고 싶은데…연예아카데미 뜬다

동시에 연예인들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기에 특히 여성을 대상으로 한 성형 지원금, 다이어트 보장 보험 등이 생겨난 것으로 보인다.

서울 여의도 방송가에 다이어트 열풍이 거세다. 몸 관리는 전부터 기본적인 자기 관리로 통해 왔지만, 최근의 감량 바람은 그야말로 들불처럼 번지고 있다. 특히 탤런트 박철, 코미디언 이영자의 다이어트 성공담은 이 열풍에 불을 지폈다.

2001년 5월 8일 <동아일보> 방송가에 부는 ‘다이어트’ 열풍

이처럼 ‘이런 것까지 보장해준다고?’ 싶은 보험도 있을 정도로 다양한 여성전용보험 상품이 출시됐지만 2000년대 극 초반 이후로는 여성전용보험 상품을 자취를 감추기 시작했다.

보험사들이 판매하는 여성전용보험상품이 대부분 판매가 중단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의 절반인 여성을 대상으로 집중 마케팅을 벌이는 일명 ‘절반 마케팅’이 예상보다 수익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중략) 여성전용보험이 기존의 상품과 크게 다를 바 없어 인기가 없다는 지적도 있다.

2010년 4월 6일 <뉴스토마토> 여성전용보험 대부분 판매중단

최근에도 드물게 여성전용보험이 나오기는 하지만 주로 운전자보험, 연금보험 형태다. 커리어우먼 보험, 다이어트 보험 등은 갑작스레 자취를 감춘 모양새다.

이는 사회가 변화하며 보험도 그 영향을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커리어우먼’이라는 말이 무의미해질 정도로 여성의 직장생활이 당연해졌고 일률적인 미적 기준도 보다 자유로워졌다. 그로 인한 특정 성별만을 타깃으로 한 상품 수요 감소와 수익성 저하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사회와 시대의 변화에 따라 보험도 변화해왔다. 앞으로도 변화는 계속될 것이다. 그러나 과거처럼 특정한 성별에 대한 사회적인 편견과 관습을 반영하는 보험 상품 출시는 지양해야 하는 방향이라고 할 수 있다.

이를 위해 보험업계는 단순히 수익성만을 기준으로 상품을 출시해 선입견을 재생산하기보다는 보편과 평등을 추구하는 적극적인 주체로서 고민하고 행동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보험·저축은행 담당)
좌우명 : 타인의 신발 신어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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