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캠프를 가다②>문재인, ´올 것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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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캠프를 가다②>문재인, ´올 것이 왔다…?!´
  • 윤진석 기자
  • 승인 2012.11.10 13: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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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캠프 취재 일지, 安측 말에 명암(明暗) 교차…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윤진석 기자]

TV 9시 뉴스가 달라졌다. 신문도 달라졌다. 정치권 첫 화면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가 아니다. 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후보가 먼저다. 신문 메인 탑도 문-안이 장식한다. 18대 대통령 선거 D-43. 양 후보 간 첫 회동이 있은 후 달라진 매체 풍경이랄까. 이들의 만남이 블랙홀 같이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최근 이슈의 중심은 박근혜-문재인 후보였다. 투표시간 연장 법안과 국고보조금 미지급 법안을 놓고 정당 간 설전이 오갔다. 정책행보, 정치개혁에 방점을 찍은 안 후보는 소외됐다. 하지만, 다시금 이슈 한 가운데 들어왔다. 단독회동 위력이 낳은 결과다. 그 시기 박 후보는 정치쇄신안을 발표했다. TV를 본 한 시민은 “초라해 보였다”고 말했다. 옆 동행자는 핀잔 섞인 말투로 "에이. 그건 오버지"라고 했다. 그러자 시민 왈, “그렇게 보였다니까”.

D- 44, D-43, D-42. 문재인 안철수 단독회동 전후로 양 측의 캠프를 둘러봤다. 대선 분기점을 맞은 각 캠프 표정은 완전히 밝지도, 그렇다고 경색돼있지도 않았다. 어수선함과 긴장감이 교차했지만, 갈피를 잡아가는 분위기. 아래는 취재 끼적임이라고 해두자. 시간은 대략 적었다. <편집자 주>

[D-44] 11월 5일

ⓒ시사오늘.
PM 2 : 00  설문지 들고 문 캠프로.

영등포시장역 4번 출구로 나와 오른쪽으로 몸을 틀면 한적하고 허름한 대로변이 나온다. 유동 인구 유입이 많지 않아서인지 가게들도 조용하다. 그 길을 따라 작은 보폭으로 5분 남짓 걸으면 민주통합당 당사가 보인다. 국회 앞 여의도는 정치 2번지 쯤 된다고 하는데, 이곳은 몇 번지나 되는지.

문 캠프 관계자들은 영등포시장 상인들을 자주 만나러 올지 순간 궁금했다. 그렇다고 그 질문을 한 건 아니다. 이곳 상인들의 숙원은 뭔지. 잡곡 파는 한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여기 있지만 욕지거리 나와요. 구청에서는 돈이 없다고 개발 못하고 있어요. 영등포시장만 낙후됐잖아요.”

여의도와 이곳은 같은 구 안에 있다. 그런데 두 지역의 냄새는 다르다. 영등포시장은 겨울로 접어든 날씨에도 진한 땀 냄새가 배어있는 느낌이랄까.

가는 길에 문 캠프 관계자 10명에게 O X 기타 중 하나를 선택하면 되는 설문지를 준비했다. 여론조사기관은 4000만 국민 중 1500명 정도에게 물어본다. 이 역시 표본조사 정도는 되지 않을까 막연한 생각에. 그나저나 잘 될지.

PM  2 : 30 내가 불러낸 대통령?

민주통합당 2층 계단 벽에 붙어있는 작은 현수막엔 문 후보 얼굴과 함께 “내가 불러낸 대통령”이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순간 안철수 캠프 현수막이 떠오른다. “국민이 불러낸 대통령.” 
3층 기자실은 자리를 찾기 어려울정도로 복작거렸다. 안철수 후보가 전남대에서 후보 간 단독회동을 제안한 뒤일게다. 이슈는 터졌다. 문 캠프 반응을 듣기 위해 다들 귀를 쫑긋대고 있다.

PM 3 : 30 우상호 단장, 안철수 제안에 화답.

조금 뒤 우상호 공보단장이 상기된 얼굴로 브리핑 단상에 올랐다.
“문재인 후보 제안에 대해 안철수 후보 측이 화답했다. 후보 간 만남을 통해 단일화를 논의하자는 제안을 환영하고 수용한다.”

실무진 협상 테이블이 아닌, 후보자 둘만의 단독회동. 단일화 논의는 문 후보가 먼저 제안했지만, 배석자 없는 단독회동은 안 후보가 역제안 했다. 10일 종합정책안을 내놓을 때까지 꿈쩍 않을 듯했지만, 그게 아니었다. 안 후보는 왜 둘만 얘기하자고 했나. 담판 지을 뭔가가 필요했을까.

허심탄회한 가치와 철학의 공유. 그들은 어디까지 허심탄회할 수 있을까. 여러 의문들이 잇달아 쏟아졌다. 또한 둘만 얘기하자는 안 후보 제안에 문 후보는 내심 놀라지 않았을지. 사전에 계획한 일이 아니라면, ‘올 게 왔다’고 생각했을 수도 있겠다.

PM 4 : OO 문 캠프 관계자 만남.

문 캠프 관계자인 K씨를 만났다. 사전에 미리 약속을 해둔 상태였다. 기자실 책상 맨 끝. 커피 두잔.

『 S : 내일 회동이 있다. 당초 예상보다 급진적으로 이뤄진 것 같은데.
K : 지난 2002년 노무현-정몽준 단일화 논의도 11월 3일이었다. 어찌됐든 물꼬는 텄다. 반드시 단일화 해야만 승산이 있다고 보는 절대적 가치는 양측 다 공유한다고 본다.

S : 이번 회동을 통해 단일화 시기도 결정될 거로 보나.
K : 후보 등록 전 단일화를 하도록 노력하겠다.

S : 다른 데 비해 문 캠프가 폐쇄적이란 말이 있다.
K : 대선캠프는 기본적으로 보안을 중히 여긴다. 그건 어느 캠프나 마찬가지다. 그것 외에는 수평적이다. 공동선대위원장 열 분도 수평적 관계다. (사이) 경선 때 가까이서 지냈던 실무진들, 전문가 그룹들, 당직자들, 파견 나온 분들이 함께 하고 있다.

S : 지도부와 쇄신파와의 갈등, 결말은 어떻게 될지.
K : 쇄신파 의원들과 문 후보가 아래층에서 얘기 나누는 중이다.』

ⓒ시사오늘
PM 4 : 20 文 - 쇄신파 회동

서둘러 2층으로 내려갔다. 당대표 회의실 앞 좁은 복도. 열 명 남짓의 기자들. 많이들 기다렸는지 쪼그리고 앉아 있기도 하다. 이들 모두 문 후보와 쇄신파 의원들이 문을 열고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쇄신파 보다는 내일 있을 문-안 회동 관련, 문 후보가 어떤 답변을 해줄지 기대하는 눈치다.

문 앞 복도를 차지한 촬영카메라는 이들이 도망(?) 못 가게 포위하고 있다. 누군가 우스갯소리로 뒤쪽에 개구멍이 있다, 후보와 의원들이 그리로 나갈지 모른다고 한다. 옆에 있는 기자한테 저 안에 쇄신파 의원 중 누구누구 있는지 물었다. “이종걸 김영환 안민석….”

PM 4: 40 송호창 의원과 통화.

문 후보를 기다리는 동안 안 캠프 측 송호창 본부장에게 전화를 걸었다. 몇 번의 신호음. 다행히 받는다.

『S - 10일 전에 왜 나왔나.
송 - 이번 주말 중에 정책공약 발표를 할 거고 전체적인 틀 철학적인 원칙이나 방향을 공유할 때가 됐다. 

S - 계획된 일인지.
송 - 여러 상황에 대해 스케줄을 가지고 움직였던 적도 없고, 유불리를 가지고 나온 것은 전혀 아니다.

S : 안 후보는 출마선언 때 단일화 조건으로 정치쇄신을 내걸었다. 민주당이 정치쇄신을 했다고 보는 건지. / 송 : 그때 안 후보는 그렇게 얘기한 게 아니다. 당시 조건을 얘기한 것도 아닌데 언론에서 그렇게 해석을 한 거다.

S : 단일화는 되긴 되겠네요.
송 : 그렇게 일단 입장을 밝힌 거다. (사이) 목표로.

S : 안 후보는 단일화후보로 될 수도 있다는 전제하에 출발하는 건지.
송 : 말 그대로 해석하면 될 것 같다. 이길 수 있는 단일화를 해야 한다.』

PM 5 :00 쇄신파, 뭔가 만족스러운?

문 후보가 나왔다. 관심사는 6일 있을 회동. 하지만 “대변인이 따로 브리핑을 할 것”이라는 말만 하고 황급히 자리를 떠난다. 함께 이동하는 보좌관이 “죄송합니다” 하면서 기자들이 못 따라가게 살살 막으며 밖으로 나간다.
곧이어 안민석 의원이 나왔다. 대표로 발언을 할 모양이다. 어둡지 않은 표정. 낯빛은 뭔가 ‘속 시원해 보인다’랄까.

『안 :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했다. 문 후보는 굉장히 큰 귀를 가졌다. 경청하는 것의 훈련이 잘 된 것 같다. 오늘 결론은 안 냈지만 모든 것은 후보님의 결단의 몫이다.

S : 이해찬 대표가 사퇴할거로 보나
안 : 후보님의 정치력과 결단력으로 해결할 몫으로 본다.

S : 지도부가 사퇴하지 않는다면 쇄신파는 어떤 결단을 내릴 건지.
안 : 후보님의 결단을 일단은 기다려보기로 했다.』

몇 번의 질문이 더 오갔다. 일단 기다려보자는 건데. 하지만 시간이 얼마 없다. 쇄신파 갈등 역시 안철수 문재인 회동으로 인해 묻히기 일보직전이다. 언제까지 기다려준다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안 의원은 자리를 빠져나가면서 흘리듯 말했다. “후보님이 내일 안 후보를 만나러가기 전이라도 결단을 내려주면 좋겠지만….”

PM 6 : 00 시간을 끌다?

단독 회동 관련, 정치평론가 시각이 궁금했다. 
『S : 이번 회동 어떻게 해석하는지. / 신 : 지금 안철수 지지율이 떨어지고 있다. 60~70% 야권 성향의 지지층인데, 빠져나가고 있다고 판단한 건데…그렇다고 ‘단일화 전격 합의’가 나올 거로 보지는 않는다. (사이) 안 후보는 단독회동 후 시간을 좀 더 끌 거다.』

ⓒ시사오늘.
PM 7 : 00 여론조사 실시

대변인실과 2층에 있는 관계자들 상대로 설문조사를 벌였다. 두 번의 거절 외에는 취지를 설명하자 흔쾌히 해줬다. 개중엔 중간에 해주다가 안 돌려준 이가 있었다. 중간 질문이 이상해 찢었다고 했다.

PM 7 : 40 안 캠프에 똑똑한 이가 있다?

진성준 대변인이 도시락 먹을 기자들은 손을 들라고 했다. 이곳은 밤이 되면 외졌고, 식당들도 멀다. 그래서 사주는가 보다, 생각했다. 그는 유쾌한 농담(?)으로 기자들을 자주 웃게했다. 회동 소식을 기다리는 기자실 분위기는 나름 화기애애했다.

캠프 관계자 누군가 “안철수 캠프에 똑똑한 이가 있나 보다”며 다른 기자에게 얘기하는 게 얼핏 들린다. 안 후보 제안에 한숨 돌린 듯하지만, 주도권을 뺏긴 것 같아서인지 조금 아쉬워하는 기색이 묻어났다.

PM 8 : 30 진성준 대변인 브리핑

“내일 오후 6시 백범기념관에서 문재인 후보와 안철수 후보의 단일화를 위한 회동이 있다... 두 후보는 정권교체와 정치혁신을 위한 후보단일화 논의를 시작한다. 내일 회동은 두 분의 모두 발언이 있은 후 비공개 전환을 해서 진행할 예정이다.”

6시라는 말에 기자들 사이로 볼멘 한숨 소리가 나왔다. 진 대변인이 잠시 말을 멈춰 “기자 분들은 힘들겠네요.”라고 말했다. 백범기념관은 문 후보 쪽에서 제안해 이뤄졌다고 한다. 실무진 협의는 언제인지 모르고, 양 후보 간 만남이 끝나면 곧바로 양 측 비서실장이 각각 브리핑을 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D-42] 11월 7일
AM 10: 00

다시 찾은 문 캠프. 회동 후 잠시 해프닝이 있었다. 전날 늦은 밤 11시 진성준 대변인은 회동 관련, 추가 브리핑을 밝혔다.

“새정치공동기구를 마련하기 위한 협의기구가 동시에 후보단일화 협상도 진행하는 것으로 오해했었다. 이는 저의 명백한 오해였다.”

7개 사항 합의문 관련, 해석의 차이가 있던 것. 간밤 양 측의 신경전이 오고가서인지 진 대변인 얼굴이 까칠해 보였다. 오전 브리핑에 앞서 “다들 잠을 잘 못 잤을 것 같은데…저도 그랬습니다.”

진 대변인 브리핑 내용에는 문 후보가 안 후보에 비해 서민적이라는 말이 포함됐다. 양 후보 간 경쟁이 본격 시작됐음을 반증했다.

AM. 10: 40 진 대변인과의 인터뷰 직전

진 대변인과 잠깐의 인터뷰를 하기 위해 사진기자실 문을 열었다. 전날 미리 약속을 잡아둔 상태였다. 오른 편 컴퓨터 앞으로 우상호 공보단장이 보였다. 곧 있을 브리핑 할 내용을 정리하는 모양이었다.

『S : 후보등록일 이전으로 단일화를 하자는 합의, 예상했던 일인지.
우 : 어느 정도 예상했다. 아니 바람이었다. 안 될 수도 있었다고도 생각했지만.』

AM. 11 : 20 우상호 단장, ‘쉽게 될 거로 보지 않는다?’

브리핑을 막 마친 우상호 단장.
S : 문 후보로 단일화가 될 거로 보나.
잘못 본 건지 모르겠지만, 그 질문에 우 단장의 낯빛에 기우가 어렸다. “유불리를 따지지 않겠다고 했다. 때문에 쉽게 될 거로 보지는 않는다.”

[D-41] 11월 8일 

PM. 밤. 문 캠프 K와의 통화.
“이번 회동은 문재인 후보가 아주 많이 양보했다는 것. 그렇게 보면 된다.”

P.S. 여론조사결과 중 항목 하나만 언급하면, 
(9번 항목) 문재인 후보가 제1야당 후보인 관계로 양보는 있을 수 없다.

그렇다 - 5名 / 아니다 - 3名 / 기타 - 2名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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