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역린’ 정순신·조국 사태…정권의 다른 대처 [김자영의 정치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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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역린’ 정순신·조국 사태…정권의 다른 대처 [김자영의 정치여행]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3.10 17: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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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고위공직자 자녀 입시·병역 비리·학폭 문제 휘발성 커
文 정부, 조국 자녀 입시 부정 의혹 등에도 임명 강행해 역풍
YS, 최측근 최형우 아들 부정입학 의혹에 즉각 사의 표명 수리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최근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국가수사본부장 임명이 취소된 정순신 변호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었습니다. 과거 문재인 정부에선 조국 자녀 입시 부정 의혹에도 불구하고 임명을 강행해 홍역을 앓는 등 국정 운영의 문제를 겪었습니다. <시사오늘>은 정치인·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 부정·학폭 비리를 대하는 정치권 태도를 살펴봤습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지난달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됐다가 자녀의 학교 폭력 논란으로 낙마한 정순신 변호사를 둘러싸고 정치권에서 논란이 일었습니다.

지난달 25일 정 변호사 아들이 고등학교 재학 시절 동급생에게 언어폭력 등 학교폭력을 행사해 전학 처분을 받았다는 사실이 밝혀졌습니다. 정 변호사는 아들 전학 처분에 반발해 법적 대응까지 진행했으나, 대법원에서 패소했다고 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국가수사본부장에 임명된 정순신 변호사에 대해 ‘임명’을 하루만에 취소했습니다. 국수본부장은 경찰 수사를 총괄하는 자리인 만큼 자녀의 학교 폭력 사건을 비호한 정 변호사가 직을 유지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평가 때문이었습니다. 

이 사건으로 정부 인사검증시스템의 한계점을 보완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고, 교육부는 입시 전형에 학교폭력 가해자의 징계 이력을 반영하는 것을 논의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임명 취소와 함께 교육부에 ‘학교 폭력의 철저한 근절’을 지시하며 대책 마련을 요구하는 것으로 대응했습니다. 

학교폭력, 입시·병역 비리 등은 국민 역린으로 꼽히는 문제입니다. 정치인·고위공직자 자녀가 논란을 일으킨 경우 더욱 그렇습니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장남의 도박 및 성매매 의혹, 국민의힘 장제원 의원은 아들 장용준 씨의 음주운전과 경찰관 폭행 논란,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아들이 중학생 시절 또래 여중생을 성추행한 의혹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숙인 바 있습니다. 

민감한 사안인만큼 이를 대하는 정권의 대처도 국민들의 주목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문재인 정부도 조국 사태로 오랜 기간 큰 홍역을 앓았습니다. 문재인 정부 청와대 초대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난 조국 전 장관은 2019년 8월 법무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됩니다. 그의 인사청문회 과정에서 무수한 의혹이 제기됐는데, 그중 하나가 자녀의 입시 문제였습니다. 

이 과정에서 조 전 장관의 딸 조민 씨가 고등학교 재학 시절 단국대 의대에서 2주 동안 인턴을 한 뒤 학회에 제출한 논문 제1저자로 등재된 점, 동양대 총장 명의 표창장 위조 의혹, 논문 스펙이 고려대 입시에 활용된 점, 부산대 의전원 입학 후 성적 미달에도 불구 장학금을 수령한 점 등에 대해 여러 의혹이 불거졌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조 전 장관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도 불구, 그를 ‘검찰개혁’ 적임자로 보고 장관 임명을 강행했습니다. 

조 전 장관이 법무부에서 재직한 35일 동안 국민은 서초동과 광화문 두 곳으로 갈라져 각각 ‘조국 사퇴’, ‘조국 수호’를 주장하는 시위를 벌였습니다. 윤석열 당시 검찰총장은 조 전 장관 일가 수사를 지휘하며 정부와 각을 세우다 대권주자로 떠올랐습니다. 

많은 국민의 시선이 ’조국 일가’에 쏠리며 ‘도덕성 시비’가 이어졌습니다. 당시 <한국갤럽>이 2019년 10월 15~17일 성인남녀 1004명을 대상으로 ‘조국 전 장관 사퇴’ 관련 여론을 조사한 결과 ‘잘된 일’이라고 답한 사람이 64%, ‘잘못된 일’이라고 답한 사람이 26%를 차지했습니다.  ‘조국 사태’ 때문만이라고 할 수 없지만, 이 기간 국정 지지율은 하락했습니다. <한국갤럽> 기준 대통령 직무 수행 평가 결과 2019년 7월 3주 48%를 기록했던 긍정평가는 2019년 10월 3주 39%로 떨어졌습니다. 

민주당은 조국 전 장관 사퇴 이후로도 ‘조국의 강을 건넜느냐, 건너지 못했느냐’로 몇 년간 정쟁에 에너지를 소모하며, 중도층에게 실망감을 안겼습니다.

정세운 시사평론가는 10일 <시사오늘>과의 대화에서 “조국 사태 당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임명을 강행하지 않았다면 ‘윤석열 대망론’도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대권주자로 떠오를 일도 없었을거다. 그런데 당시 되려 조국이 검찰 개혁을 하려해서 검찰이 압수수색을 강행한다는 음모론이 대두되는 등 국민이 양 진영으로 크게 갈려 싸우며 문재인 정부가 어려워진 출발점이 됐다”고 지적했습니다. 

1993년 4월 15일 자 <조선일보> ‘실세 퇴진’ 기사. 사진은 최형우가 민자당 사무총장직 사의를 밝힌 뒤 걸어 나오고 있는 모습. ⓒ 네이버 뉴스 라이브러리 캡처본

과거 김영삼 전 대통령(YS)은 측근의 자녀 입학 부정 문제를 즉각 대응했습니다. 문민정부 출범 3개월 차인 1993년 4월, ‘좌동영 우형우’로 불릴 만큼 YS의 최측근이었던 최형우는 아들의 경원전문대 부정 입학 의혹이 불거지자 맡고 있던 민주자유당 사무총장직을 사퇴합니다. 임명 41일 만이었습니다.

문민정부 2인자로 불렸던 최형우지만, 당시 그는 “이번 사건으로 개혁을 추진하고 있는 김 대통령과 국민에게 심려를 끼쳐 죄송하다”며 사표를 냈고, YS는 이를 즉각 수리했습니다. 문민정부가 임기 초 고위공직자와 정치인 재산 공개 등 부정·비리 척결에 매진하고 있던 때였습니다.

이현종 <문화일보> 논설위원은 10일 <시사오늘>과의 통화에서  “정순신·조국 사태는 ‘부모 찬스’ 문제가 적나라하게 드러난 점에서 비슷한 성격을 띤다. 학폭이나 입시 문제가 생겼을 때 이에 대해 당사자들이 책임을 질 수 있는 명확한 공적 기준, 시스템 마련이 필요한데, 국회가 정치적으로 이용하는 게 문제”라며 “가해자에게 ‘잘못을 저질러선 안 된다’는 인식을 확실히 시켜야 한다, ‘법 기술로 무마할 수 없다’는 점을 보여줘야 하고 국회 또한 사후 대책 마련에 중점을 둬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정 평론가는 “시스템 부재로 잘못된 일이 터졌을 때 정부의 빠른 대처가 중요하다”며 “정순신 사태나 문민정부에서 최형우 입시 부정 의혹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단기간에 가라앉을 수 있었던 것은 잘못됐다고 판단됐을 때 정부가 빠르게 대처해 이를 조치했기 때문이다. YS의 경우 자신의 오른팔인 최형우를 물러나게까지 했다”고 전했습니다. 

여야 간 대립이 날로 심화하는 상황입니다. 정치권에서 왜 저런 선택을 했을까 의문이 든 적 한 번쯤 있을 겁니다. 이들의 선택은 과거 정치 경험으로부터 얻어진 학습효과 아닐까요. ‘김자영의 뒷담화’는 현 정치 상황을 대한민국 현대 정치사를 비춰 해석해봤습니다. <시사오늘>은 정치인·고위공직자 자녀의 입시 부정·학폭 비리를 대하는 정치권에 대해 살펴봤습니다. <편집자주>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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