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캠프를 가다④>문재인 안철수 ´만남까지 이틀´
스크롤 이동 상태바
<대선 캠프를 가다④>문재인 안철수 ´만남까지 이틀´
  • 권지예 기자
  • 승인 2012.11.11 17:1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文 安 동행 취재…단독 회동으로 ´화룡점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지예 기자]

11월 5일과 6일 이틀간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와 무소속 안철수 후보의 서울 행보를 뒤따랐다. 그들은 국민의 소리를 들으려 했고 진심을 전하려 했다. 또 국민의 바람을 실현하려 했다. 이틀간 살펴본 두 후보는 그야말로 ‘눈코 뜰새 없이’ 바빴다.

문재인: 11월 5일 오후2시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한국기독교총연합회> 예방

비가 추적추적 오는 날씨에 서울시 종로구로 발걸음을 옮겼다. 오후 2시에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NCCK)에 총무를 맡고 있는 김영주 목사를 예방하기로 한 문 후보를 만나기 위해 기독교 회관 7층으로 올라갔다. 널찍한 공간을 예상했지만 도착한 곳은 협소한 사무실이었다. 이에 취재도 제한적이라는 말이 전해졌다.

2시가 조금 지난 시각, 문 후보가 엘리베이터에서 내렸다. 경호원들의 보호 하에 미끄러지듯 순식간에 사무실로 들어갔다. 그리고 김영주 목사와 악수를 나눴다. 착석한 후보와 목사는 자연스럽게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이야기는 자연스럽게 ‘대선’을 주제로 흘러갔다. 문 후보는 기독교가 민주화에 크게 공헌했음을 치하하며 김 목사에게 기독교의 사회적 역할을 강조했다. 그는 “사회통합이나 국민통합이 우리 정치권이 해야 할 일인데, 정치권이 너무나 대결적인 적대적인 문화가 깊어서 통합 면에서도 종교가 할 역할이 큰 것 같다”고 교계의 협조를 요청했다.

차례로 문 후보는 한국기독교총연합회(CCK)도 방문했다. 현장에는 20여 명의 목사들이 자리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예정된 시간보다 늦은 도착이었다. 입장은 한기총 대표회장인 홍재철 목사와 함께 했다. 홍 목사는 문 후보의 방문을 환영하며 인사를 부탁했고, 문 후보는 재빨리 늦은 도착에 사과의 말을 전했다.

이번 방문에는 참석한 목사들의 질의응답 시간이 포함돼 있었다. 처음으로 질문을 던진 황규철 목사는 교단에서 연 장로대회 때 뵀다며 “그 때 정치인으로서 말씀을 잘 못하시더라”고 문 후보에게 농담을 던졌다. 문 후보는 호탕하게 웃었다.

정치적 질문도 던져졌다. NLL에 대해 물었고 문 후보는 당황한 기색 없이 차근차근 답을 이어갔다. 그는 “NLL에 대해 의지가 약한 것 아니냐는 건 오해다”라고 단호한 표정으로 말하며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문 후보의 종교는 가톨릭이라고 했다. 그는 비록 믿음의 대상은 같지 않더라도 ‘신앙심’이라는 공통분모를 가지고 교계 방문을 며칠에 걸쳐 이어갔다. (11월 4일 원불교 제 14대 경산 장응철 종법사 추대식에서 축사를 낭독한 데 이어, 5일 기독교계 예방과 6일 조계종 총무원장 자승스님을 차례로 방문했다) 여기에는 교계의 소리를 듣고자 하는 문 후보의 의중이 드러난다. 그래도 역시 속내는 표심을 잡으려는 행보일 것이다.

안철수: 11월 6일 오전10시
진심캠프 <국정자문단 출범식>

‘쪽빛’으로 가득한 안철수 후보의 대선 캠프는 아침부터 시끌벅적했다. 국정자문단 출범식으로 <안철수의 진심캠프> 민원실은 기자들로 가득했다. (덕분에 민원 업무 시작은 11시로 미뤄졌다) 안 후보를 중심으로 국정자문단 멤버들이 둘러앉을 수 있도록 테이블이 배치돼 있었고, 그 주위를 기자들이 둘러쌌다.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시간이 되자 안 후보를 선두로 국정자문단 멤버들이 입장했다. 플래시 세례를 받으며 입장한 24명의 자문단의 얼굴은 다소 긴장된 표정이 역력했다.

안철수 캠프의 정연순 대변인의 진행으로 출범식이 진행됐다. 자문단 멤버들에 대한 간단한 소개와 함께 박수를 나눴다. 안 후보는 얼굴에 시종일관 옅은 미소를 띄운 기분 좋은 표정이었다.

첫 마이크를 잡은 주자는 서울대 한상진 명예교수였다. 한 교수는 자문단으로서 해야 할 일 두 가지를 강조했다. 첫째는 국민에게 다가가는 메시지가 있는 정책을 만들자는 것이고, 둘 째는 후보의 정체성에 리더십을 더해 정책을 잘 묶는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으로 마이크를 받아 든 안 후보는 한 교수의 말을 깊이 새기겠다고 화답하며 말을 이어갔다. 안 후보는 특유의 단문을 구사하며 듣는 사람의 이해를 도왔다. 그는 “90일간 대장정의 반환점을 돌았다”며 “나머지 기간 동안 더 많은 변화와 기적을 만들어 내겠다”고 자문단에게 함께 해 줄 것을 당부했다.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단체 사진 촬영 시간을 가졌다. 그 후에 제1차 국정자문회의는 비공개로 이뤄졌다. 당일 6시에 예정됐었던 <단일화 회동>에 대해 기자들이 질문을 던질 시간은 없었다. 바로 안 후보와 국정자문단은 문을 나서 회의실로 향했다.

안 후보에게 국정자문단은 특별한 의미가 있다. 대통령 후보로서 안 후보가 갖고 있는 ‘국정운영 능력 無’라는 큰 빈틈을 어느 정도 채워줄 수 있을 거라고 보는 눈이 많기 때문이다. 국민은 경제, 외교, 통일, 노동, 복지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국정운영에 직접 참여했던 자문단이 안 후보에게 안정감을 줄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안철수·문재인: 11월 6일 오후2시 서울시청광장
<전국 수산인 한마음 전진대회>

2012 대통령 선거의 유력한 세 후보가 한 자리에 모였다. 약한 빗방울이 떨어지는 흐릿한 날씨에도 서울시청광장은 시원한 바다색과 활기찬 수산인의 함성이 어우러졌다.

1등은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였다. 환호를 받으며 박 후보가 입장했다. 그는 자리에 참석한 장관 등과 인사를 나눈 후 착석했다. 다음은 안철수 후보였다. 안 후보는 박 후보와 간단히 악수로 인사를 나눴다. 뒤늦게 모습을 보인 문재인 후보는 빠른 걸음으로 자리를 찾았다. 그는 우선, 참석한 수산인에게 허리를 굽혀 인사 드렸다.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세 후보의 도착과 함께 행사가 시작됐다. 국가에 대한 예를 갖춘 후 후보들의 축사를 들었다. 1번 타자는 박근혜 후보였다. 박 후보의 연설에는 쌍용자동차지부의 피켓 시위가 함께했다. 그들은 연설 내내 제지를 받으면서도 박 후보에게 화가 난 듯 소리쳤다.

문 후보의 차례가 왔고, 그는 당당한 걸음걸이로 무대에 올랐다. 공식적인 행사인 만큼 축사를 적은 종이를 참고하며 말을 옮겼다. 그는 행사장의 열기를 ‘바다 냄새가 풍긴다’고 표현하며 수산인에게 다가가려 했다. 문 후보는 또 치솟은 기름 값과 물가로 가계가 휘청거리는 어업인의 어려움을 보듬으며 지금껏 모르쇠로 일관한 새누리당과 현 정부를 비난했다. 그리고 우리의 바다를 ‘넓히겠다’고 약속했다.

안 후보는 무대에 오르자 마자 단상 옆에 곧게 서서 90도로 일명 ‘폴더인사’를 했다. 그의 축사는 안철수 특유의 단문의 연속이었다. 짧게 끊는 그의 화법은 귀에 쏙쏙 박혔다. 또 감성적이었다. 그는 자신의 처가가 여수에 있다며 수산인과 공감대를 만들었다. 축사가 끝난 후 안 후보는 악수를 청하는 시민들과 일일이 악수했다. 거절하지 않았고 웃음을 잃지 않았다.

이 행사에는 세 후보가 함께 했지만 안철수-문재인 단일화 회동이 당일 6시에 예정돼 있었던 만큼 언론의 시선은 두 후보에게 향해 있었다. 자리에 앉아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에 기자들은 시선을 떼지 못했고 온 신경을 곤두세웠다.

안-문 두 후보의 공식적인 회동 전 만남에서 단일화에 대한 별다른 언질은 없었다. 그만큼 단일화 회동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 것인가에 대한 궁금증과 수많은 추측들이 더 커져갔다.

ⓒ시사오늘 권지예 기자.
안철수·문재인: 11월 6일 오후6시 백범기념관
<단독 회동>
 
기다리던 시간이 왔다. 서울시 효창동에 위치한 백범기념관 앞은 들어가려는 자와 막으려는 자의 대립으로 복잡했다. ‘정치 야합’이라며 피켓을 들고 시위하는 시위대와 이를 막으려는 경찰들 때문에 입장부터가 곤욕이었다. 현장을 보고 싶어 왔다는 일반 시민들 조차 입장을 거부당했다. 취재진임을 확인하고서야 안으로 발을 들일 수 있었다. 단일화에 대한 관심이 대단했다.

주차장은 취재 차량으로 가득했고, 취재진은 분주하게 움직였다. 해가 떨어진 저녁에 진행되다 보니 여기저기 켜놓은 카메라 조명이 길을 밝혀주고 있었다. 도착한 대회의실은 기자들로 가득했다. 안 후보가 “대한민국 모든 기자분들이 이 자리에 계신 것 같다”고 말할 정도로 모든 언론이 두 후보에 집중했다.

회동은 비밀리에 진행됐다. 그 전에 두 후보는 언론인들 앞에서 공식적인 인사를 건넸다. 문 후보는 단일화 회동을 ‘국민들에게 희망을 드리는 만남’이라 표현했고, 안 후보는 ‘민생을 살피는 새로운 정치의 첫걸음’이라고 칭했다. 두 후보 모두 국민을 언급하며 ‘국민의 바람’에 따라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주려는 듯했다.

ⓒ뉴시스.
두 후보의 만남은 꽤 분위기가 화기애애했나 보다. 회동 후 양측 대변인의 브리핑에서 안철수 측 유민영 대변인은 “대화가 굉장히 격의 없고 허심탄회하게 이뤄졌고, 그러면서도 진솔한 대화를 나눴으며 거의 이견 없이 일사천리로 협의에 이르렀다”고 현장 분위기를 묘사했다. 민주통합당 박광온 대변인은 단일화를 위한 만남을 ‘역사적 순간’이라며 핸드폰으로 사진도 찍어놨다고 거들었다.

이번 만남의 결론은 ‘11월 25일, 후보등록 이전까지 단일화 하겠다’는 거다. 이 전에 새 정치 공동선언을 위한 3인의 실무진을 구성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그 외에는 차차 협의해 나간다고 했다.

단일화를 하기로 결정했으니 이제 관심은 ‘어떻게 단일화 할지’에 쏠릴 것이다. ‘국민의 소리’를 강조하는 두 후보의 행보처럼 여론조사로 진행할 것인가, 혹은 두 후보가 담판을 지을 것인가. 결정 방식에 따라 어떤 후보로 단일화될지 달라질 수도 있다.

11월 26일부터는 어찌됐든 여야 2인의 대결 구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안철수 후보와 문재인 후보가 단일화를 한다고 해서 절대 지지율이 ‘1+1=2’로 더해지는 건 아니기 때문에 승부를 감히 확신할 수는 없다.

안-문 후보는 단일화를 어떤 방식으로 실행하는지도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지만 이 관심을 어떻게 끝까지 잡고 있을지도 고려해야 한다. 2012년 11월, 대한민국 대선 국면은 두 후보에게 집중돼 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