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은 기본, 이제는 품질”…유통업계, PB 경쟁력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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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격은 기본, 이제는 품질”…유통업계, PB 경쟁력 강화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3.03.16 15:5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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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로 수요 늘어…상품 종류도 다양
PB도 가격 줄인상되며 품질 강조 전략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에서 마스터PB '오늘좋은'을 쇼핑하는 고객 모습1
롯데마트 제타플렉스에서 마스터PB '오늘좋은'을 쇼핑하는 고객 모습 ⓒ사진 제공=롯데마트

유통업계가 품질까지 갖춘 가성비 있는 PB(자체 브랜드) 상품 늘리기에 나선다. PB 브랜드는 유통비용을 절감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이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지만, 최근엔 품질 강화 움직임이 눈에 띈다. 트렌드에 맞춘 상품 개발과 구색 늘리기에도 적극적이다. 고물가 속 PB 상품을 찾는 소비자들이 늘어나고 있는 점을 염두에 둔 전략으로 읽힌다.

16일 롯데마트는 새로운 통합 PB ‘오늘좋은’을 론칭했다. 기존 각 분야별로 운영되던 일부 PB 브랜드를 통합해 식료품·잡화 대표 브랜드로 키운다는 계획이다. 오늘좋은은 특색 있는 신상품이 특징이다. 대표적으로 ‘헬시플레저’, ‘제로 트렌드’ 등 최신 트렌드 상품을 포함한 100여 개의 PB 상품이 출시됐다. 그중 ‘오늘좋은 콜라·사이다 제로’(1.5L)는 ‘제로’ 트렌드를 반영한 상품으로 NB(제조사 브랜드) 상품과 비교해 약 40% 가량 가격이 저렴하다. 술과 음료를 혼합해 마시는 ‘믹솔로지’ 트렌드에 맞춰 ‘오늘좋은 토닉워터’도 선보인다.

홈플러스는 지난해 즉석조리 PB 상품인 ‘당당치킨’으로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당당치킨은 지난해 6월 30일 출시한 이후 약 7개월간 누적 판매량 200만 마리를 돌파했다. 6000원대 가격으로 가성비가 높다는 입소문이 나면서 ‘오픈런’ 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지난해 말 선보인 짜장라면 ‘이춘삼’도 39.6%의 춘장 함유량이라는 품질, 1봉에 500원이라는 가격을 앞세워 초도물량 완판을 이뤘다.

이마트는 PB 상품 대표 격인 ‘노브랜드’와 ‘피코크’를 운영 중이다. 현재 선보이는 노브랜드 상품 수는 1500여 개, 피코크는 700여 개로 파악된다. 이중 피코크는 ‘프리미엄 간편가정식’, ‘고급 가성비’라는 콘셉트를 내세우고 있다. 이마트는 올해도 ‘보장된 품질’과 ‘저렴한 가격’을 갖춘 상품 소싱·개발을 확대하는 데 역량을 쏟는다는 방침이다.

업계가 PB 상품 강화에 나선 데는 고물가 상황이 반영돼 있다. 최근 합리적인 소비를 추구하는 트렌드가 확산되며 가성비 상품 판매가 증가하는 추세다. 2022년 1월부터 9월까지 롯데마트 PB 상품의 매출액은 2021년 동기간과 비교해 약 10% 증가했으며, 10월부터 12월까지는 약 20% 상승하는 등 점차 더 큰 폭의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 기조가 계속돼 최근 PB 상품 가격마저 줄줄이 인상되면서 가격만을 장점으로 내세우기엔 어려운 상황이 됐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이 2022년 5월 3~13일까지 대형마트 3사 PB 상품 가공식품 1374개 중 가격비교가 가능한 773개 상품을 비교한 결과, 466개 상품(60.3%)의 가격이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가격 인상 상품 비율은 2021년까지 2년 연속 전년 대비 9%P대였으나, 2022년은 전년 대비 28.8%P 증가, 가격이 인상된 상품 비중이 급격히 확대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도 인건비와 원부자재 원가 상승 등을 이유로 가격 인상이 이어졌다. 대표적으로 이마트는 지난 1월 PB ‘노브랜드’와 ‘피코크’ 일부 제품 가격을 10%가량 올렸고,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PB 과자 20여 종을 최대 20% 인상했다. 대형마트 일부 PB 우유도 평균 10% 안팎의 가격 인상이 이뤄졌다.

이처럼 PB 상품 역시 가격 인상 요인이 지속적으로 발생하면서 장기적으로 볼 때 이전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내세우기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 이에 관련 업계는 단순히 저렴한 가격보다는 품질과 상품 경쟁력을 보다 강조하는 방향으로 선회하는 전략을 택한 것으로 보인다. PB 상품 홍수 속에서 일종의 브랜드 차별화 시도도 될 수 있다. 

다만, 일각에선 PB 상품 본질은 가성비인 만큼 가격 인상이 계속된다면 소비자 선택을 받지 못할 것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PB 상품 특성상 품절, 새로운 상품 출시, 제조원·용량의 변동 등으로 가격비교가 불가한 경우가 많아 ‘깜깜이’ 인상이 이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여성소비자연합 관계자는 “대형 유통업체들이 PB상품의 깜깜이 가격 인상을 지양하고, PB상품이 서민들의 장바구니 부담을 완화하고 물가를 안정시키는 가성비 상품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하는 자율적인 노력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또한 “대형 유통업체는 유통마진, 마케팅 비용을 줄여 가격을 낮춘 PB상품의 개발 취지와 소비자 기대에 부응해 가성비를 갖춘 상품을 소비자에게 공급할 책임이 있다”며 “유통업체의 이점을 활용해 소비자가 선호하는 PB상품의 가격을 인상하거나 프리미엄 상품화하는 등의 가격 인상을 할 경우, 궁금적인 PB상품의 본질을 떠나 소비자의 외면을 받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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