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을수록 마이너스’…건설업계, 고물가·고금리에 ‘적자전환’ 이어질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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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을수록 마이너스’…건설업계, 고물가·고금리에 ‘적자전환’ 이어질듯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3.17 16: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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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가·금리 급등 직전 수주·착공한 국내 현장서 적자 본격 인식돼
국내 주택사업 경기 불화 장기화 조짐에 중견社도 해외로 눈돌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건설업계가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원가 부담, 미국발(發) 금리 인상으로 인한 금융 부담으로 신음하고 있다. 특히 부동산 경기 침체와 고물가·고금리 현상이 본격화되기 전인 2022년 수주·착공한 국내 현장에서 발생한 손실이 반영되기 시작하면서 적자전환하는 업체들이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17일 본지 취재를 종합하면 시공능력평가 기준 10대 건설사인 A사는 지난해 수주·착공한 국내 정비사업 프로젝트들이 대거 적자로 돌아선 것으로 전해진다. 브랜드와 재무적 측면에서 상대적으로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외부에서 받고 있는 만큼, 수주·계약 과정에서 물가 변동에 따라 공사 도급비가 조정될 수 있다는 내용을 일부러 빼서다.

A사의 한 관계자는 "다른 대형 건설사들에 비해 도시정비사업 현장에서 내세울 수 있는 게 많지 않으니 가격 경쟁력이라도 높이자는 차원에서 물가 변동 관련 항목을 계약서에서 배제했다. 건자재 값이 너무 크게 올라 지난해 착수한 대부분 국내 현장들이 적자를 인식하고 있다. 올해 적자전환이 불가피한 실정"이라며 "사업팀에서 이런 식으로 하면 안 된다고 위에 수차례 건의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일단 수주부터 하고 보자는 논리였다. 작년에 수주·착공한 현장이 많지 않았던 게 그나마 다행"이라고 말했다.

단기간에 물가와 금리, 인건비가 큰폭으로 뛰면서 마진이 별로 남지 않아 건축물을 다 짓고도 발주자와 공사비 증액 문제로 씨름을 하는 건설사들도 상당하다.

동양건설산업은 '신목동 파라곤' 현장에서 재건축조합에게 공사비 약 100억 원을 추가로 달라고 요구했으나 조합이 이를 거부하자 유치권을 행사하고 입주예정자들의 이사를 컨테이너와 차량으로 막았다. 동부건설은 공사비 추가 협상을 위해 올해 초 '방배센트레빌프리제' 공사를 한 달 가량 중단하기도 했다. 대우건설도 '대치푸르지오 써밋' 현장에서 공사비 증액에 응하지 않는다면 조합원 입주를 제한할 수 있다는 내용이 담긴 공문을 재건축조합에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체들은 지난해부터 '지을수록 마이너스' 상황에 놓였다. 10대 건설사 중 대부분이 매출은 늘었음에도 영업이익이 줄어드는 현상을 겪었다. 2022년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증가한 업체는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 등 단 2곳으로 파악된다. 현대건설(현대엔지니어링 포함), 포스코건설, GS건설 등은 전년 대비 영업이익이 10~30% 감소했고, DL이앤씨(구 대림산업)와 HDC현대산업개발은 반토막 수준이 됐다.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구 SK건설) 등은 아직 보고서가 공개되지 않았으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실적을 감안했을 때 수익성이 악화됐을 것으로 보인다. 중견건설사 가운데엔 이미 적자전환한 곳도 있다. KCC건설은 영업손실 10억9184만 원을 기록했고, 신세계건설은 두 차례 정정 공시 끝에 120억 원 규모 영업손실을 냈다고 알렸다.

앞서 거론한 A사의 사례처럼 올해는 고물가·고금리 영향을 본격적으로 받게 되면서 적자의 늪에 빠지는 건설사들이 보다 많아질 전망이다. 특히 국내 주택 시장 침체가 장기화됨에 따라 국내 사업 비중이 높은 업체들의 적자폭이 클 것으로 보인다. 더욱이 해외 현장이 많은 건설사들은 그나마 고환율의 수혜를 누릴 수 있지만, 우리나라에서 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건설업체들은 고환율마저 악재다. 실제로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늘어난 삼성물산 건설부문, 대우건설은 해외 사업 비중이 비교적 높은 기업들이다. 해외 현장이 많은 현대건설도 자회사인 현대엔지니어링 실적을 제외하면 영업이익(별도기준)이 증가했다.

때문에 대형사에 비해 해외 사업 역량이 떨어지는 중견건설사들도 최근 국내에서 해외로 눈을 돌리고 있다. 경기도교육청에 따르면 반도건설은 2021년 2월 체결한 경기도교육청 현 청사 부지 매입 계약의 취소 의사를 담은 공문을 지난달 초 교육청에 보내고 계약 해지를 요구하고 있다. 지난 9일엔 교육청을 상대로 중도금을 돌려달라는 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당초 반도건설은 이 부지에 아파트 단지를 지을 예정이었다.

이처럼 국내에선 사업을 내려놨지만 해외에선 달랐다. 반도건설은 지난 16일 '타인을위한담보제공결정' 보고서를 공시하고 미국법인인 반도 델라(BANDO DELA CORPORATION, 반도종합건설의 미국 내 손회사 법인)를 위해 '평택 고덕2블럭 분양수입금에 대한 금전채권신탁'을 담보로 제공했다고 밝혔다. 이는 반도 델라가 KEB하나은행(KEB HANA LA Financial Corporation)으로부터 차입한 1299억1000만 원에 대한 담보로 설정(기존 6000만 달러에서 1억2000만 달러로 증액)됐다. 같은 날 계열사인 반도종합건설도 반도 델라에 5000만 달러(649억5500만 원) 규모 채무보증을 섰다.

해외 사업 비중이 사실상 0%인 SGC이테크건설도 최근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서겠다는 방침을 공개했다. SGC이테크건설은 지난달 자사주 소각 등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하면서 "미래 먹거리 사업 발굴에도 총력을 기울여 기업가치를 높이는 데 노력하겠다"며 "지난해 3억 달러 규모 글로벌 반도체 장비 업체 수주를 시작으로 올해는 반도체 소재, 장비, 전자재료, 이차전지 소재 등 미래 성장 분야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겠다. 과거 수주 경쟁력을 입증한 사우디아라비아를 시작으로 말레이시아 및 베트남 등 해외시장 공략에도 회사 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일 SGC이테크건설은 그룹사인 SGC에너지와 함께 '베트남 바이오매스 발전소 전환사업에 대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는 베트남에 있는 석탄발전소를 바이오매스 발전소로 전환하는 프로젝트를 위한 협약으로, SGC이테크건설은 EPC(설계·조달·시공)를 수행하게 된다. SGC이테크건설·SGC에너지 측은 "해당 사업은 해외 사업 추진의 신호탄이 될 것"이라며 "앞으로도 탄소 저감, 자원 순환을 통한 지속 성장 흐름을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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