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보험 가입, 차별적 요소 여전…인식 전환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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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험 가입, 차별적 요소 여전…인식 전환 필요
  • 유채리 기자
  • 승인 2023.03.20 17:2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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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보험 가입 편의성·접근성 강화 조치에도 차별 여전
어려운 용어·정보 부족·추가 확인 절차 필요 등 ‘진입장벽’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유채리 기자]

지난해 11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에서 열린 ‘2022 라이프플러스(LIFEPLUS) JTBC 서울마라톤’에서 휠체어 선수들이 출발하고 있다. ⓒ 뉴시스
지난해 11월 6일 오전 서울 마포구 상암월드컵공원에서 열린 ‘2022 라이프플러스(LIFEPLUS) JTBC 서울마라톤’에서 휠체어 선수들이 출발하고 있다. ⓒ 뉴시스

장애인이 보험 가입을 할 때 겪는 불편이나 차별을 없애기 위해 제도적으로 개선조치가 이뤄졌지만, 여전히 차별적 요소가 존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20일 <시사오늘> 취재에 따르면 2018년 금융감독원이 보험상품에 가입할 때, 장애를 사전 고지하도록 하는 조항을 폐지하는 등 시정 조치가 곳곳에서 이뤄지고 있지만 장애인 차별은 여전히 진행 중으로 보인다. 보험에 대한 정보 접근성이 낮은 것은 물론, 가입할 수 있는 보험 종류가 적고 가입 과정 등에서 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이유로 불편을 겪고 있어서다.

의수를 사용하는 A씨는 여행을 가기 전, 여행자보험을 들려고 했다. 비장애인의 경우, 별다른 확인 없이 인터넷에서 한 번에 가입이 가능하지만 A씨는 공항에 위치한 보험사 부스에 가서 확인을 받고 나서야 가입할 수 있었다.

앞서 2018년 금융감독원이 ‘장애인 보험가입 편의성 제고 및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장애인이 겪는 불편과 차별을 개선하려 했음에도 현장에서는 여전히 장애가 있다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 있는 셈이다.

윤종철 장애인부모연대 대표도 “여러 실비 보험 등이 생겨나고 고지의무도 사라졌지만 가입을 잘 안 받아주는 건 여전하다. 뇌병변 장애 같은 경우 정기적으로 재활 치료를 많이 받아야 하다보니 거절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라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사마다 정해진 기준이 있고 선별인수하기 때문에 가입 여부가 달라지는 거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장애인이 보험 제도 계약 등에서 차별을 겪었다는 비중은 여전히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건복지부와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발표한 2020년도 장애인 실태조사에 따르면 학교 외 영역에서 장애로 인한 사회적 차별 경험에서 보험제도 계약에서 차별을 겪었다는 응답이 13.9%로 세 번째로 높은 비율이었다. 첫 번째는 취업(21.5%)이었고, 두 번째는 결혼(17.7%)으로 나타났다.

장애인 219명을 대상으로 보건복지부가 2022년 수행한 질적 조사에서도 △이동 및 대중교통수단 이용(23.7%) △시설물 접근·이용 및 비상시 대피(12.6%)에 이어 금전대출·신용카드 발급·보험가입 등 각종 금융상품과 금융 서비스 이용이 8.6%로 나타났다.

더욱 큰 문제는 보험가입에서의 차별이 장애인 본인이나 가족들의 보험 가입 의지마저 사라지게 만든다는 점이다.

한 발달장애인 부모는 “발달 장애라고 하면 인수가 거절돼서 설계 자체가 안 된다. 일상배상책임보험 이런 것도 개인적으로 드는 건 어려워서 이제는 보험을 가입하려는 노력도 안 한다”고 말했다.

다른 장애인 부모 역시 “연금보험 같은 것들도 있지만 찾아보지도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가입 거절이 당연했기에 가입할 생각도 안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보험을 들려고 해도 용어가 어렵거나 서류 글씨가 작은 등 접근성이 좋지 않다. 아울러 장애를 가진 사람의 의사소통이 어려운 경우, 보험 가입 의사를 표현해도 가입을 거절당하거나 본인 스스로 의사결정이 가능하다는 표현을 해도 보호자나 가족 동석을 요구받기도 한다.

앞서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자료에서도 설문 응답자들은 △언어가 부자연스럽거나 의사소통이 다소 느린 경우, 장애인 의사와 무관하게 보호자 동석 요청 △서류 글자가 작아 안 보이거나 용어가 어려움 △자필 서명이 어려워 서명 보조기기 제공을 요청했으나 보호자 동석을 요청 등등 본인의 의사에 반하는 행동 양식을 강요받거나 가입을 거절당하는 경우가 있었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정보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금융감독원이 ‘장애인을 위한 보험 안내 자료’를 발간했지만 실효성이 없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더욱이 2019년 2월 13일 발간 이후 새로운 정보 추가나 수정 등이 이뤄지지 않고 있는 상태다.

윤 대표는 “(안내자료를)발간했다는 건 알지만 너무 복잡하고 양이 많아 크게 도움 되지 않는다. 또 장애유형이 굉장히 다양한데 세분화돼 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전지혜 인천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장애인을 위한 우체국 보험이 있다. 그러나 홍보가 안돼서 가입할 수 있는 보험이 있음에도 접근하기 쉽지 않은 상태다”라며 “복지로와 연계하는 등 정보 접근성과 최신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이러한 일들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 문제와 연결돼 있다. 인식 변화가 뒤따라줘야 하며 제도적·사회적 제반 조건이나 뒷받침들이 충분히 이뤄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보험·저축은행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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