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제품 도매가 공개戰, 3라운드 돌입…이번에는? [옛날신문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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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도매가 공개戰, 3라운드 돌입…이번에는? [옛날신문보기]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3.22 16: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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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유제품 도매가 공개 요구 3번째
앞선 두 차례 시도는 '절반의 효과'
'폭탄 돌리기' 아닌 실질 대책 필요

(시사오늘, 시사ON, 시사온=권현정 기자)

정부가 정유사의 석유제품 가격 도매가 공개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는 가운데, 실제로 소비자 가격 인하에 도움이 될지를 두고 의견이 갈리고 있다 ⓒ 픽사베이
정부가 정유사의 석유제품 가격 도매가 공개 범위 확대를 요구하고 있다. 다만 소비자 가격 인하에 실질적 도움이 될지는 의견이 엇갈린다. ⓒ 픽사베이

정부가 지난 2009년, 2011년에 이어 다시 ‘정유사의 석유제품 도매가 공개’ 카드를 꺼내들었다. 정유사의 도매가 공개 범위를 현행 전국 평균에서 유통단계별, 지역별로 구체화하도록 의무하는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이하 석유사업법) 개정안’을 통해서다.

정부는 정유사와 주유소 간 정보비대칭을 해소해 결과적으로 기름값을 잡겠다는 포부다. 정유사는 반대 의견을 내고 있다. 기름값은 하락하지 않고 정유사의 '영업비밀'만 침해될 것이라는 주장이다. 정부도, 소비자도, 정유사도 ‘다 지는’ 결과가 나올 수 있다는 목소리마저 들린다. 2009년과 2011년의 상황이 그랬던 것처럼.

 

도매 평균가 공개 의무화…효과 ‘미미’


현재와 같이 정유사별 도매가 평균이 주유소와 일반에 공개된 것은 지난 2009년 석유 사업법 개정안 시행 이후다. 이전까지의 도매가 평균은 강제성 없는 조사형태로 수집됐다. 4개사 자료를 뭉쳐 평균을 낸 값이 일반에 공개됐다.

이 과정에선 정부와 정유업계가 기름값 상승의 원인이 유류세에 있는지, 정제마진에 있는지를 두고 다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불똥은 주유소 가격 공개 의무화로 먼저 튀었다.

가격 공개가 의무화된 주유소 업계도 가만있진 않았다. 정유업계의 도매가 공개를 정부에 요구했다. 기름값 상승의 책임소재를 두고 ‘폭탄 돌리기‘가 진행된 셈이다.

유류세 인하요구에 시달려온 정부가 반격에 나섰다. 유통단계별 휘발유 가격구조를 공개하는 방식을 택했다. 휘발유가격의 올해 상승분 가운데 69%가 정유사의 정제이윤 확대에서 왔다는 게 핵심이다.

2007년 6월 11일 <머니투데이> “유가 상승분 69%는 정유사 이윤”

이날 한국주유소협회는 정부가 주유소 판매가격을 실시간으로 공개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과 관련, 이를 강력히 비난하고 정부의 ‘아킬레스 건’인 유류세 인하를 요구했다.

협회 측은 또 정유사도 정면 공격했다. 주유소 판매가격을 공개하겠다면, 주유소에 판매하는 정유사들의 공급가격도 실시간으로 동시공개해야 한다는 것.

2008년 2월 13일 <문화일보> ‘고유가 책임 떠넘기기’ 점입가경

정부와 주유소 업계의 전방위 공격에 정유업계는 ‘영업비밀 침해’ 소지가 있다며 맞섰다. 공정거래위원회도 주유소 업계의 손을 들었다. 정부는 도매가 전부가 아니라 각 정유사별 판매가 평균을 2년 일몰제로 공개하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섰다.

이번 법률 개정으로 석유사업자의 가격 보고가 의무화되고, 지경부는 보고 받은 가격을 ‘ 영업비밀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공개한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알 수 없었던 정유사별 주ㆍ월간 평균 판매가격이 공개된다. 정유사별 주간 판매가격은 해당 주의 판매가격을 다음주 금요일에 공개하게 된다. 주간가격은 정유사가 석유제품을 공급하는 모든 대리점 및 주유소의 공급가격의 평균이다.

2009년 4월 29일 <디지털타임즈> 내달부터 정유사별 판매가격 공개

아쉬움이 컸다. 옥신각신했던 도매 평균가 공개는 기대만큼의 성과를 내지 못한 것으로 확인된다.

김대욱·김종호 교수는 2007년부터 2010년까지 정유사별 주간 판매가격을 분석한 논문 ‘도매가격공개와 정유사의 전략적 행위’를 통해 도매가 공개 이후 각 정유사의 판매가 분포가 평이해졌고, 가격은 되려 상향평준화했다고 분석했다. 당시 신문도 이같은 상황을 전하고 있다.

태풍의 눈으로 여겨졌던 공급가격 공개가 시행됐지만 후폭풍은 감지되지 않았다. SK에너지가 SK네트웍스로 넘기는 가격을 공개하다보니 타 업체와의 형평성 문제로 시행 초기부터 실효성 논란이 일었다.

SK에너지를 제외한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3사의 공급가격 차이도 ℓ당 2원대에 불과해 가격 인하 여력이 거의 없다는 것만을 증명했을 뿐이다.

공급가격 공개는 뜻하지 않게 감춰져 있던 세금 문제를 드러내는 결과를 초래해 오히려 정부가 역풍을 맞았다. 소비자가 체감할 수 있는 수준의 가격 인하 효과를 내기 위해선 기름 값의 50~60%대의 세금 비중을 낮춰야한다는 지적이 일었다.


2009년 12월 23일 <EBN 산업경제> 석유·화학, 2009년 10대 뉴스

 

“기름값 묘하다” 시작된 2R…효과 반짝


그로부터 2년이 지난 2011년, 2차전이 발발한다. 정부가 정보 공개 범위를 문제삼으면서다. 이명박 당시 대통령의 “기름값이 묘하다”는 발언이 불쏘시개가 됐다.

국민경제대책회의에서 해당 발언이 나온 직후, 공정위는 정유 4사 대상 현장조사에 나섰다. 최중경 지식경제부 장관은 “휘발유 원가 구조를 뜯어보겠다”고 말했다. 주유소의 원유 구매가를 직접 살피겠단 것으로, 정유사 도매가를 전부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다시 힘이 실렸다.

이번엔 정유사가 한 발 물러섰다. 2011년 2월 첫째 주 정유사 공급 휘발유값은 818.80원으로 직전주 대비 리터당 17원 떨어졌다. 같은 기간 국제 휘발유값이 3주 연속 상승한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었다.

다만, 2월 둘째 주 정유사는 다시 도매가를 올렸다. 일주일 효과에 그친 셈이다.

하지만 ‘약발’은 오래가지 않았다. 2월 첫째주 원유값과 국제 휘발유값이 배럴당 3달러 가량씩 크게 오르자 정유사들은 2월 둘째주에 주유소 공급가를 리터 당 20원 넘게 인상했다.

2011년 3월 6일 <한겨레> “묘한 기름값은 네탓”…계속되는 ‘폭탄돌리기’

 

불 붙은 3R…‘유효한 방법’ 따져볼 때


지난해와 올해에 걸쳐선 3라운드 막이 올랐다. 앞서 언급한 개정안 때문이다.

이전과 다른 점은 주유소 업계의 의견이 갈리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주유소협회가 회원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약 70%가 개정안에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다. 74%는 개정안을 통해 주유소의 추가적인 판매가격 인하는 어렵다고 답했다. 이미 평균 영업이익률이 2%에 불과한 만큼, 가격 공개가 주유소 사이의 출혈경쟁을 부채질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업계에선 이제부터라도 ‘책임 돌리기’를 그만두고, 실제 기름값을 잡을 수 있는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대치와 갈등이 불가피한 상황 속에서도, 기름값 인하라는 취지만큼은 명확히 해야 한다는 목소리다.

이와 관련, 일각에선 정부 규제가 아닌 소비자, 시장 선택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대욱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아예 국유화해서 저렴하게 공급하지 않는 이상, 민간 기업의 제품가격을 정책으로 규제하는 건 한계가 있다. 각 기름별로 원가산정 얘기도 있는데, 연산품이라 어려운 부분이 있다”며 지금 당장은 소비자에게 공을 넘길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 교수는 “유류세를 인하하면서 오히려 가격이 왜곡된 부분이 있다. 기름값이 2000원을 넘겨야 소비 자체가 줄면서 가격이 함께 줄었을 것”이라며 “소비자가 실제로 더 저렴한 주유소를 찾을 유인이 있어야 공급자가 가격을 내릴 것”이라고 부연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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