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령 김정균의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향한 우려 [2023 주주총회]
스크롤 이동 상태바
보령 김정균의 ‘스페이스 오디세이’를 향한 우려 [2023 주주총회]
  • 손정은 기자
  • 승인 2023.03.22 16:2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지난 21일 정기주주총회서 일부 주주들 우려감 표명
김정균, 우주사업 Q&A에 2시간 할애…불확실성 해소 과제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지난 21일 보령(구 보령제약)은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주총)를 개최했다. ⓒ보령 CI
지난 21일 보령(구 보령제약)은 오전 서울 종로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주총)를 개최했다. ⓒ보령 CI

우주 사업을 통해 한 단계 진화된 제약사의 모습을 보여주겠다는 오너 3세 김정균 보령홀딩스 대표의 '스페이스 오디세이'에 보령(구 보령제약) 주주들이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 대표는 우주 사업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내며 주주 달래기에 나섰다.

지난 21일 보령은 오전 서울 종로구 소재 본사에서 정기주주총회를 개최하고 미국 액시엄 스페이스(액시엄)와 합작사를 설립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아직 세부 사항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양사는 추후 합의를 거쳐 합작사 설립을 확정할 예정이다.

앞서 보령은 2021년 우주 헬스케어 프로젝트 'CIS'(Care In Space)를 제시하고, 새 먹거리로 우주 헬스케어 사업을 낙점했다고 천명했다. CIS 프로젝트는 우주공간에서 건강을 지키고, 질병을 치료하겠다는 목적 하에 추진되고 있는 사업이다. 초기 목표는 인류가 달에 장기 체류하거나 처음으로 화성에 도달할 시 △인간으로서 살아남기 위해 꼭 필요한 기술들의 연구·개발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는 것이다.

글로벌 제약사에서 일찌감치 새 먹거리로 점찍기도 했다. 미국 머크(MSD)는 2017년부터 면역항암제 '키트루다'를 우주정거장에서 제조하는 실험을 하고 있으며, 아스트라제네카(AZ), 일라이릴리 등도 관련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보령이 추진하는 우주 헬스케어 사업의 중심에는 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있다. 2022년 1월 보령 사장으로 선임된 김 대표의 우주에 대한 열정은 미국 항공우주국(NASA)을 직접 방문할 정도로 각별하다.

이번 주총에서 김 대표는 우주 사업에 대한 소개와 주주들의 질문에 2시간 가량 답하며 적극적으로 우주 사랑을 보여줬다. 주총에 앞서 주주들에게 보낸 주주서신에서도 그는 "CIS 사업에 대한 소통이 미진해 회사에 대한 가시성이 떨어졌다고 느꼈을 거라 생각된다. 지난해 본격 시작한 CIS 사업과 관련된 활동, 투자 건들에 대한 목적과 내용에 대해 소통이 부족했던 점 사과한다. 올해 주총을 통해 자세히 설명할 테니 많은 관심을 바란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의 우주에 대한 사랑만으론 주주들을 달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특히 개미 투자자들의 반응은 더욱 부정적이다. 그들은 영업이익을 초과하는 돈을 미래 투자라는 명분으로 우주 사업에 투자하는 것 자체를 비효율적이며 비합리적이라고 판단하고 있는 모양새다.

실제로 보령은 지난해 2월 액시엄에 1000만달러(약 129억 원)을 투자해 지분 0.4%를 확보한 데 이어, 같은 해 12월 5000만달러(약 651억 원)를 추가 투자했다. 액시엄에 총 6000만달러(약 780억 원) 규모 투자를 단행한 것인데, 2022년 보령의 영업이익은 그 미만인 566억 원을 기록했다.

우주 사업이 아직 불확실하다는 점도 불안 요소로 부각된다. 수익 창출이 언제 이뤄질 지 모르는 사업에 투자하는 게 무리수라는 주장이다.

이는 김 대표도 일부 인정하고 있는 부분이다. 그는 이번 주총 현장에서 "(우주 사업의) 미래가 모호하다는 건 인정한다. 언제쯤 이익이 날 지, 이익 규모는 어떨 지는 회사도 알 수 없다. 다만, 기다려준다면 무조건 (이익을) 만들 것이고,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불안정성은 크지만 믿고 조금만 기다려준다면 성과를 반드시 내겠다"고 강조했다.

이에 따라 보령의 향후 과제는 주주 설득이 될 전망이다. 또한 우주 헬스케어 사업의 수익성 등을 구체화나가며 불확실성을 해소하는 게 김정균표 스페이스 오디세이의 향방을 가를 것으로 보인다. 

김 대표는 주총 자리에서 "많은 사람들이 보령의 본업인 제약업과 너무 다른 우주에 투자해 기업을 망치는 게 아니냐고 한다. 그렇게 생각하도록 정보 제공을 잘못한 점, 소통 못한 점은 잘못했다"라며 "앞으로는 투명하고 즉각적으로 소통해나가겠다"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백화점, 편의점, 홈쇼핑, 제약 등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매순간 최선을.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