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원께 드리는 편지…‘강성보수화는 필패로 가는 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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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께 드리는 편지…‘강성보수화는 필패로 가는 길입니다’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3.23 17:50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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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8 부정은 강성보수 어필 위한 행보…총선 승리 도움 안 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본 기사는 편지 형식의 기사입니다. 기사 형식상, 일반적 기사와 달리 존칭을 사용했음을 미리 밝힙니다. <편집자주>

국민의힘 김재원 의원은 최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국민의힘 김재원 의원은 최근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데 반대한다고 밝혀 논란에 휩싸인 바 있다. ⓒ시사오늘 김유종

김재원 의원님께.

의원님. 얼마 전 의원님이 사랑제일교회 예배에 참석해 교인들 앞에서 했다는 발언을 들었습니다. 5·18 정신을 헌법 전문에 수록하는 데 반대하며,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이라고 하셨지요.

개인이 특정 사안에 대해 어떤 관점을 갖는 건 자유의 영역입니다. 그걸 문제 삼고 싶은 생각은 없습니다. 대한민국은 자유민주주의 국가이니, 의원님이 갖고 계신 의견을 표출할 자유도 있지요.

정치인은 공인(公人)이므로 피해자들이 상처를 입지 않도록 조금 더 합리적이고 다수가 동의할 수 있는 생각을 갖고 계시면 좋겠지만, 그건 제가 강요할 수 있는 문제는 아닙니다. 자유민주주의는 그 역시도 표로 심판해야 하는 체제니까요.

오히려 제가 의문을 제기하고 싶은 건, 5·18에 대한 의원님의 언행이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파는 게 정치인’이라는 말씀과 배치된다는 점입니다. 지난해 4월 5·18기념재단이 의뢰하고 <서던포스트>가 수행한 ‘2022년 5·18 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5·18민주화운동 헌법 전문 수록’이 필요하다고 답한 응답자가 69.1%였습니다. 필요하지 않다고 답한 사람은 15.5%에 그쳤습니다.

수치만 보더라도, 5·18에 대한 부정은 국민 다수 여론과 동떨어져 있습니다. 물론 이런 결과가 그대로 선거 결과로 직결되지는 않겠지만, 5·18 부정이 ‘더 많은 표’를 얻는 데 방해가 된다는 사실을 유추하기는 어렵지 않습니다. ‘표를 얻으려면 조상 묘도 팔아야 하는’ 정치인으로서는 부적절한 행위지요.

더욱이 5·18에 대한 부정은 국민의힘을 ‘수구적 정당’으로 보이게 한다는 점에서 악영향은 더 큽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이후를 돌아보십시오. 박 전 대통령 탄핵으로 중도층이 떨어져나가자 당내 정치인들은 ‘최대 주주’가 된 강성보수의 마음을 얻기 위해 5·18 폄훼 발언을 쏟아냈고, 그 결과 보수정당은 전국단위 선거에서 4연패하며 당의 존립마저 위태로운 상황에 몰렸습니다.

보수정당이 부활한 건 서울시장 보궐선거에서 중도보수 성향인 오세훈 서울시장을 내세우고, 마찬가지로 중도보수 성향인 안철수 의원과 단일화에 합의한 뒤였습니다. 이때부터 국민의힘은 중도보수 중심 정당으로 재편됐고, 정권 교체와 지방선거 대승이라는 성과를 얻어낼 수 있었습니다. 의원님이 진정 정부여당의 지지율을 걱정했다면, 5·18 관련 발언은 엄청난 악수(惡手)입니다.

의원님이 왜 그런 발언을 했는지는 이해하고도 남음이 있습니다. 전국단위 선거가 끝나면 당내 주도권 싸움이 펼쳐지기 마련이고, 그렇다면 결국 흔들리지 않는 핵심 지지층의 마음을 사로잡는 쪽이 유리한 법이니까요. 의원님이 다시 한 번 5·18 관련 발언을 꺼내든 것 역시 아마도 핵심 지지층에 어필하기 위한 선택이었을 겁니다.

하지만 앞서 말씀드렸듯이, 이건 절대 윤석열 대통령이나 국민의힘을 위한 길이 아닙니다. 왜 대통령실이 “윤석열 대통령의 5·18 정신 계승과 헌법 수록 입장은 확고하다”고 선을 긋고, 국민의힘 지도부마저 서둘러 진화에 나섰겠습니까. 의원님이 하려는 ‘우클릭’이 내년 총선에 악재로 작용할 게 뻔하다는 판단 때문 아니겠습니까.

국민의힘이 내년 총선에서 참패한다면, 윤 대통령은 취임 2년 만에 레임덕에 빠질 수도 있습니다. 총선에서 이긴다고 해서 윤석열 정부가 성공한다고 장담하기는 어렵지만, 만약 지게 되면 아무것도 해보지 못하고 임기 5년이 끝날 수도 있습니다. 핵심 지지층에게서 인기를 끌기 위한 의원님의 작은 날갯짓 하나가 엄청난 파도가 돼 윤석열 정부를 덮칠 수도 있습니다.

의원님을 위해서도 절대 좋은 선택이 아닙니다. 의원님이 당내에서 인기를 얻더라도, 결국 총선은 전국단위 선거입니다. 의원님을 공천하는 게 전체 판에 불리하게 작용한다면, 당이 의원님을 가장 먼저 포기할지도 모를 일입니다. 어떤 것이 윤 대통령을 위해, 국민의힘을 위해, 의원님을 위해 현명한 선택인지 한 번 생각해 보셔야 하지 않을까요.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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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철 2023-03-24 08:52:38
참 잘하고 있지요? 원래 보수는 애민정신은1도 없었고 자기들 직업갖기에 혈안이 된 집단이라고 생각함.
근대사를 간단히 몇개 열거하더라도 5.18 전두환. 세월호참사 박근혜 .용산 참사 윤석열 .책임도 않지고 사과도 없고 후안무치한 놈들이여 원래가 / 원래가 그런집단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