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호준 “구태 있다면 바꿔나가는 것, 그것이 청년” [청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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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준 “구태 있다면 바꿔나가는 것, 그것이 청년” [청년 인터뷰]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03.29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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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호준 경기도의원 (더불어민주당)
“중대선거구제 개편? 효능감 없을 것, 소선거구제 보완여지 충분해…극단적 세력 의회 진입 우려”
“청년 정치인들, 어떤 정치할 것인지 소신 뚜렷해야…선택의 순간에서 자신만의 기준 잃지 말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박지훈 기자]

청년 인터뷰는 당사자성에 주목합니다. 청년 정치인들을 만나 쟁점을 파고들겠습니다. 현안에 대한 담론을 형성하고 어젠다 제시를 통해 대안을 모색하겠습니다. 왜 정치부터인가. 문제 해결의 시작은 ‘정치’에 있기 때문입니다. 청년 세대들이 지난 4‧7재보선부터 제도권을 향해 목소리를 내기 시작한 것은 그런 점에서 괄목할만합니다. 함께 고민해 봄직한 청년 어젠다가 있으면 댓글로 의견 바랍니다. 반영할 부분은 적극 반영하겠습니다. <편집자주>

 

  • 청년정치인 ‖ 유호준 편 
수원시 소재 의원사무실에서 23일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수원시 소재 의원사무실에서 23일 인터뷰가 진행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유호준 경기도의원(28)은 운동권 출신 MZ세대 정치인이다. 그가 정치에 입문하게 된 계기는 학창시절 학생인권 조례로부터 시작됐다. 학생 인권 교리가 지금처럼 일선 학교에 정착되지 못하던 시기였다. 강제적인 야간자율학습, 두발 규제 등 불합리한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학교 측과 투쟁했다. 대학에 진학한 뒤 자연스럽게 노동권과 성평등 등 사회 문제 해결을 위해 운동권에 합류하게 됐다. 유 의원은 “돌이켜 보면 제가 정치를 선택한 것이 놀라운 일은 아닌 것 같다”고 소회를 털어놨다.

유 의원의 목표는 기존의 정치 문법을 바꾸는 것이다. 주류 의제를 다루면서 재선, 3선을 노리는 정치인이 아닌, 소외된 소수자 의제를 공론화하는 것. 스스로를 실험체 삼아 비주류 의제도 도민들의 호응을 얻겠다는 포부다.

그는 “도민들도 중요히 생기는 의제가 다양해졌어요. 그런데 과연 우리 의회도 그런가 보면 아닌 것 같습니다”며 “차이를 메꿔 나가는 과정에 제가 있다고 생각하고 도전해보고 싶습니다”고 말했다. 인터뷰는 지난 23일 수원시 소재 의원사무실에서 진행됐다.

 

#쟁점 1. 청년, 사회적 약자?


유호준 의원은 청년이 사회적 약자냐는 질문에 “사회적 약자다”고 답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유호준 의원은 청년이 사회적 약자냐는 질문에 “사회적 약자다”고 답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시사오늘(그래픽=신성일 PD)

<시사오늘> 청년인터뷰의 시그니처 질문부터 물었다.

- 청년이 사회적 약자 vs 아니다?

“사회적 약자다.”

- 왜 그렇다고 봅니까.

“사회적 약자가 아니라면 기존의 기득권을 무너뜨리거나 현 체제에서 구조적 이득을 취할 수 있는 집단이어야 할 텐데, 지금의 청년들에게는 기득권을 넘어설 수 있는 그런 희망이라던가 역량이 아직 보이지 않는 것이 현실이라고 생각해요.

정말로 청년들에게 기회가 주어지는지도 의문입니다. 저는 그래서 ‘청년은 사회적 약자’라고 생각합니다.”

- 해법으로 제시하고 싶은 제언은 무엇입니까.

“예를 들자면…”

유 의원은 ‘정치적 자각화’가 필요함을 역설하기 앞서 예로써 운을 떼며 말을 이어갔다.

“무언가를 미워하는 건 쉬운 일인데 자신의 자산으로 만들고 그걸 이용하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일이거든요. 청년 세대가 해낼 수 있을 때 비로소 기존의 기득권을 넘어설 수 있는 역량을 갖출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요즘 영화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 이야기가 많이 나오는데요. ‘저 새끼 순 나쁜 새끼에요!’라는 명대사가 나와요. 같은 반 학생들이 엄석대의 횡포를 폭로하면서 점점 군중심리에 의해 격한 비난을 하게 되는 장면인데요. 이처럼 군중심리와 비난만으로 바꿀 수 없는 세상인데 여전히 그것만 하고 계신 분들이 너무 많아요.

어느 정당을 지지하고 어떤 입장이건 분명한 자신의 생각을 유지하고 그 생각을 밝히는 데 주저함이 없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야 다양한 의제들이 돌아다니고, 어떤 것이 호응을 받는지 판단할 수 있거든요. 나아가 이것이 결국 청년들이 필요한, 이들의 권익이 증진되는, 기회나 희망이 주어진 세상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 쟁점 2. 어수선한 민주당


당 안에서 잡음이 계속 일어나고 있는 상황. 이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어봤다.

- 민주당 내 당대표 사법리스크로 내홍이 있는 듯 합니다. 

“이재명 대표를 선출했던 시점부터 예상됐던 일이죠. 당원들도 감수하고 뽑은 것이고요. 이 상황을 잘 헤쳐나가야 되는 것이 당면 과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 현 상황을 어떻게 타개해야 합니까.

“민주당은 투트랙(Two-Track) 전략을 취해야합니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는 그것대로 대응하고 민생은 이에 맞게 대응해야죠. 민주당이 정책적 역량과 민생에 대한 관심이 충분히 있음에도 대표님의 리스크로 인해 묻히는 감이 없지 않아 있습니다. 민생에 대한 얘기는 보도되지 않고 대표의 사법리스크 얘기만 계속 나오는 것이 당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봅니다. 그걸 넘어설 수 있도록 더 적극적인 모습을 보여야 된다 생각합니다.”

민주당 지도부의 당헌 80조 폐지 움직임. 유 의원은 이에 부정적인 입장을 표했다.

“당헌이라는 게 당의 헌법이나 마찬가지잖아요. 헌법을 87년도에 제정하고 한 번도 바꾸지 않은 나라에서 아무리 당과 국가가 다르다고 하지만 그렇게 자주 바꾸는 게 긍정적으로 보이지 않고요.
 
현 당헌 당규에도 정치탄압으로 판단되면 당무위원회 의결을 통해서 달리 정할 수 있고 실제로 지난 22일 당무위원회에서 의결한 바 있습니다. 현행 체제에도 충분히 이를 돌파할 수 있음에도 당헌 자체를 바꾸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굳이 바꾸지 않아도 현 대표 체제가 가능하기 때문이죠.”

- 분당론도 꾸준히 제기되는데, 정말 될까요.

“어렵다고 봅니다. 대표나 정치인에 대한 호불호가 갈리겠지만 우리 당이 가지고 있는 정책 노선, 정책, 강령 등에 대한 공감이 일치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분당해서 나간다? 그럼 새롭게 분당하는 분들은 어떤 노선을 가지고 올 것이냐. 정치는 단순히 특정 인물에 대한 증오만으로 할 수 있는 게 아닙니다. 본인 스스로 꿈꾸는 노선이 있어야 하는데, 리더 중심의 정당은 이미 삼김(김대중·김영삼·김종필) 시대가 저문 이후부터는 없어졌다고 봅니다.”

- 정개특위 2050의 선거제도 개편, 효능감 있다고 봅니까.

“없다고 생각합니다. 중대선거구를 시행하고 있는 기초의회를 보더라도 한 정당 내에서 가·나번 공천을 어떻게 하냐에 따른 마찰이 빈번히 발생합니다. 우리 정치의 다양성에 기여했는지 도리어 질문하고 싶군요. 

오히려 중대선거구가 유권자들 선택을 더 헷갈리게 할 우려가 있다고 봅니다. 따라서 반대하는 편이고요. 기본적으로 소선구제와 양당 기반의 정치를 지향하는 편입니다. 

각 정당 안에서의 다양성도 필요하다. 분당해서 나가는 것이 아니라 당 안에서 토론하고 논쟁하는 것이 당연한데 그것을 우리가 겁내고 있는 것이 오히려 문제라고 생각해요.

승자 독식에 문제는 있겠으나 병립형 비례대표제 확대나 결선투표제도 도입 등 보완할 수 있는 여지가 있음에도 소선구제 자체가 잘못됐다고 얘기하는 것은 부정적입니다. 중대선거구제와 연동형 비례대표제 얘기도 나오지만 극단적인 세력의 제도권 정치 진출을 도울 수도 있지 않겠느냐는 우려도 있습니다.”

유 의원은 유럽의 사례로 중대선거구를 통해 극으로 치우친 정치인의 입성을 들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극우 정당들이 의회에 가장 쉽게 들어오는 방법 중 하나가 연동형 제도를 통한 진입이거든요. 그것을 우리가 과연 용인해야 되는가 고민이 듭니다.”

 

# 쟁점 3. 청년 정치, 어디까지 왔나?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인터뷰 질문에 답하는 유호준 경기도의원ⓒ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정치권의 화두로 던져진 청년 정치. 청년 정치인에게 평을 물었다.

- 2023년까지 온 대한민국의 청년 정치, 진단을 내린다면?

“우선 정의부터 다시 내려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는 젊은 사람들의 정치가 청년 정치로 여겨졌는데요. 이들의 진입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 기성 정치문화에 구태가 있다면 균열을 내 과감히 바꿔내려는 도전들이 필요하다고 봅니다.

어떤 분은 자리를 세습 받는 분도 있을 테고요. 기득권 위치인데 단순히 나이가 어리다는 이유로 가산점을 받을 수도 있잖습니까. 이런 것을 청년 정치로 정의할 수 있는지 다시 생각해 볼 지점입니다.

의사결정의 투명화라든가 토론이 있는 정치, 다양한 의제가 의회에서 논의되는 정책 등을 추구하는 청년 정치가 되기를 바라며 국민들의 기대도 그렇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습니다. 

당을 불문하고 여러 청년 정치인이라고 부르는 분들 그중에서 우리가 성공했다고 여기는 분들의 많은 수가 사실 기존의 정치 문법을 따라서 성공한 분들이 너무 많아요. 누구의 후광 또는 유산을 받은 분들도 많은데, 그런 노선을 따라갈 생각은 없습니다.”

- 박지현 전 비대위원장과 민주당 내 청년 조직의 충돌, 어떻게 생각합니까.

“정당 내 갈등과 논쟁은 언제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오히려 갈등이 없는 것은 죽은 정당이 아닌가 싶고요. 박지현 전 위원장의 발언이 우리의 정당 정책이나 당의 노선과 배치되지 않는 한 그들의 의사도 존중해야 되고 반대로 이른바 주류 청년 정치인이라고 일컬어지는 분들의 입장 역시 존중돼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청년 정치인과 기성 간 차별점은 무엇이라 생각하나요.

“더욱 유연한 관점 다양한 의제의 제도화, 여기에 더해 소통과 토론의 관점에서 차이를 보여야 합니다. 

우리가 정치를 논할 때 ‘밀실’, ‘짬짜미’ 등 이런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부정적인 관념을 깨뜨리고 의회에서의 논의 과정을 더욱 투명하게 하는 것. 다양한 의제들을 의회에 끌고 와서 토론토록 하는 것이 필요하죠. 그것이 청년 정치인이 기성 정치인과 달리 해낼 수 있는 게 아닐까 싶어요.”

- 민주당 내에서도 많은 청년 정치인이 나왔는데, 이들이 걸어온 길은 청년 정치에 부합한다고 생각하는지요.

“각자의 길이 다른 것이죠. 제가 가고 싶은 길은 다른 길일뿐이죠(웃음).”

 

청년을 위한 제언


20대 청년 정치인, 그가 겪은 애로사항은 무엇이었을까? 

“너무 젊은 나이에 정치를 시작한 것을 걱정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20대에 정치를 시작했으니 재선, 3선을 해도 나이가 마흔이 안 되거든요. 그 이후에는 무엇을 하고 살지 걱정해 주는 사람이 많은데, 그런 걱정은 하나도 없거든요. 지금보다 돈을 더 못 벌 수도 있고, 사회적 영향력이 낮아질 수 있지만, 대부분의 도민들도 그렇게 살잖아요. 언제라도 의정을 그만두고 돌아갈 준비가 돼있기 때문에 마음껏 도전할 수 있습니다.”

끝으로 정치의 꿈을 가지고 있는 청년들을 위해 당부하고 싶은 말 등 제언을 들어봤다.

“어떻게 출마해 당선되는지 그런 조언보다는 어떤 정치를 할지 마음가짐에 관한 얘기를 전해주고 싶어요. 흔들리지 않는 자신의 기준을 만들기를 바랍니다. 제가 드라마를 좋아하는데요. <이태원 클라스>에 이런 대사가 나와요. 

“지금 한번, 지금만 한번, 마지막으로 한번, 또또 한번, 순간은 편하겠지, 근데 그 한번들로 사람은 변하는 거야.”

정치를 하다 보니 다양한 결정의 순간이 옵니다. 그리고 몇몇 결정들은 유불리가 명확한 사안들이죠. 본인이 어떤 생각으로 중심을 지키고 결정을 내릴지 굳건한 기준을 만들면 좋을 것 같아요. 초심을 지키고 먼 훗날 이 시간을 회고했을 때 부끄럽지 않을 수 있어요. 부족하지만 정치인으로 지내는 동안은 변하지 않고 그 기준을 지키고 살아가겠습니다.”

 

박 기자의 청년 수첩.
‘청년 유호준은?’ 

 

유호준 경기도의원(28)의 좌우명은 ‘오래하는 정치 말고 오래가는 정치’다. 유 의원이 의회에 갓 들어왔을 무렵, 선배 의원들은 그에게 어떻게 하면 ‘재선’할 수 있는지 조언해줬다. 그는 감사하지만, 그것이 자신을 지지해주는 도민들의 위한 정치는 아닐 것이라 선을 그었다.

 

‘자신’이 오래하는 정치가 아닌, 표에 도움이 안되더라도 소수자 의제에 대해 연대하고, 눈 앞의 이익보다는 미래지형적인 선택하길 바랬을 것이라는 말. ‘미래’에도 지속가능한 정치를 추구한다. 지난 15일에 유 의원은 미래지향적 정치의 일환으로 5분 자유발언에서 남양주의 환경파괴로 인한 멸종위기종 ‘크낙새’가 자취를 감춘 것을 지적한 바 있다.

 

경기도 남양주가 고향이다. 한양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사과정에 재학 중이다. 대학 시절 반성폭력 반성차별 모임에서 활동했으며 남양주 청년정책위원회 위원장, 더불어민주당 전국대학생위원회 부위원장, 다산1동 주민자치위원회 위원, LH청년위원회 위원 등을 역임했다.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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