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69시간제’ 각인된 노동시간 유연화 [주간필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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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69시간제’ 각인된 노동시간 유연화 [주간필담]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3.26 13:41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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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부 “‘주69시간’ 아닌 ‘주평균 52시간제’” 주장에도 반발 多
‘근로 시간 저축, 실제로 이행되겠냐’…부정적 여론 이어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 시사오늘 (그래픽 = 김유종 기자)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여론의 반발이 계속되는 가운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진의가 왜곡됐다며 연일 개혁 취지 설명에 나서는 모습입니다. 

지난 6일 정부는 근로시간 제도 개편 방안을 발표했습니다. 논란이 된 건 ‘주 최대 69시간 노동이 가능해진다’는 부분이었습니다. 노동부는 ‘주 69시간’이 아니라 ‘주 평균 52시간제’라며 인식 전환에 나섰지만 그 취지를 국민에게 전달하는 데는 성공하지 못한 듯합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소위 MZ세대의 반발 여론을 청취하고 발표 8일 만에 ‘주 60시간 이상 근무는 무리’라며 개편안 재검토를 지시했는데요. 그 때문에 정책 혼선을 빚는다는 야당의 비판까지 더해졌습니다. 

ⓒ 고용노동부 페이스북 캡처본
고용노동부가 제시한 ‘올바른 나만의 가상 근무표’ 예시. ⓒ 고용노동부 페이스북 캡처본

왼쪽 사진은 노동부가 제시한 ‘근로시간 가정 근무표‘ 입니다. 현재는 기본 주 40시간 근무에 최대 12시간 연장 노동이 가능한 주 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는데요. 정부는 개편안을 통해 불가피하게 집중적으로 일할 필요가 있을 경우를 고려해 노동시간을 ‘월·분기·반기·연’ 단위로 나누어 관리해 필요한 경우 몰아서 일하고, 그만큼 휴식 시간을 보장한다는 겁니다. 

고용노동부가 제작한 카드뉴스를 보면 ‘원청에서 긴급 발주가 있는데 1주 12시간 연장근로로 절대로 소화하지 못해 걱정이예요’, ‘중요한 프로젝트 마무리 때문에 1~2주간 집중해 끝내고 싶은데 안된대요’라고 말하는 인물의 모습이 근로시간 개편 필요성을 설명하는 사례로 나타나 있습니다. 

정부는 개편안 취지가 ‘일할 때 일하고, 쉴 땐 쉴 수 있게 하는 것’이라고 말하지만 이미 청년층을 포함한 많은 국민들의 머릿속에 ‘69시간’이라는 숫자가 각인된 상태에서, 부정적 여론이 주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정부가 제시한 가상 근무표에 따라 노동할 경우를 가정하고 작성된 ‘69시간 근무표’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화제가 됐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캡처본
정부가 제시한 가상 근무표에 따라 노동할 경우를 가정하고 작성된 ‘69시간 근무표’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서 화제가 됐다. ⓒ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게시물 캡처본

이 사진은 온라인 커뮤니티 상에 돌아다니는 ‘기절의 69시간 근무표’입니다. 정부가 제시한 가상 근무표에 따라 노동할 경우 ‘주말에 기절 혹은 병원’, ‘퇴근 후 바로 취침한다’ 등 내용이 담겨있습니다. 극단적인 예이지만 직장인들이 정부의 방침에 가진 불만이 드러난 것으로 해석할 수 있습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 국민 다수는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습니다. <한국갤럽>이 지난 14~16일 전국 만18세 이상 남녀 1003명을 대상으로 최대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는 정부의 근로시간 개편안에 대한 생각을 물은 결과 56%가  ‘불규칙·장시간 노동, 삶의 질 저하가 우려된다’며 반대했고, 36%는 ‘바쁠 때 몰아서 일하고 길게 쉴 수 있다’며 찬성한다는 답변을 내놨습니다.

직업별로 살펴보면 사무·관리직 종사자의 68%가 반대했습니다. 연령별 차이도 있었습니다. 30대와 40대에서 반대가 각각 67%, 68%로 높았고, 60대와 70대 이상에선 각각 42%, 38%로 상대적으로 반대 의견이 적었습니다. 

이런 여론이 형성된 배경에는 ‘일할 때 일하고, 쉴 때 쉬자’는 취지가 대한민국 노동 현장에서 실제로 이뤄질 수 있겠냐는 회의감이 깔린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의 2021년 연평균 근로시간은 1915시간으로 OECD 국가 평균 노동시간(1716시간)과 비교해도 200시간 가까이 많았습니다. 

김설 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지난 2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청년세대가 말하는 윤석열 정부의 노동정책’ 간담회에서 “지금 근로기준법상 규정돼 있는 연차 휴가도 눈치 보여서 제대로 못 쓰는데 어떻게 근로 시간 저축을 해서, 갓 입사한 사원이 지난달에 며칠 더 일했으니 이번달에 3일 쉬겠다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겠냐”며 “노사 협의를 통해 공동의 결정을 할 수 있을 거라고 말하는데, 노동조합 조직률도 14~15%밖에 되지 않는 상황에서 대한민국에서 시간 주권을 가진 시민이 얼마나 되겠냐”고 지적했습니다. 

유준환 새로고침노동자협의회 의장은 간담회에서 “52시간 초과 근무가 필요한 현장이 있다고 하는데, 정말 필요에 의한 것인지 기업이 비용을 아끼려는 욕망에 의한 것인지 구분할 수 없다고 본다. 나는 대체로 욕망에 의한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 개편안 발표 직후 경제계는 기업의 업무효율을 높이고 근로자 생산성을 향상시킬 것으로 기대한다며 환영 의사를 표했습니다. 하지만 반발에 부딪히자 24일 대한상공회의소가 ‘연장근로제도가 개편되더라도 우려와 69시간까지 근로하는 기업은 극히 일부에 불과할 것’이란 입장을 내놓기도 했습니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근로시간이 긴 것으로 알려진 칠레가 22일 주당 45시간 근로시간을 40시간으로 줄이는 법안 개정안을 재적 의원 만장일치 찬성으로 가결했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국내 상황과 비교해 전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데요.

노동은 국민 삶의 질과 직결된 분야인 만큼, 이번 ‘주 69시간’ 논란이 더 많은 이들의 의견을 수렴해 듣는 계기 됐으면 합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됩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생각대신 행동으로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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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가야 2023-03-26 14:44:32
대가리 크기 반 으로 줄이자 윤가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