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혼(非婚) 시대-마(魔)의 트라이앵글 [일상스케치(75)]
스크롤 이동 상태바
비혼(非婚) 시대-마(魔)의 트라이앵글 [일상스케치(75)]
  • 정명화 자유기고가
  • 승인 2023.03.26 13:3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청년 실업·결혼·출산율 최하의 악순환 고리…경제적 문제가 가장 커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명화 자유기고가)

격세지감이다. 성인이 되면 당연한 수순이었던 인륜지대사, 결혼과 자녀 출산은 이제 구시대적 유물이 되어 가는 걸까.

지난해 혼인 건수가 역대 최소 수준인 19만 1700건으로, 결혼하는 청년들이 매년 줄고 있다는 통계 자료가 발표됐다.

또한 우리나라 국민 절반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10∼20대 과반수는 결혼 후에도 자녀를 낳을 필요가 없다고 여기는 것으로 조사됐다.

남녀 미혼 상당수 결혼 계획 없어

20∼30대 여성의 절반이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연합뉴스
20∼30대 여성의 절반이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연합뉴스

23일 통계청이 발표한 '2022 한국의 사회지표'에 따르면, 지난해 만 13세 이상 인구 가운데 결혼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의 비중은 50.0%였다. 국민의 절반가량이 굳이 결혼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생각하는 것이다.

성별로 보면 남자는 그나마 절반 이상(55.8%)이 결혼을 해야 한다고 응답했지만, 여자는 44.3%만 결혼 해야 한다고 답했다. 즉, '결혼 계획 없다'라는 미혼 여성이 남성보다 많았다.

현재 미혼 응답자 대상으로 향후 결혼 계획이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64.6%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결혼 계획이 없다는 이들의 이유는 48.7%가 '결혼이 아니어도 행복할 수 있어서'라고 했고, '결혼을 위한 경제적인 준비가 안됐다'라는 의견 또한 40.0%에 이르렀다.

물가 오르고 집값 비싸고, 결혼 포기하는 청년들

결국 상당수의 청년들은 결혼하지 않는 이유로 '경제적 문제'가 가장 큰 걸림돌이었다. 취업도 어려운 실정에 언제 저축해서 미래를 계획할 수 있을지 난감한 것이다. 게다가 턱없이 올라버린 주거비에 대한 부담도 상당하다.

일부 사회 초년생에게는 박봉으로 학자금 대출을 갚으면서 결혼식 비용을 마련하고 거주 공간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이 요원하기만 하다. 치솟는 물가에 집값은 비싸고, 제자리걸음인 수입으로는 혼자 일상을 유지하기도 벅찬 게 요즘 젊은이들의 현주소다.

치솟는 물가와 집값에 결혼 출산 꿈도 못 꾼다. ⓒ연합뉴스
치솟는 물가와 집값에 결혼 출산 꿈도 못 꾼다. ⓒ연합뉴스

'경제적 부담'…출산율에도 영향

더군다나 한국 사회의 2030세대는 결혼은 물론이고 출산에도 소극적이다. 한국의 저출산 기조가 어제오늘의 문제는 아니지만, 이제는 아예 혼인조차 꺼리는 사회현상이 굳어지면서 국가의 미래가 암울해지고 있다.

혼인이 줄어드는데 출산이 늘어나려야 늘어날 수 없는데, 저출산의 원인으로 응답자들은 ‘경제적 부담’(66.3%)을 가장 많이 꼽았다. 그리고 ‘육아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 안 된다’(27.3%)라는 응답이 이어졌다.

물론 결혼 후 자녀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 사람도 65.3%로 집계됐다. 그러나 1020세대는 자녀를 가질 필요가 있다는 응답이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특히 10대의 경우 결혼 후 자녀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사람은 41.1%로, 전체 연령대 중 가장 낮은 비중을 보였다.

'결혼·출산 중요하지 않다'라는 여성, 남성의 2배

무엇보다 20∼30대 여성의 절반이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고 응답했다.

사회복지연구에 게재된 '청년층의 삶의 질과 사회의 질에 대한 인식이 결혼과 출산에 대한 태도에 미치는 영향'에 따르면, 만 20∼34세 미혼 남녀 281명 조사 결과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는 데 동의한 여성은 겨우 4.0%였다. 남성이 12.9%인 것과 비교하면 적지 않은 차이다.

'여성의 삶에서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다'라고 답한 여성은 42.9%, '결혼과 출산이 중요하지 않다'라고 답한 여성은 53.2%였다. 반면 남성은 각각 61.3%, 25.8%로 집계됐다.

결론적으로 남성들은 결혼·출산은 중요하고 또 필요한 일로 인식하고 있지만, 여성들은 결혼과 출산을 거부하는 비율이 높은, 남녀 간 심각한 괴리가 커다란 사회적 문제다.

이제 더 이상 대부분의 젊은 여성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필수가 아닌 것이다. 독신으로 살기에 제도적으로, 사회적인 분위기 자체가 충분한 기반이 갖춰져 있다는 생각을 한다.

출산율, 경제 협력 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하

결혼과 출산에 대한 인식이 급격히 변화하는 결과, 지난해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2년 뒤 0.61명까지 떨어진다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경제 협력 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꼴찌이자 평균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이제 한국은 전 세계에서 가장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됐다.

게다가 심각한 고령화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우리나라가 오는 2036년에는 생산 인구 2명 이하가 노인 1명을 부양하는 나라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저출생 흐름이 멈추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인구감소와 노령화 현상이 심화되어 대한민국의 소멸이 곧 당면하게 될 현실로 다가올 수도 있다. 젊은 이민자가 대폭 늘어나지 않으면 생산 가능인구 감소는 막을 수 없을 지경이다.

지난 15년간 저출산, 고령화를 위해 투입한 예산만 280조 원에 달했지만, 출산을 거부하는 부모들의 마음을 돌려놓는 데는 실패했다.

이는 경제적 비용과 함께 맞벌이 시대 육아의 부담이 큰 몫을 하고 있다. 사내 육아휴직 제도가 존재하지만, 이 역시 적용에 무리가 있는 데다 불리한 처우까지 받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개선책이 시급하다.

물론 저출산 문제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이웃 나라인 일본과 중국도 저출생 문제를 심각하게 겪고 있다.

이에 반해, 서유럽 국가들은 경제적 조건과 성 평등 돌봄을 유용하게 도입해 비교적 빠르게 저출산의 늪에서 벗어났다. 특히 프랑스의 경우, 가족수당 등 현금성 지원책으로 양육비 부담을 줄인 것이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분석이다.

출산율 반등에 성공한 나라들은 대체로 남성 육아휴직 활성화, 일과 가정의 균형 유지, 파트타임 일자리 확대 등이 공통점이었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청년들, 결혼 출산을 위한 경제적 자립은 요원해

그러나, 국가 사회적으로 출산 장려 정책을 쓰더라도 청년 개개인의 자격 조건이 갖춰져야 하는 게 급선무다. "아무래도 결혼하려면 집이나 직업적인 안정도 중요하다고 생각을 하는데 제 주변에 취직이 안 되는 경우도 많고…."

이 모든 통과의례의 기초가 되는 경제적 자립, 청년 고용률이 바닥을 향해가고 있다. 계절은 봄의 길목에 들어섰지만 고용시장의 한랭전선은 여전하다.

'청년 취업 감소, 2년 만에 최악'이라는 통계청의 발표가 나왔다. 지난 2월 20대 청년층 취업자 수가 2년 만의 최대 폭인 12만 5000명 급감했다. 전체 취업자 수는 노인층을 중심으로만 31만 2000명 늘어나는데 그치며 9개월 연속 둔화했다. 청년층과 40대를 중심으로 '고용 한파'가 현실화하는 모습이다.

게다가 경제활동을 하지 않고 취업을 포기한 이른바 '취포족' 청년층이 50만 명에 육박한 것으로 나타났다.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올해 2월 비경제활동인구 중 활동 상태를 '쉬었음'이라고 응답한 청년층(15~29세)은 49만 7천 명이다. 이는 2003년 통계 작성을 시작한 이후 역대 최대 규모다.

이 조사에서 '쉬었음'은 취업 또는 진학 준비를 하거나 군 입대 대기 등의 상태에 있지 않고, 말 그대로 ‘아무런 일도 하지 않고 쉬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렇게 결혼 적령기 세대의 취포족까지 늘고 캥거루족이 절반인 시대, 청년들의 장래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한국경제의 미래인 청년층의 고용 환경을 개선하지 않으면 경제 활력이 떨어지고 사회 불안의 씨앗이 될 것이다.

따라서 기업의 청년 고용 활성화와 그들의 경제적 자립도가 회복되지 않으면, 국가의 명운이 달린 결혼 출산을 향한 시나리오 안착은 멀기만 하다.

정명화는…

1958년 경남 하동에서 출생해 경남 진주여자중학교, 서울 정신여자고등학교를 졸업했다. 연세대 문과대 문헌정보학과 학사, 고려대 대학원 심리학 임상심리전공 석사를 취득했다. 이후 자유기고가로 활동 중이다.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