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 손정은 기자]

최근 편의점 노동자를 상대로 한 강력 범죄가 연일 발생하면서 편의점 외부를 둘러싸고 있는 '불투명 시트지'가 범원인 중 하나로 꼽히고 있다. 관련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거세다.

27일 경찰청 '범죄 발생 장소' 통계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발생한 범죄 건수는 2019년 1만4355건, 2020년 1만4697건, 2021년 1만5489건으로 매년 증가하고 있는 추세다. 또한 2021년 기준 대표적 강력·폭력 범죄 유형은 △폭행 1365건 △강제추행 226건 △협박 208건 △강도 39건 등으로 나타났다.

매년 증가하는 편의점 범죄의 원인 중 하나로 관련 업계는 불투명 시트지를 꼽고 있다. 불투명 시트지는 편의점 외부에서 내부 담배 광고가 보이지 않도록 정부의 금연 정책이 강화된 데에 따른 조치로, 2021년 7월부터 시행됐다. 현행법상 매장 외부에서 담배 광고가 보일 경우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의 벌금에 처해진다.

특히 이는 청소년 흡연율을 줄일 수 있다는 판단에서 시행된 조치이나, 얼마나 상관 관계가 있는지는 알 수 없다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다. 실제로 질병관리청의 '2021년 청소년건강행태조사'에 따르면 편의점이나 가게 등에서 담배 구매를 시도한 학생 중 살 수 있었던 '구매 용이성'은 67.0%에서 2021년 74.85% 늘어나 실효성에 의문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영등포구에서 편의점을 운영 중인 점주 A씨는 "담배 피울 사람들은 시트지가 있는지 없는지도 모르고 사 간다"라며 "어떤 발상인지 도대체 공감이 가지 않고 오히려 점주나 아르바이트생들 불안감만 높이고 있다.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고 꼬집었다.

아르바이트생 B씨는 "최근 편의점을 상대로 한 범죄 뉴스를 접할 때마다 무섭다"라며 "위급 상황이 오더라도 시트지 때문에 지나가는 사람에게 도움 청하기도 힘든 상황이다. 흡연자나 근무자 그 누구를 위한 시트지인지 도무지 모르겠다"라고 비판했다. 

한국편의점주협의회도 지난달 보도자료를 통해 "복지부가 잠자던 사문화된 규정을 다시 시행할 때부터 편의점 점주들은 흡연율을 줄이기 위한 효과가 의문시될 뿐만 아니라 심야시간에 혼자서 근무하는 편의점이 강도와 폭력 등 강력 범죄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며 강력한 반발을 사 왔다"라고 전했다.

최종열 CU가맹점주협의회장 역시 "불투명 시트지는 효과조차 확인되지 않은 흡연율 감소를 위해 편의점 근무자 안전을 담보로 한 전형적인 탁상행정"이라며 "이번 사건을 계기로 편의점을 뒤덮은 불투명 시트지가 반드시 제거돼야 한다"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