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학 “고장난 한국 정치, 선거제 개편으로 돌파해야” [풀인터뷰]
스크롤 이동 상태바
이동학 “고장난 한국 정치, 선거제 개편으로 돌파해야” [풀인터뷰]
  • 박지훈 기자
  • 승인 2023.04.17 14:22
  • 댓글 1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동학 前 최고위원 (더불어민주당)
“청년이 사회적 약자? 양가적인 면모 있어”
“기득권 허물 새로운 사회적 시스템 필요”
“청년 ‘비난’ 아닌 ‘격려’하는 사회 만들어야”
“정치 개혁, 선거구제 개편으로 시작될 것”
“국회의원, 지역중심주의적 사고 탈피하자”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지훈 기자]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5일 국회 제1소회의관에서 시사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5일 국회 제1소회의관에서 <시사오늘>과 인터뷰를 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더불어민주당 이동학 전 최고위원이 정치에 발을 들이게 된 것은 가벼운 이유였다. 고등학교 3학년 시절, 학생회장이 된 그는 두발자율화 운동에 동참했다. 헌법으로 보장되는 신체의 자유를 왜 교칙이 침해하느냐는 문제의식 때문이었다. 이후 정치인들이 학생들의 손을 들어주며 두발자율화가 이뤄졌다. 이때 이 전 최고위원은 정치가 옳은 결정을 힘 있게 내리면 사회가 바뀌는 것을 깨달았다. 정치가 멋지다고 생각하게 된 계기였다. 군대를 다녀온 뒤, 연설하는 정치인에게 매료돼 그 길로 열린우리당에 가입했다. 

2006년엔 훗날 대학생위원회가 되는 대학생 정책자문단을 만들어 초대 단장직을 맡았다. 대학생 당원들과 노력한 끝에 2010년 대학생위원회가 당헌·당규에 들어가는 성과를 달성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당선되고는 한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그리고자 해외로 떠나게 된다. 그러던 중 환경 문제와 마주한 그는 환경보호 활동을 펼치며 한국의 ‘툰베리’, ‘지구촌 촌장’이라는 별명을 얻는다. 2021년엔 청년 최고위원으로 일하기도 했다.

열거하기도 어려울 만큼 다양한 활동을 펼치면서, 이 전 최고위원은 대한민국 정치에 문제가 있음을 절실히 느꼈다. 미래를 보지 못하고 진영논리에 매몰된 정치권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뜻을 함께하는 초당적 협의체, ‘정치개혁 2050’에서 활동하게 된 이유다. 그렇다면 정치 개혁의 주춧돌이 되고자 하는 정치개혁 2050은 어떤 일을 하고 있을까. 그 진척도는 어느 정도일까? 인터뷰는 지난 5일 국회에서 진행됐다.

 

1. 시그니처 질문


청년 정치인을 만나면 꼭 물어보는 <시사오늘>의 시그니처 질문을 던졌다. 

- 청년이 사회적 약자인가요.

“청년은 기회가 빈곤한 시대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런 점에선 사회적 약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반면 꿈과 비전을 가지고 도전을 할 수 있다는 측면에선 약자라고 할 수 없지 않을까 하는 양가적 감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기회를 확대할 수 있는 해법에 대해 묻자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안타까운 표정을 지으며 답했다.

“사회 시스템은 만들어진 다음에 시간이 지나면 기득권화되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면 먼저 차지한 사람들이 힘을 더 쓸 수밖에 없죠. 지금은 기득권을 약간 양보해 주는 수준에서 일부 청년들에게만 기회를 주고 있는 상황입니다. 그것이 오늘날 공정함을 무너뜨리는 계기로도 작용되고 있고요.

이처럼 이전 세대의 힘을 빌려야 기회가 열리는 시국에 대해 청년들이 분개하는 것 같아요. 이는 기득권이 굉장히 강화됐기 때문이라고 봅니다. 질서를 새롭게 만들 필요가 있습니다. 새로운 질서가 만들어졌을 때 청년들에게 기회의 폭이 다시 넓어지게 될 것이고, 불공정한 면들도 완화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2. 청년 정치에 대해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 전 최고위원은 “청년이 위축되지 않는 사회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청년 정치란 무엇인가요. 청년이 하는 정치인가요. 청년을 위한 정치인가요.

“청년 정치는 크게 3가지로 볼 수 있습니다.

첫 번째는 청년들에게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창구를 만드는 것. 이것이 1세대 버전이에요. 청년들이 테이블에 앉을 기회조차 없었던 때 나온 1세대 청년 정치죠. 2세대 버전은 단순한 창구 역할을 넘어서 실제로 권한을 갖고 행사하는 것입니다. 그 결과 청년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직접 대변할 수 있도록 할당제 같은 정책이 나왔어요.”

이 전 최고위원은 3세대 청년 정치는 1, 2세대와 다른 결에 있다고 소개했다.

“3세대는 2세대의 한계를 극복하고자 등장했습니다. 자리 할당을 받은 청년들이 사회 문제를 지적하고 새로운 비전을 제시하면 ‘청년 정치인이 청년 얘기 안하고, 다른 얘기를 왜 하느냐’는 프레임에 갇히게 됩니다.

기득권이 청년들에게 선을 긋게 되는 계기로 작동하게 되죠. 그래서 3세대 청년 정치는 청년의 시각으로 세상의 여러 부당한 문제들을 지적해내고, 나아가 우리 사회가 어느 방향으로 가야할지 정치적 목소리를 내는 방향으로 확장돼야 합니다.”

- 전문성을 지닌 청년 정치인은 드문 것 같습니다. 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는지요.

“전문성 부족은 당연히 있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너무나 당연하다는 표정이었다.

“청년은 기성세대만큼 살지 않았잖아요. 기성세대에겐 경험과 경륜이 있는 것이고, 청년 세대는 경륜과 경험이라는 포장지 속에서 기득권화되고 잘못된 부분들을 지적하는 것이죠.

우리 사회가 용인을 해줘야 합니다. 비난과 비판을 받아도 실수하면서 바로잡고, 청년 본인이 잘못한 것을 깊게 공부하면서 전문성이 쌓여가는 것이거든요. 사회에 발제할 수 있는 권한, 그리고 청년들이 위축되지 않는 사회를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지금 사회는 청년 정치인이 실수 혹은 잘못을 저질렀을 때 다시 도전할 수 있도록 격려하는 것이 아닌, 한두 번의 실패로 낙인을 찍고 싹을 아예 잘라버립니다. 노장청(노년·장년·청년)이 조화를 이룰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이게 결국 우리나라가 가야 할 방향이라고 봅니다.”

- 실수한 청년들에게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가 청년들이 정치에 뜻을 품고 왔다가 떠나는 이유일까요.

“현실적인 벽에 부닥치는 청년들이 꽤 많을 겁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아쉬움을 숨기지 않고 드러냈다.

“제가 20대 초반에 당에 들어와 거의 20년을 있었습니다. 무수히 많은 청년들이 들어왔다 나갔죠. 이유가 세 가지 정도 되더군요.

첫 번째는 경제적인 이유고요. 두 번째는 효능감의 결핍입니다. 마지막으로 직업 정치인은 내 인생을 걸고 들어와 남의 인생을 책임지겠다고 하는 사람들이잖아요? 청년들이 그 무게감을 견디기가 어렵습니다. 굉장한 중압감을 받고 ‘정치는 할 게 못 된다’고 생각하며 정치판을 떠나는 것이죠.

제가 말씀드린 이 경제적 요인, 효능감의 결여, 중압감 이렇게 크게 세 가지 정도로 분류해 볼 수가 있을 것 같고요. 차제에 청년 정치 혹은 젊은 정치인들이 많이 만들어지기 위해서는 초·중·고등학교 학생회가 정상화될 필요가 있다고 말씀드리고 싶네요.”

- 왜 학생회의 정상화가 필요하다고 봅니까.

“학생들은 학교라는 작은 사회에 살아가면서 선거를 하고 규칙을 만듭니다. 그 과정에서 타협도 하죠. 의견 충돌도 있을 수 있어요. 토론하는 것은 반대가 어떤 입장인지를 확인하는 것이 아니라 서로 더 좋은 방향으로 가기 위한 과정입니다. 이런 것들이 초·중·고등학교 과정을 통해서 다듬어질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 결과 양질의 젊은 정치인들이 나올 수 있는 사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요. 초·중·고등학교를 다니면서 정치 과정을 이해하고 비판하는 의식이 생기면, 무비판적으로 수용하지 않고 반대편의 입장도 생각해보는 통찰력을 가진 시민들이 늘어나 우리 정치도 좋아질 수 있습니다.”

- 청년 정치인들은 대안 없이 비판에만 치중한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비판하는 것도 대단한 일이라고 생각해요. 비판이 없는 세상은 바뀔 수가 없어요.”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비판만 하고 대안을 제시 못한다며 비난하는 것이 청년 정치인을 몰아세우는 것이라 주장했다.

“청년 정치인들에게 너무 과도한 요구를 하는 것이라 봅니다. 역으로 기성세대들이 부정부패 등 문제를 일으켰을 때 기성세대들도 싹 다 물러나야 된다고 주장하지 않잖아요?

비판은 건강한 사회로 가는 데 있어서 유용한 수단입니다. 비판이 있어야 그 대안에 대해 토론할 수 있으니까요.”

- 과거 이인영 의원을 비롯한 86세대 정치인들에게 험지 출마를 권한 바 있는데, 이유가 무엇입니까.

“당시에 당이 굉장히 안 좋은 상황이었습니다. 당내 분란이 심각했고 상대방은 집권 여당이었죠. 이럴 때는 자기 몸을 던지는 진정성이 발현돼야 국민들에게 다시 선택을 받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어요.

그리고 젊은 세대가 정치에 더 많이 진입할 수 있는 기회를 열어줘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민간 기업을 보면, 결정 권한을 가진 세대가 40대, 많이 낮아진 곳은 30대까지 내려갔습니다. 그런데 정치 영역에 있어서만큼은 젊은 세대들이 배제돼 있어요. 선거 제도에서의 한계 때문입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젊은 세대가 정치에 도전하기 어려운 이유를 소선구제에서 찾았다.

“소선거구제에서는 그 지역에서 가장 강한 사람을 내보내야 하거든요. 그래서 양당제는 계속 강화되고 기득권이 유지됐고요. 개개인이 기득권을 내려놓는 것도 중요한 의미를 가질 수 있겠으나, 근본적으로는 양당 기득권을 제도로 풀어줘야 한다고 봅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사회는 정치권이 시대 변화를 받아들이고, 국민을 위해 움직이는 세상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점에서 정치인들이 내려놓을 것들이 굉장히 많습니다.”

 

3. 정치개혁 2050


ⓒ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이 전 최고위원은 선거제 개편에 대해 “기대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답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질문은 자연스럽게 선거제 개편 이야기로 넘어왔다.

- 선거제 개편이 가능하리라 보나요.

“기대와 희망을 갖고 있어요. 왜냐하면 3개의 개혁안이 도출됐어요. 그 3개 안 중에 합의를 통해서 하나를 선택하자고 합의문이 나온 상태입니다.

선거제 개편은 대한민국이 영속 가능하냐의 문제와 직결돼 있습니다. 지금 글로벌 질서가 중국·러시아와 미국·자유진영의 양면 대결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국익을 위해 뒤에서 서로 연결되는 혼란스러운 상황이에요. 외풍에 휩쓸리기 쉬운 국면이거든요.

게다가 대한민국 상황이 지금 녹록지가 않아요. 2020년도에 인구가 3만 명이 줄었습니다. 2021년도에는 6만 명, 2022년도에는 12만 명이 줄었습니다. 한반도 역사상 최초로 겪는 일이에요. 지방은 계속해서 축소되고 있고 젊은이들은 서울로 유출되고 있습니다. 지방은 급속도로 활력을 잃고 수도권은 과잉된 경쟁을 하고 있는 거예요. 서울의 출산율은 0.5입니다. 국가 전체로 따지면 0.78입니다. 

다른 나라에 비해 전례 없는 속도입니다. 그동안 인구·경제 등이 성장 확대 방향으로 왔다면 2020년 이후부터 저성장 국면으로 가고 있습니다, 확대가 아니라 축소되는 방향으로 대전환을 한 거예요. 어느 당이 집권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가 아닙니다. 앞으로 복지의 지속 가능성에도 문제가 생길 겁니다. 연금제도도 깨질 겁니다. 의료는 지속 가능할까요? 이런 문제들 앞에서 정치인들이 본인들만의 이해관계로만 싸우는 겁니다. 싸움의 결과가 국민들에게 유익한 방향으로 연결이 돼야 되는데 지금은 아무것도 없어요. 이런 정치를 깨지 못하면 대한민국은 나락으로 갑니다. 이 4류 정치 때문에.”

- 정치개혁방안이 선거제도 개편에만 집중돼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오히려 핵심은 하향식 공천이라는 지적이 많습니다. 정개특위에서 공천 문제는 어떻게 다루고 있습니까.

“아주 좋은 지적입니다.”

무릎을 탁 쳤다.

“다 연결돼 있는 문제에요. 그래서 1단계로 선거 제도를 바꿔보자는 취지입니다. 선거제도를 개혁하고 나면 그 효능감을 가지고 개헌까지 갈 수 있을 걸로 봐요.”

성별, 지역, 연령 등 다양한 특징을 고려해 뽑은 표본 인원들이 공론장을 열어서 논의하고, 도출된 안이 국회에서 추인된다면 국민들에게 효능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나아가 효능감을 느낀 국민들의 정치혐오가 줄어들게 된다면, 개헌도 바라 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동안 선거 때마다 절반 이상의 정치인들을 물갈이 해왔거든요. 유권자에 의해서 심판을 받은 경우도 있었고, 당에서 공천을 할 때 새로운 인물을 내세워서 물갈이를 하는 경우도 있었는데요. 인물을 절반씩 바꿨는데도 국회는 더 악화되는 듯한 느낌이란 말입니다. 이 측면에서는 시사점이 있어요. 

인물만 바꾼다고 되는 게 아니란 거죠. 선거제도를 먼저 손 보고 그 이후에는 공천 제도를 손봐야죠. 기존의 공천 제도는 지역의 유지, 돈이 많은 사람이거나 전문직 종사자에게 유리한 단선적 구조였어요. 이를 다양화해 기회의 문을 더 넓히고, 새로운 사람들을 정당에 끌어들인다는 측면에서는 벽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 결국 개혁안에 국회의원 정족 수 확충이 포함되지 않았는데, 왜 그런 건가요.

“지금 국회 의석수는 모순적인 구조로 돼 있어요. 정치인들이 제대로 정치를 안 하고 자기들만의 이해관계 속에서 싸우니 정치를 좋아하는 국민이 있습니까? 좋아할 수가 없죠. 그런 국회의원들을 더 늘린다고 하면 누가 찬성하겠어요. 정치인들이 국민들한테 좋은 정치를 못 보여주고 있으면서 거꾸로 호소를 하는 거예요. 그러니 통과될 수가 없는 거죠.

또 의석수가 적을수록 국회의원 한 명이 갖는 권력은 커집니다. 즉 의석수를 늘리면 그 권력은 느슨해지게 되거든요. 기득권이나 특권이 낮아지게 되는 건데, 이런 점이 국민적 반발과 만나면 의석수 확충은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이 전 최고위원은 국회의원들이 더 넓은 시각에서 미래를 바라보며 국가를 운영하지 못한다는 점도 지적했다. 국정에 집중해야하는 국회의원이 지역구의 표를 얻기 위해 사실상 지방의원들과 다름없는 일을 한다는 날카로운 비판이다.

“우리나라는 지역구 국회의원들이 ‘여기 신호등을 제가 설치했습니다’ 이런 현수막을 붙이거든요. 국회의원이 지방의원이랑 똑같은 일을 하는 거예요. 국회의원의 역할은 전체적인 시야를 가지고 국가 공동체의 미래를 고민하면서 결정을 하는 일이잖습니까. 거시적 관점에서 사회에 필요한 것을 발제하고 시민들 간의 토론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해야 되는데, 300명 중 253명이 지역구로 찢어져서 자기 지역만 돌보면 국가 일은 누가 봅니까. 한계가 있어요.

지역으로 좁혀져 있으면 아무리 훌륭한 사람도 자기 유권자에게만 충성을 다합니다. 국민들이 국회의원을 잘못 소비하게 되는 결과가 초래되는 거예요. 그런 측면에서는 전국구가 더 많이 늘어나야 된다고 봐요. 정치인은 자기 임기 4년만 바라보는 직업이 아닙니다. 30년, 60년, 100년을 내다보고 일을 해야 되는 직업이에요.

시간적으로는 미래를 내다봐야 한다면, 공간적으로는 지구 반대편을 쳐다봐야 합니다. 지금은 지구촌 전체가 다 연결됐습니다. 산불이 나면 연기는 물론 산불도 이쪽으로 넘어옵니다. 내 지역구만 챙기면 결국 공멸하는 상황으로 갑니다. 

급진적일지 모르겠으나, 지역구 150명 비례대표 150명으로 갔으면 좋겠어요. 미래지향적이고 전국적인 시야로 일을 할 수 있는 비례 국회의원 150명, 지역구에서 지역적 이해관계를 대변하는 사람 150명. 그래야 더 큰 시야를 가지고 균형적으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처럼 계속 가면 수도권 공화국이 되는 겁니다.”

- 중대선거구를 도입하면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중대선거구제도 한계가 있어요. 그렇지만 지금보다는 더 나아질 수 있다고 생각해요. 소선거구제는 그 지역에서 힘이 가장 센 한 사람 공천하는 거예요. 당연히 우리 사회에서 자원을 가장 많이 가지고 있는 세대와 성별이 유리하죠. 지금 국회가 그래요. 주로 50대 60대 남자만 되는 겁니다.

중대선거구제가 도입되면 여성도 젊은 사람도 공천할 수 있어요. 이슈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기회가 가고요. 다양한 팀 공천이 가능하게 되는 겁니다. 우리 국회에 더 다양성이 살아 있는 사람들이 들어올 수도 있고, 제3당, 제4당이 힘을 얻을 계기가 생기는 것이죠. 그렇게 되면 우리 사회가 놓치고 있는 어젠다에도 신경 쓸 수 있을 겁니다.”

 

4. 지구촌 촌장 이동학


ⓒ시사오늘 권희정
이 전 최고위원은 “대한민국의 지속가능한 미래를 모색하기 위해 대선이 끝나고 해외로 떠났다”고 밝혔다.ⓒ시사오늘 권희정

- 별명이 ‘지구촌 촌장님’인데, 이토록 환경 정책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가 궁금합니다.

“다준다 연구소라는 것을 운영을 했는데요. ‘다’음 세상을 ‘준’비하는 ‘다’른연구소. 수십 년 뒤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이 어떻게 변할까, 문제가 될 만한 것들을 미연에 방지할 수 없을까 하는 마음에 연구를 하다가 초고령화 문제를 발견했어요.”

이동학 전 최고위원은 유례없이 빠른 대한민국의 초고령화 속도에 주목했다.

“예컨대 프랑스의 경우 75년, 미국은 100년이 넘게 걸렸습니다. 3세대~4세대가 지나는 동안 서서히 변하기 때문에 대응하거나 적응할 수 있는 시간이 있어요. 반면 일본은 36년 걸렸어요. 65세 이상 인구가 그 전체 인구의 7%에서 20%에 도달하는 데 걸린 시간이 36년이에요. 그때 전 세계가 일본을 보면서 경각심을 느꼈습니다.

문제는 일본보다 대한민국은 더 빠르다는 겁니다. 25년이에요. 우리 사회가 받아야 될 충격이 엄청납니다. 그럼에도 대한민국은 초고령화를 대비하고 있지 않아요. 서로 휘발될 이슈 가지고 싸움을 위한 싸움을 계속하고 있어요. 정부 운영을 이렇게 하면 되나요?”

대한민국 정치권에 실망했던 이 전 최고위원은 우리 사회가 직면할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해외로 떠났다. ‘다른 나라는 지속 가능성의 문제나 초고령화 문제에 대한 대책을 어떤 방식으로 세우고 있을까?’ 그가 과감히 해외로 발걸음을 옮기게 된 질문이었다.

“외국은 대책을 어떻게 세웠을까? 그 갈등을 봉합하는 방식은 어떤 방식일까? 타협하지 못해서 아무 결정도 내리지 못하고 결국 파국을 맞은 나라들은 어떤 상태일까? 이런 것들을 제 눈으로 직접 보고 싶어서 여행을 떠났죠. 다만 돈이 충분하지 않은 여행이었어요. 말이 촌장이지, 지구촌 거지처럼 다녔어요(웃음).

현장을 찾아가서 견학하고 전문가를 만나서 인터뷰도 해봤습니다. 지속 가능성에 대한 문제와 초고령화·저출산 문제 등을 찾다가 곁가지로 환경 문제를 눈으로 보게 된 거에요.

지속 가능성의 문제는 전 세계가 봉착한 문제임을 느끼게 됐습니다. 환경 문제는 지구 반대편에서 생긴 문제가 우리한테도 이어진다는 특징이 있습니다. 그래서 귀국 후 ‘쓰레기책’을 내고 이 문제에 대해서 심각성을 알리기 시작했습니다. 그 계기로 환경 활동을 하고 있는 겁니다.”

- 쓰레기센터의 대표를 맡고 있는데, 쓰레기센터에서는 어떤 활동을 하며 어떤 성과를 냈는지요.

“쓰레기에 관한 문제들을 직시하고 ‘쓰레기가 덜 나오는 시스템’과 ‘쓰레기 재활용’ 등에 대해 연구하고 있습니다. 캠페인도 하면서 기업 혹은 지자체와 함께 효율화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어요. 그리고 시민들한테 환경 교육을 진행하는 활동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 기후위기에 대해 많은 공감대를 이루고 있지만 정치적인 어젠다로 만들기엔 대중적 지지가 모이지 않는 것 같습니다. 극복할 방법은 무엇인가요.

“근본적으로는 제도를 바꿔야 합니다. 제도가 바뀌려면 정치인과 기업의 인식이 바뀌어야 하잖아요. 그러려면 여론을 조성해야 합니다.

그게 제가 환경 교육도 나가고 캠페인도 하고 사람들을 불러 모아 쓰레기를 주우러 가는 이유입니다. 쓰레기 줍는 행위가 얼마나 대단한 행동이겠어요. 하지만 그 행위 자체를 통해서 여론을 환기시키고 이것이 문제라는 것을 상기시키는 것이죠.

상품을 생산하며 쓰레기를 만드는 기업도 죄의식을 느끼고, 그것을 사용하는 시민들도 죄의식을 느껴야 합니다. 방치하고 있는 정치인들도 죄의식을 느껴야합니다. 개인적인 죄의식들이 조금씩 모이게 되면 궁극적인 개선책이 만들어질 수 있지 않을까요?(웃음)”

- 한국의 환경정책에 대한 평가가 궁금합니다.

“한국의 정책은 빠르게 진전되고 있는 상황이라고 봐요.”

긍정적인 평가다. 하지만 문제는 대중의 인식과 현실의 괴리다.

“문제는 시민들의 인식과 함께 가야 되는데, 시민들의 의견이 먼저 갈 때도 있고 환경부나 공공기관이 뒤늦게 따라오는 경우들도 있고요.

그리고 환경 교육 등 관련 정책 예산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그런데 그 예산이 효율적으로 쓰이지 않는 것 같아요. 예산을 쓰기 위해서 쓴다는 생각이 많이 들어요. 시민사회와 기업이 유기적으로 돌아가야 합니다. 여러 가지 정책들이 걷잡을 수 없이 나오다 보니까 안 맞는 부분들이 있어요. 

핵심은 시스템의 전환입니다. 일회용품을 다회용으로 바꿀 수 있는 시스템을 구현하는 게 중요합니다. 기업은 물건을 만들 때 단순히 생산단가를 낮춰 많이 파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소비자가 사용한 후 어떻게 폐기 처리될 것인가까지 설계해서 만들어야 합니다. 이를 유도할 수 있는 정책들이 나와야 하죠.

시민들은 이 불편함을 견디기가 어렵고, 기업들은 시민들의 불편함을 핑계 삼아서 변화를 거부하고 있거든요. 하지만 우리에게 시간이 얼마 안 남았어요. 지구 전체가 자원 순환 방향으로 계속해서 가고 있고, 최대한 쓰레기가 발생되지 않는 다회용 모델 방향으로 계속 움직이고 있거든요.

그래서 이런 인식이 우리 실생활에 빨리 퍼졌으면 좋겠고, 환경 스타트업이 많이 나올 수 있는 제도와 지원책들도 나왔으면 좋겠습니다. 이를 통해 자원순환 체계가 우리나라 전체로 퍼진다면, 쓰레기 발생률이 굉장히 줄어들 수 있지 않을까요.” 

 

담당업무 : 정경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확실하고 공정하게!

관련기사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1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이정은 2023-04-17 18:38:58
대한민국엔 이동학 같은 정치인이 많이 배출되어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