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갭투자發 부동산 시장 大붕괴 시나리오 [시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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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갭투자發 부동산 시장 大붕괴 시나리오 [시사텔링]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4.03 10: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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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하반기 매매가·전세가 고점에 막차 탄 갭투자자들
보증금 반환 위해 패닉셀·신용대출 급증 시 가계재정 부실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국내 부동산 시장이 올해 하반기부터 크게 휘청일 것이라는 우려가 최근 시장 구성원들 사이에서 제기되고 있습니다. 2년 전인 2021년 이뤄진 갭투자(전세를 끼고 주택 매수)로 인해 거대한 충격을 받을 수 있다는 이유에서입니다. 2021년은 우리나라 집값이 하늘을 뚫은 해였습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의 '통계로 돌아보는 2021년 주택시장'에 따르면 그해 전국 주택매매가격은 전년 대비 15.0% 올라 2002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당시 문재인 정부의 강도 높은 부동산 규제 속에서 출현한 '더 늦으면 아예 못 산다'는 식의 '영끌 패닉 바잉' 현상이 강력한 매수 수요를 이끌어낸 것이라는 게 업계의 지배적인 견해인데요. 통계청 자료를 살펴보면 같은 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11억5147만 원으로, 전년보다 2억5837만 원 뛰었습니다. 2020년 상승폭이 6587만 원, 2019년의 그것이 1억948만 원임을 감안하면 2021년은 그야말로 대한민국 집값 폭등기였습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집값이 비쌌던 시기는 2021년 하반기~2022년 상반기로 파악됩니다. 한국부동산원 R-ONE 부동산통계정보를 살펴보면 2017년 1㎡당 평균 300만 원대 중후반에 그쳤던 전국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2018년 400만 원대에 진입했습니다. 집값은 이후에도 조금씩 우상향하더니 2021년 1월 500만 원을 넘어섰고, 그해 7월엔 600만 원을 돌파했습니다. 정점은 630만 원대를 유지한 2021년 10월부터 2022년 7월까지, 그뒤엔 차츰 하락해 2023년 2월 기준 550만 원대로 주저앉았습니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전년 대비 8388만 원 감소한 10억6759만 원으로 집계됐고, 올해 2월엔 10억3262만 원까지 떨어졌습니다.

가격 최고점 때 주택 매수 수요를 견인했던 구성원들은 '서울·수도권 소재 집을 구매한 2030대 갭투자자'로 분석됩니다. 앞서 거론했듯 2021년은 집값이 너무 가파르게 치솟은 시기였고, 이로 인해 전국 아파트 매매 거래량은 66만9182건으로 전년보다 약 26만 건 줄었습니다. 이는 큰손인 40대가 시장을 떠난 탓이었습니다. 전국 아파트 구매자 중 40대가 차지하는 비중은 2020년 27.52%에서 2021년 25.28%로 축소됐습니다. 빈 자리를 채운 건 20대와 30대였습니다. 같은 시기 20대 비중은 4.80%에서 6.14%로, 30대 비중은 24.38%에서 24.84%로 각각 확대됐는데요.

이 같은 흐름은 특히 서울·수도권에서 더 거셌습니다. 2021년 서울 지역 아파트 매입자 중 30대 비중은 36.41%로 전년 대비 2.96%p 증가했고, 20대는 5.25%로 1.39%p 늘어났습니다. 같은 시기 전체 수도권(서울·경기·인천)로 확대하면 30대 비중은 26.52%에서 29.68%로 3.16%p, 20대는 4.90%에서 7.03%로 2.13%p 각각 커졌는데요. 상대적으로 경제력을 갖춘 30대가 서울과 수도권 전반에서 주택 시장 지분을 늘렸고, 자금 조달 능력이 떨어지는 20대는 인천과 경기에 집중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겠습니다.

아무리 저금리에 유동성이 풍부한 시기였다지만 어떻게 사회초년생 또는 학생, 무직 신분일 2030세대가 평균 10억 원(서울 기준)을 호가하는 아파트를 마련할 수 있었을까요. 갭투자의 마법 덕을 본 것으로 풀이됩니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이 2021년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당시 공개한 자료를 살펴보면 서울 지역 갭투자 비율(전체 매입 거래 중 기존 세입자 임대 보증금 승계 거래 비중, 자금조달계획서에서 유추)은 2017년 9월부터 2020년까지 매월 13~35% 수준을 기록하며 점점 우상향하다가 2021년 2월 40%대에 진입, 집값이 폭등하기 직전인 그해 5월 43.7%를 찍었습니다. 최종 집계된 2021년 갭투자 비율은 51.3%, 전년보다 7.1% 확대된 수치입니다. 같은 기간 경기권 갭투자 비율도 32.9%에서 33.6%로 증가했습니다.

그런데 이게 왜 2023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에 큰 충격을 줄 수 있다는 걸까요. 2021년 하반기 막차를 탄 갭투자자가 세입자와 맺은 임대차계약 만기 시점이 고금리와 거래절벽으로 부동산 경기가 침체된 지금 돌아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2021년 정점을 찍은 건 집값뿐만이 아니었습니다. 가파르게 오르는 집값을 따라 전세가격도 폭등해 최고점을 찍었습니다. 2017년부터 2021년 초까지 2억 원대를 유지했던 전국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2021년 하반기 3억1900만 원으로 올랐습니다. 같은 기간 서울 지역 아파트 평균 전세가는 3억8000만 원에서 6억3400만 원으로, 전체 수도권의 그것은 2억7000만 원에서 4억5000만 원으로 각각 뛰었습니다. 2023년 2월 기준 전국 평균, 서울 평균, 수도권 평균 아파트 전세가격은 각각 2억6400만 원, 5억2500만 원, 3억6300만 원, 모두 앞자리가 한 계단씩 떨어졌습니다. 서울·수도권은 고점 대비 1억 원 넘게 빠졌네요.

집주인이 전세 보증금을 하향 조정하지 않는다면 기존 세입자들 대부분은 계약을 연장하지 않고 더 싼 물건을 찾아 떠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입니다. 하지만 갭투자자들 보증금을 낮추는 조건을 제시하거나 새로운 세입자를 받기 어려운 실정입니다. 서울·수도권 기준으로 1억 원 이상을 세입자에게 돌려줘야 하는데, 요즘 같은 불경기에 그만한 자금을 조달할 만한 갭투자자는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결국 집을 파는 선택지만 남게 돼 버립니다. 그런데 이것도 쉽지가 않습니다. 고점에서 산 집을 하락기에 매각하는 것 자체도 큰 맘을 먹고 손해를 감수하는 일인데, 시장이 꽁꽁 얼어붙어 내놓아도 팔리지 않는 현실이니까요. 당초 선택지에 없었던 옵션인 급매, 신용대출, 대부업체 방문을 고민하게 될 공산이 큽니다. 세입자도 좌불안석일 겁니다. 집주인이 책임지지 않으면 믿을 건 나라밖에 없는데 정부도 신뢰하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HUG주택도시보증공사는 지난해 집주인 대신 세입자에게 전세 보증금을 9000억 원 이상 갚아주면서 13년 만에 적자전환(순손실 1000억 원)했습니다. 올해도 약 2700억 원 규모 순손실을 낼 것으로 추정됩니다. 

전세 보증금을 되돌려주기 위해 패닉셀에 나서거나 제3금융권 문을 두드리는 집주인,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는 세입자들의 아비규환, 그리고 이를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부동산 시장 구성원들, 가격 급락과 매매심리 위축이 예상됩니다. '2023년 하반기 부동산 시장 대(大)붕괴 시나리오'라고 감히 이름을 붙여도 과언이 아닐 겁니다. 일개 기자 나부랭이의 지나친 망상일까요? 안타깝게도 그렇지 않습니다. 박진백 국토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전세사기·깡통전세 문제 해결을 위한 토론회'에서 "자금조달계획에서를 통해 리스크를 추정해 보면, 매매가 하락 시 보증금 미반환 가능성이 있는 주택이 올해 하반기부터 늘어날 것으로 분석된다"고 내다봤습니다. 국회 국토위 소속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은 최근 임대 보증금 승계 현황을 공개하면서 "오는 하반기 전셋값 고점에서 체결된 전세 계약 만기가 도래해 갭투자 피해자가 속출할 것"이라고 경고했습니다.

더 큰 문제는 이게 현실화될 경우 우리나라 가계재정이 급격히 부실화될 수밖에 없고, 주택 시장에서 발생한 충격파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될 여지가 상당하다는 데에 있습니다.

이미 가계재정은 고물가·고금리로 인해 위기에 처한 상태입니다. 한국은행의 '금융안정상황 보고서'를 살펴보면 2022년 4분기 가계대출 차주 평균 DSR(40.6%)은 4년 만에 40%를 돌파했습니다. 이는 월급의 40% 이상을 원리금을 갚는 데에 써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더욱이 전체 가계대출 차주 중 약 15%는 DSR 70%를 초과했고, 약 9%는 100%를 넘겨 소득보다 빚을 갚는 데에 더 많은 돈을 지출해야 하는 상황으로 나타났는데요. 한은 측은 "급격한 금리 인상, 경기 침체로 소득은 정체됐거나 인상폭이 적은 반면, 이자 부담은 커진 결과"라고 분석했습니다. 은행도 진작에 폭풍전야입니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양정숙 의원(무소속)이 지난 26일 공개한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주요 금융사(5대 시중 은행, 저축은행, 보험사 등)의 주택담보대출 연체금액은 전년보다 약 55% 늘어난 1조20억 원을 기록했고, 같은 기간 신용대출 연체 규모는 34.4% 확대된 2조5730억 원으로 집계다고 합니다. 신용대출 연체액이 2조 원을 넘긴 건 처음 있는 일입니다.

더욱 더 큰 문제는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실마리가 잘 보이지 않는다는 겁니다. 코로나19 사태 후폭풍, 미국발(發) 금리 인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지정학적 리스크로 인한 물가 급등 등에 따른 글로벌 경기 둔화, 우리나라의 수출·내수 동반 부진과 경기 침체, 부동산 시장 빙하기 진입 등이 맞물리면서 현재 윤석열 정부는 세수 결손 위기에 놓인 실정입니다. 가계와 은행을 지원할 수 있는 재정 기반이 취약해졌다는 뜻이죠. 금융권의 자생 역량도 위축된 상태입니다. 국내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리스크가 상존해 있고, 해외에선 SVB(실리콘밸리은행) 사태가 터져 세계 금융가 전반에 불투명성이 확대된 실정입니다. 여기에 미국 연준(Fed)의 추가 금리 인상이 지속될 시 각 국내 업체가 보유한 국채 가치가 하락해 큰 위기에 빠질 우려도 제기됩니다. 특히 보험사들의 국채 관련 리스크가 크다고 합니다.

다주택자 등 민간 수요자들의 급매물 흡수를 유도하는 것도 어렵습니다. 여소야대 정국에서 정부여당이 풀 수 있는 부동산 규제는 일찍이 완화했으니까요. 정부에서 당사자인 집주인(갭투자자)과 세입자를 직간접적으로 도와주는 방법은 어떨까요. 이것도 쉽지 않습니다. 무턱대고 돈을 풀기가 고민스럽습니다. 물가 잡겠다고 유동성 관리하고 있는 마당에 유동성을 공급하는 건 이치에 맞지 않으니까요. 전세 보증금 하향 조정 또는 보증금 100% 반환 시 세액 공제, 저금리 대출 전환, 보증금 하락분만큼 월세 지원 등 인센티브 제공은 국민적 비난 여론과 직면할 공산이 큽니다. 갭투자하라고, 깡통 전세 살라고 '누가 칼 들고 협박이라도 한 것'(누칼협)도 아닌데 왜 혈세를 들여 그들을 구해주느냐는 식으로 말이죠. 형평성 시비가 붙기에 사회적 대타협이 필요한 사안인데, 최근 윤석열 정권이 추진하고 있는 노동개혁과 노사문화 개선 향방을 미뤄봤을 때 대타협은커녕 대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 보입니다. 더욱이 근본적인 부분도 고려해야 합니다. 중장기적 부동산 시장 안정화 차원에선 집값을 떠받치는 역할을 하는 전세 제도를 반드시 손봐야 함에도 깡통 전세를 지원하는 게 비합리적·비상식적으로 여겨질 수 있으니까요. 

해결책을 강구하기가 참으로 어렵습니다. 마냥 지켜보기만 할 일은 분명 아닌 것 같은데 말이죠. 독자 여러분들 중엔 좋은 아이디어를 갖고 계신 분 없나요.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좌우명 : 隨緣無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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