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라 있는데 왜?’…하이트진로의 이유 있는 후속작 출시 [안지예의 줌-아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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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라 있는데 왜?’…하이트진로의 이유 있는 후속작 출시 [안지예의 줌-아웃]
  • 안지예 기자
  • 승인 2023.04.03 16: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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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안지예 기자]

시시각각 변하는 소비 트렌드 속 기업들이 어느 때보다 발 빠르게 경영 전략을 세우고 있다. 기업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생존 날갯짓이 되는 가운데, 오늘 그들의 선택이 현재 시장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내일의 모습에 변화를 줄 수 있을지 [-아웃] 코너에서 분석해본다. 때로는 멀리서 보아야 잘 보이는 만큼, 나무가 아닌 숲으로 시각을 넓혀 업계의 큰 그림을 살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하이트진로가 30일 신제품 '라거의 반전-켈리' 출시를 맞아 사진 행사를 진행했다. ⓒ사진 제공=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히트작 ‘테라’(TERRA)의 뒤를 잇는 라거 맥주 ‘켈리’(KELLY)를 오는 4일 선보인다. 업계 일각에선 최근 테라 판매량이 4년여 만에 10억 병을 돌파한 만큼, 신제품 출시 시기에 물음표를 던지는 평가가 나왔다. 이에 대해 하이트진로 측은 “우리의 가장 큰 적은 우리 자신의 성공”이라는 출사표로 답을 대신했다.

 

“맥주 1위 간다”…오비맥주 ‘카스’ 정조준


켈리는 하이트진로가 테라의 성공에 안주하지 않겠다며 4년 만에 선보인 맥주 신제품이자 맥주시장 1위 탈환을 위한 야심작이다. 하이트진로는 1위 탈환을 위해서는 테라와 시너지를 낼 신제품이 하나 더 필요하다고 봤다.   

한때 맥주시장 왕좌를 지켰던 하이트진로는 오비맥주의 ‘카스’ 등장 이후 2위로 떨어졌다. 테라가 출시 이후 돌풍을 일으키며 치고 올라왔지만 아직까지 오비맥주는 시장점유율 50% 안팎을 굳건히 지키고 있는 상황이다. 이번 켈리 출시로 테라 때처럼 최단 기간 두 자릿수 시장 점유율을 확보하는 게 목표다.

지난 3월 30일 서울시 성북구 삼청각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도 하이트진로는 1위 등극에 대한 욕심을 감추지 않았다. 

김인규 하이트진로 대표는 “코로나19와 전 세계적인 경기 불황 등 예상하지 못한 상황들로 목표했던 국내 맥주시장 1위 탈환이 여전히 진행 중”이라며 “소주에 이어 맥주 부문에서도 1위 탈환을 반드시 만들어내겠다”고 말했다. 오성택 하이트진로 마케팅실 상무도 “왕좌를 차지하기 위한 맥주전쟁이 3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며 “켈리 출시로 전쟁의 마침표를 찍겠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최근 경쟁사의 신제품 출시, 리뉴얼 등이 활발하게 이뤄지면서 하이트진로도 새로운 분위기 전환의 계기가 필요했을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테라의 추격이 이어지자 2021년 투명병을 도입하며 카스를 리뉴얼했고, 지난 3월에는 한맥도 맛과 패키지를 리뉴얼했다. 롯데칠성음료는 2022년 9월 제로 슈거 소주 ‘처음처럼 새로’를 출시하며 소주 시장에서 하이트진로를 위협하고 있다. 

 

테라-켈리 ‘투 톱’ 전략 통할까


[하이트진로 사진자료] 라거의 반전 켈리 신제품 이미지
켈리 신제품 ⓒ사진 제공=하이트진로

 

하이트진로가 맥주시장 1위 탈환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데는 소주 시장에서 통했던 성공 방식을 그대로 가져와서다. 앞서 ‘진로 이즈백’과 ‘참이슬’ 두 가지 브랜드로 시장 점유율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한 경험을 맥주시장에도 이식하겠다는 방침이다. 하이트진로는 2019년 진로이즈백을 선보인지 3년 만인 2022년 소주 시장 점유율을 10.3%p 상승시켰다. 

오 상무는 “테라와 켈리의 연합작전을 펼칠 것”이라며 “진로 출시 이후 소주 부문 최고 점유율을 계속 경신해오는 등 연합작전은 참이슬-진로로 검증됐다”고 말했다.

제품간 시너지도 노리고 있다. 실제 앞서 테라 출시 당시 테라와 참이슬을 섞은 ‘테슬라’, 테라와 진로를 합한 ‘테진아’ 등의 폭탄주 유행어가 등장하면서 인지도가 급상승한 상황처럼, 켈리 역시 새로운 신조어 탄생을 기대하는 분위기다.

 

테라와 차별화될까…켈리 정체성은


켈리는 남녀노소 모두를 소비자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대중성’에 가장 신경 썼다. 특히 하이트진로 측은 최근 맥주시장에 각종 협업 수제맥주를 비롯해 시류에 편승한 제품들이 쏟아져 나오는데, 켈리는 이와 다른 제품이라고 선을 긋기도 했다. 철저하게 대중성을 바탕으로 장기전을 노리고 만든 맥주라는 것이다. 하이트진로에 따르면 켈리는 3년여 간의 연구 끝에 출시됐다.

하지만 ‘대중적인 라거’라는 콘셉트는 기존 테라와도 같은 포지션이다. 카니벌라이제이션(cannibalization, 자기 잠식) 우려가 나올 수밖에 없다. 회사 측은 일부 잠식이 있을 수 있겠지만 현재 시장 점유율이 더 높은 카스의 소비자 이탈이 더 클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 상무는 “동등한 경쟁일 때 상식적으로 카스 파이가 더 크기 때문에 카스 점유율을 뺏어오는 부분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한다”며 “경쟁력 측면에서도 경쟁사보다 훨씬 자신이 있고 테라보단 카스에서 더 많이 점유율을 가지고 올 수 있을 것 같다”고 설명했다.

테라와는 맛의 차별점을 뒀다. 켈리는 라거 맥주에서 공존하기 힘든 부드러움과 강렬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도록 개발돼 첫 맛은 부드럽고 끝 맛은 청량한 느낌을 내도록 했다. 실제 마셔본 켈리는 테라와 비교했을 때 탄산감은 줄었지만 진하고 부드러운 맛이 더욱 강했다. 라거와 에일의 중간쯤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남은 숙제는 켈리의 차별점과 존재감을 소비자에게 어떻게 각인시키느냐다. 기자간담회장에서는 개발방식이나 광고 마케팅이 테라와 유사한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오 상무는 “우선 맥아가 각각 호주와 덴마크산으로 다르고, 공법 측면에선 리얼 탄산 공법(테라), 더블 숙성 공법(켈리)으로 다르다”며 “병렬적 연결이라고 해서 같은 건 아니다. 노하우는 같아도 결과물은 완전히 다르다”고 강조했다.

향후엔 전국적인 영업망을 바탕으로 빠르게 켈리 판매를 늘리고 소비자 체험 마케팅도 활발하게 펼칠 계획이다. 하이트진로 관계자는 “플래그십 스토어 두껍상회를 켈리 마케팅에 활용해서 굿즈 판매, 시음 행사 등을 진행할 것”이라며 “MZ세대 반응도 중요한 만큼 대학가에서도 적극적인 마케팅이 이뤄질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담당업무 : 유통전반, 백화점, 식음료, 주류, 소셜커머스 등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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