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가스비 인상 잠정 보류에…물가 안정 vs. 현실 외면 ‘온도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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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가스비 인상 잠정 보류에…물가 안정 vs. 현실 외면 ‘온도차’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4.04 15: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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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금 인상 계획 내놨지만 ‘일단 보류’
정부·정치권 제동 이유는 ‘물가 우려’
“여름 전 단계적 인상 필요” 목소리도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2분기 가스·전기요금 인상안 결정이 지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시사오늘 김유종
2분기 가스·전기요금 인상안 결정이 지연되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 시사오늘 김유종

올해 2분기 가스·전기요금 인상 계획을 밝혀왔던 정부가 요금 동결을 사실상 보류했다. 다만 전기 수요가 급증하는 여름철이 오기 전 요금인상을 서둘러야 한다는 현실적인 목소리도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의힘과 정부는 지난달 31일 오전 당정협의회를 열고 가스·전기 요금 인상을 잠정 보류하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4월 한 달간은 가스요금의 경우 1분기 요금이 그대로 적용된다. 전기 요금은 연료비 연동제에 따른 2분기 연료비 조정단가 kWh(킬로와트시)당 5원 인상만 적용된다.

당정은 요금 인상으로 인한 소비자 부담, 소비자 물가 동시 상승을 우려, 요금 조정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2분기까지 요금이 동결이 이어지면 되려 인상폭이 한꺼번에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과도한 개입을 통한 일방적 억제는 언 발에 오줌 누는 격의 임시 방편일 뿐이어서다. 요금 인상만이 한전·가스공사의 적자 해결을 위한 근본적 해결책으로, 피할 수 없는 없는 현실인 셈이다.

지난해 한전의 회사채 발행 규모는 37조 원 규모다. 전기를 도매가 이하로 팔면서 구매대금을 회사채 발행을 통해 해결한 까닭이다. 전력통계월보에 따르면, 지난해 1~12월 한전의 전력 구입 단가는 kWh당 155.5원, 판매단가는 kWh당 120.5원으로, 파는 값보다 사는 값이 비쌌다.

가스공사 역시 지난해 LNG 가격 급등으로 연료를 원가보다 싸게 판매하면서 실적부진을 겪고 있다. 구매대금이 판매대금보다 높을 때 발생하는 차액을 가스공사는 회계상 ‘미수금'으로 표현하고 있다. 지난해 가스공사의 미수금은 약 8조 원 수준을 기록했다.

그나마 한전의 경우엔 지난해 정부가 한전채 발행 한도를 기존 2배에서 긴급 시 6배까지 상향하는 것을 골자로 제도를 손질, 최악의 상황은 면했다.

그럼에도 적자가 계속 누적될 경우엔 더 큰 위험이 따를 것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해 보고서를 통해 “법 개정으로 2023년 중 사채발행을 통한 추가 자금조달은 가능한 구조"라면서도 “향후에도 대규모 적자가 지속될 경우 2024년 이후 사채발행한도 여력이 재차 축소될 수 있는 점은 유의해야 한다"고 짚었다.

정부는 4월 SMP(전력 도매가) 상한제를 재가동하고 한전과 가스공사 등에 자구책을 요구하는 등 요금 대폭 인상을 후순위로 미루는 모양새다.

전문가들은 요금 상향이 선행돼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특히, 지난해 가스요금을 한 번에 상향하면서 발생한 ‘난방비 폭탄’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야 한다는 설명이다. 지난해 정부는 2년간 동결됐던 가스요금을 MJ(메가줄)당 5.47원 더 올린 바 있다. 직전년도 동기 대비 38.4%가 더 오른 수준이다.

올해는 지난해보다 두 배 안팎 더 높은 폭으로 인상이 이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산업부 추산 올 한해 필요 인상액은 전기요금에서 kWh당 51.6원, 주택용 기준 가스요금에서 MJ(메가줄)당 최소 8.4원에서 10.4원이다. 이래야만 2026~2027년 양사의 경영 정상화가 가능하다는 셈법이 나온다.

정부 역시 이를 일부 수용했다. 지난해 ‘2023년 경제정책방향’ 발표에서 기재부는 올해 전기요금을 2022년 이상으로 올리겠다고 발표했다. 다만, 산업부가 제시한 전기요금 인상분(kWh당 51.6원)은 4년에 나눠 반영한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 박주헌 동덕여자대학교 경제학과 교수는 “모든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 전기, 가스요금을 올려서 소비자들에게 부담을 주게 되는 건 안타까운 일이지만, 지난해가 그랬듯 가격인상을 자꾸만 뒤로 미루면 문제가 한꺼번에 터질 뿐”이라며 “물가가 워낙 오르다보니 정부 고심이 깊어지는 것 같은데, 취약계층 복지정책을 점검하면서 가격은 현실화하는 것이 중장기적으로 봤을 때 정부가 해야할 일”이라고 조언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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