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중국’ 나선 K-배터리…공급망 다변화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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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탈중국’ 나선 K-배터리…공급망 다변화 성공할까?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4.06 18:0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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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규제에 배터리 ‘탈중국’ 속도 냈지만
각국 채굴권·제련기술 중국에 몰려 한계
‘우려국가’ 지침 반영한 新전략 마련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지난해 1~7월 기준 국내 배터리 원자재, 원료 총수입 대비 중국 의존도를 나타낸 막대 그래프 ⓒ 한국무역협회 보고서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배터리 업계가 국제 규제에 대응하기 위해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다변화에 나서는 모습이다. 물론 중국이 공급망 및 제련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무조건적인 탈중국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미국의 중국 견제가 아직 구체화하지 않은 점을 감안, 국내 기업들이 영리하게 대처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배터리 업계는 리튬 등 배터리 핵심 원자재의 공급망 중심을 기존 중국, 아르헨티나, 인도네시아 등에서 호주, 독일, 아프리카 등지로 옮기고 있다.

대표적으로 SK온은 호주 레이크리소스에 지분 10%를 투자해 리튬 23만 톤을 오는 2024년부터 최대 10년간 공급받을 예정이다. 칠레 SQM과 2023년부터 2027년까지 수산화리튬 5만7000톤 공급 계약을 맺기도 했다.

삼성SDI는 지난해 중국 리튬 제련 업체 강서강봉이업의 지분을 절반 이상 줄이고 호주 QPM 등과 3~5년 장기로 니켈 공급 계약을 맺은 바 있다.

LG엔솔은 장기계약 중심으로 리튬 공급망을 호주(라이온타운, 5년간 70만 톤), 칠레(SQM, 9년간 5만5000톤), 독일(벌칸 에너지, 5년간 4만5000톤) 등으로 확대하고 있다.

그간 국내 배터리 핵심 광물이 중국 등에서 대부분 조달된 것과 비교하면 확연한 차이다.

앞서서는 중국 의존도가 높았던 게 사실이다. 한국무역협회 ‘배터리 핵심 원자재 공급망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7월 기준 한국은 전체 리튬 수입의 64%를 중국에서 들여왔다.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을 차지한 칠레(31%)보다 두 배 많은 수준이다.

공급망 다변화 바람의 배경에는 미국IRA(인플레이션 감축법) 등 내수시장 보호와 중국 견제를 골자로 한 국제 규제가 꼽힌다.

IRA 백서는 북미 판매 전기자동차의 경우 배터리 핵심광물을 자국 내 혹은 미국FTA 체결국 내에서 최소 40% 이상 조달하고, 부품은 북미 지역에서 50% 이상 생산해야 세액공제 등 보조금 혜택을 제공한다는 것이 골자다.

배터리 업계가 우려하던 ‘중국산 광물 완전 배제’ 상황은 면했다. 양극판, 음극판 등을 ‘부품’으로 분류해 양·음극재를 미국 FTA체결국에서 가공하면 원자재의 추출(채굴과 제련)이 비 FTA국에서 이뤄졌더라도 보조금 요건을 충족한 것으로 보는 세부지침이 발표돼서다.

다만 위험은 여전하다는 게 업계 분석이다. ‘해외 우려기업’(foreign entity of concern) 배제안이 남은 까닭이다.

백서는 중국, 러시아, 이란, 북한 등 우려 국가 통제범위 안에서 조달된 핵심광물을 사용할 경우, 2025년부터 보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고 정하고 있다. 당장 2025년까지 배터리 핵심 광물 수급원을 중국에서 다른 나라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에 처한 셈인데,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배터리 핵심 광물인 리튬의 경우, 중국에서 채굴되는 비중은 16%에 불과하지만 채굴 광물 중 65%가 중국에 먼저 넘어간다. 중국이 각국 광산에 대한 채굴권을 다수 보유하고 있는 까닭이다. 해당 65%의 광물은 이후 중국에서 제련돼 각국 배터리 기업 등으로 공급된다.

때문에 핵심광물을 수급하는 과정에서 중국의 영향력 바깥으로 나가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뒤따른다. IRA의 ‘우려 기업’이 구체화될 때까진 중국과의 협업을 이어가겠다는 움직임도 비쳐진다.

LG에너지솔루션은 최근 미국 FTA 국가인 아프리카 모로코로 공급망을 확대하는 과정에서 중국 리튬화합물 제련 업체 야화(Yahua)와 손을 잡았다. 이번 협업이 진행되면, LG에너지솔루션은 모로코에 처음으로 공급망을 확보하게 된다.

아직 MOU 체결 단계인 만큼, 정확한 협력 형태는 정해지지 않았다는 입장이지만, 업계에서는 야화의 공급망 및 제련기술을 이용해 수산화리튬을 공급받는 형태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중국 협업에 따른 IRA 관련 우려에 대해 “아직까지 우려 기업에 대한 정확한 정의가 나오진 않았기 때문에, 예의주시하면서 전략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이라고 답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아직 중국의 손이 닿지 않은 광산을 확보하는 등 적극적 대안 모색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이번 세부지침에서는 우리나라가 선방을 했다. 중국이 채굴권을 소유한 광산에서 광물을 수급받더라도, 그곳이 미국과 FTA 체결국이면 보조금 요건에 해당한다”며 “다만 아직 우려 기업 규정이 어떻게 해석되는지 확정된 것은 없다. 되도록이면 중국이 채굴권을 갖고 있지 않은 광산을 확보한다든지 하는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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