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기 “협상은 곧 전쟁…지피지기해야 승리”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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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협상은 곧 전쟁…지피지기해야 승리” [북악포럼]
  • 김자영 기자
  • 승인 2023.04.12 17:5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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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26)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 (8대 주 상하이 대한민국 총영사)
“협상 전 치밀한 사전 준비 필수…숨겨진 상대방 욕구 파악해야”
“日, 철저한 준비로 러일전쟁 승리…키신저, 방대한 정보로 中 방문”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자영 기자]

ⓒ 시사오늘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가 11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을 찾아 ‘협상의 기술’을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 시사오늘

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는 미국에서 변호사로 생활하며 소액 조정 사건을 도맡았다. 미국선 사건의 대부분이 재판에 가지 않고 합의를 통해 해결된다고 한다. 중재조정 제도 때문이다. 실제 법원에 배정돼 1심·2심·최종심을 거치는 케이스는 약 5~10% 내외. 김 대표는 조정 사건을 맡으며 현장에서 ‘협상’을 몸소 체험했다. 

“협상은 전쟁이고, 전쟁은 철저한 사전 준비를 전제로 한다. 지피지기면 백전 백승한다.”

지난 11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을 찾은 김 대표는 ‘협상의 법칙’을 주제로 생활 협상의 영역부터 정치·외교와 같은 거대 협상에서 필요한 것에 대해 강연했다. 김 대표는 경희대 테크노경영대학원 객원교수로 학생들에게 협상학을 가르치고 있기도 하다.

“협상에서 상호 윈윈할 수 있는 환경은 개인과 사회, 국가가 건강성을 유지하는 원동력이 된다. 한국 사회는 해방 이후에도 비생산적이고 소모적인 갈등 구조를 안고 왔다. 기존 4050, 6070 세대에 비해 2030 세대들은 자유롭고 독립적인 경향이 강해져 희망이 보인다. 공적 영역에서 지혜 교육이 이뤄졌으면 한다.”

협상은 영어로 ‘Negotiation’이다. 어근인 ‘Neg’는 ‘아니다, 부정하다’는 뜻의 deny를 담고 있다. 'Oti'는 'leisure(여가)'란 뜻을 담고 있다. 두 단어를 합하면 ‘여가가 아니다’ 즉 ‘장난이 아니다’라는 말로 직역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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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기 유엔시티넷 대표가 11일 국민대학교 북악정치포럼 강연에서 협상의 성공을 위해선 철저한 사전 준비가 필수라고 말하고 있다. ⓒ 시사오늘

김 대표는 “협상(Negotiation)은 장난이 아니다, 한가한 일이 아니다. 곧 협상은 전쟁이란 뜻이다. 인간의 삶은 끊임없이 이어지는 전쟁에 노출돼 있다”고 설명했다. 사람들은 작게는 부부간의 갈등부터 직장 상사와 부하간 갈등, 국가 간 갈등 등 크고 작은 갈등을 마주할 수밖에 없어서다. 

김 대표는 “협상은 이익을 추구하는 당사자 사이에 의사소통을 통해 상호 만족할 만한 수준의 약속, 합의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며 “협상의 성공을 위해선 치밀한 사전 준비가 필수”라고 전했다. 목표를 설정한 뒤 상대의 배경과 성격, 감정, 스타일 그리고 숨겨진 욕구를 파악하는 것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그런 뒤 나와 상대방의 욕구를 모두 충족시키는 교집합 지점을 찾아 창의적인 제3의 선택안을 개발해야 한다.

김 대표는 협상에 앞서 철저한 준비를 한 예로 러일전쟁에서 승리할 당시의 일본 사례를 들었다. 일본은 1868년 메이지유신을 통해 근대적 국가로 나아가는 토대를 닦았다. 약 30년 뒤 동아시아 질서를 오래 지배했던 청나라와 전쟁에서 승리했고, 1905년 러일전쟁에서도 승전국이 됐다. 김 대표는 일본이 산업 혁명의 혜택을 받아 서양 기술로 무장한 러시아까지 이길 수 있었던 것에는 철저한 준비가 바탕이 됐다고 설명했다. 

“청나라와의 전쟁이 마무리될 때쯤 전후처리를 위한 시모노세키 조약이 체결됐다. 일본은 청나라로부터 전쟁 배상금 2억 냥(약 3억 엔)을 지불받았다. 연간 정부 예산의 배를 넘는 배상금을 받아 무기를 사들였다. 또한 당시 금융 질서를 지배했던 영국과 동맹을 맺어 전쟁에 필요한 자금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등 전쟁을 준비했다. 러일전쟁 이후 일본은 50년간 아시아태평양·동아시아 지역의 맹주가 됐다.”

경쟁적 협상과 상생적 협상의 차이에 대한 설명이 이어졌다. 경쟁적 협상은 승차와 패자가 생기는 제로섬(Zero-Sum) 게임이다. 내가 50만큼의 이익을 보면 상대방은 50만큼 손해를 보는 구조다. 상생적 협상은 서로 윈윈하는 포지티브섬(Positive-Sum) 게임이다. 총합 파이가 100이라면 이를 51 대 49로 나누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파이를 1000으로 확대하고 나눠 서로에게 이익이 되는 결과를 이끄는 것을 말한다. 

1971년 중국 베이징을 극비 방문해, 이듬해 닉슨과 마오쩌둥의 만남을 성사한 헨리 키신저의 사례도 들었다. 2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자본주의 체제로 대표되는 미국과 공산주의 국가로 대표되는 소련을 중심으로 냉전이 계속됐다. 1960년대 중후반 샤를 드골이 모스크바를 방문하며 유럽을 중심으로 냉전 시대 종식의 분위기가 1차로 일어났다. 1969년 리처드 닉슨이 미국 대통령이 되고 국가 안보 보좌관에 발탁된 헨리 키신저는 그가 가진 정보력과 인적 네트워크, 학자로서 지식을 바탕으로 중국을 철저하게 분석했다고 한다.

“헨리 키신저는 엄청난 정보력을 바탕으로 닉슨을 설득해 특사로 중국을 방문했다. 중국이 미래라는 생각으로 개방을 위해 공부했는데, 키신저의 노력은 실로 방대했다. 중국과 소련 사이 국경 분쟁이 발생하는 등 사이가 벌어진 틈을 타 방문한 것이다. 키신저-저우언라이 회담, 닉슨-마오쩌둥 회담을 거치며 관계가 조금은 변화했다. 확고한 공산주의 진영에 있던 중국을 중립 지대에 서게 함으로써 개혁 개방으로 이어지는 불씨를 만든 것. 이후 중국은 세계의 공장 역할을 하며 제조 대국으로 성장했다. 상호 윈윈한 사례로 볼 수 있다.”

김 대표는 중국이 서방의 금융 질서에 완전히 편입되지 않았기 때문에 2007~2008년 이어진 금융 환란 때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했다. 서방이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때 중국 시장은 커지고 활성화돼 미국과 중국 사이 경제적 격차가 축 됐고, 현재 미중 패권 전쟁으로까지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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