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 갉아먹는 가짜뉴스와 마약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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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 갉아먹는 가짜뉴스와 마약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4.16 17: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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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 계속되는 ‘거짓말’에 무감각”
“청소년, 마약이 잡아끄는 가짜 세계로”
“점차 ‘흐릿한 세상’ 돼가는 한국”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2023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축사하고 있다. ⓒ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서울 중구 영락교회에서 열린 2023 한국교회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축사에서 거짓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 연합뉴스

어쩌다가 나라가 이 지경에 이르렀을까. 가짜뉴스에, 마약까지. 나라의 근간이 흔들린다! 거짓말이 양산하는 가짜 뉴스, 마약이 안내하는 환각 속 가짜 세상으로 대한민국이 파묻히고 있다. 

‘대통령이 청담동 고급 술집에서 새벽까지 술을 마셨다.’
‘주한 EU 대사가 윤 정부의 북한 대응에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대통령이 지난 6일 방문한 횟집 ‘일광’은 욱일기를 의미한다,’

일부 언론이 확인 과정 없이 버젓이 뉴스로 둔갑시켜 국민들을 혼란에 빠지게 했다. 사실이 아닌 것으로 밝혀졌어도 대부분 해명이나 사과 없이 어물쩍 넘겨버렸다. 처벌도 없다. 그래서 국민들은 지금도 해당 ‘뉴스’를 반신반의하고 있다. 

한 언론사의 최근 조사에서 응답자의 70%가 ‘대통령의 청담동 술자리’ 기사가 사실일 거라고 답했다. 그러나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 뉴스는 기억 저편으로 밀려나고 있다. 새로운 가짜 뉴스가 계속 나오는 ‘덕분’이다.

‘역술인이 대통령 관저를 정하는데 개입했다’는 전 고위 장성의 말을 토대로 국회의원이 방송에서 ‘폭로’하자 정치권과 언론이 일제히 의혹을 부풀렸다. 경찰이 무려 한 달 동안 막대한 인력을 투입,  CCTV를 분석한 결과 사실이 아닌 것으로 조사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관련자들이 워낙 강하게 의혹을 제기해왔기 때문에 많은 국민은 여전히 역술인의 대통령 관저 개입 의혹에 대해 긴가민가하고 있다. 이 역시 처벌 없이 넘어갈 것 같다.  

또 다른 골칫거리로 등장한 마약에 취한 듯, 나라 전체가 사실과 거짓 사이의 모호한 영역에 머무는 상태라고 해도 틀린 말이 아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거짓말하지 말자”라고…

요즘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외국 사람이 들으면 한국을 한가한 나라로 볼지 모르겠다. 아니면 ‘한국 대통령은 어째 교장선생님이나 도덕 과목 선생님이 할 말을 하고 있을까’라며 고개를 갸웃할지도 모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9일 영락교회에서 열린 부활절 연합예배에서 “거짓이 자유민주주의를 위협하지 못하게 하겠다”고 말했다. 부활절의 통상적인 메시지인 사랑, 기쁨 대신 ‘거짓’을 언급했다. 충분히 그럴 만한 게, 윤 대통령을 집권 내내 흔들어온 게 다름 아닌 거짓에 기반한 가짜 뉴스였기 때문이다. 대통령 편을 들자는 게 아니라 실제로 지난 1년간의 상황이 딱 그랬다. 

이 칼럼란에서도 이미 여러 차례 ‘거짓’과 ‘가짜 뉴스’에 관해 언급해왔다. 지난해 11월 27일 자 ‘가짜 뉴스는 없다’ 제하의 칼럼에서는 뉴스의 얼굴을 한 마타도어의 폐해를 언급했고, 1월 1일 자 ‘올해에는 거짓 없는 환경서 편하게 살고파’ 제하 칼럼에서는 계속되는 거짓말 양산을 막기 위해 정부에 ‘거짓말과 무고죄’를 중벌하도록 요구했었다. 

오죽하면 대통령이 부활절 예배에서 ‘거짓말하지 말자’고 했을까. 오죽하면 그 많은 사회문제 중에서 ‘거짓말’을 주제로 몇 차례나 칼럼을 쓰게 됐을까. 
한국은 지금 통상적 마타도어 수준을 넘어선 ‘새빨간 거짓말’이 범람하는 사회가 됐다. 

‘가짜 세상’에 빠져드는 청소년들

거짓말과 비슷하게 가짜 세상으로 인도하는 게 마약이다. 어느새 마약상들이 청소년 사회까지 파고들었다. 지속 가능하지 않은 환상의 세계. 망국의 지름길로 가는 가짜 세계. 이제 중학생들까지 이 세계로 들어섰다는 보도다.  

입시 공부에 찌든 서울 강남 대치동의 학원 일대 미성년자들에게 각종 마약이 깊숙이 침투했다고 한다. 경찰과 강남구가 대치동 학원가 일대에서 오는 21일까지 특별점검과 캠페인을 벌인다. 초·중·고 80개교 주변이 대상 지역이며 청소년심리지원센터에서 심리상담도 한다. 지난주에 언론이 주요 뉴스로 연일 다뤘다. 잠깐 다루고 지나갈 일이 아니다. 마약이 한국에서 자취를 감출 때까지 지속적으로 다룰 문제다. 

우리 사회가 언제부터 ‘마약 망국론’에 휩싸여온 미국 사회를 닮아가는 꼴이 됐나. 세계의 마약상들이 네덜란드 등지에 이어 강남으로 급속히 모여들지나 않을까 걱정이다. 검·경은 국내 마약 상습 투약자가 이미 50만 명을 넘어섰을 것으로 추정한다. 50만 명이라니! 

게다가 일부에선 마약이 피자보다 싼값에 거래된다고 한다. 바야흐로 박리다매 상술까지 발휘해가면서 마약이 걷잡을 수 없이 확산할 시점에 이른 모습이다. 마약 문제 역시 이 칼럼란에서 지난 2일 ‘마약, 이러다가 나라 집어삼킨다’ 제목으로 다뤘었다.  마약사범만큼은 흉악범으로, 일벌백계의 기준으로 다스리자고 제안했다. 지금이 마약 청정국으로의 회귀를 위해 놓쳐서는 안 되는 절체절명의 시간이다. 

정부가 대검찰청에 ‘마약강력부’를 설치한다고 한다. 학생들을 대상으로 한 마약 음료 사건 등 사태가 심상찮다고 보고 대검찰청에 마약범죄 수사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기로 했다는 것. 이 소식에 당연히 마약상들은 당분간 잠적할 거다. 그렇다고 검찰 수사가 또 유야무야될지는 지켜볼 일이다. 

먹고사는 일보다 우선해야 할 일

국제통화기금(IMF)이 올해 한국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계속 낮추고 있다. 지난해 10월 2.0%에서 올해 1월 1.7%로 낮춘 데 이어 다시 1.5%로 낮췄다. 세계 성장률 전망치인 2.8%에 비해 크게 낮은 수치다. 그만큼 올해 한국의 경제 전망이 어둡다는 얘기다. 실제로 경상수지 적자, 반도체 수출 부진 등 저성장 고착화의 징후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한참 동안 온 국민이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것 같다. 이런 어려운 시기에 나라가 온통 가짜 뉴스와 마약의 폐해에 휩싸여있으니 정말 난감한 일이다. 그렇다고 온 나라를 병들게 하는 거짓말쟁이들과 마약쟁이들에 대한 단속을 소홀히 한 채 넘어가야 할까? 나무 썩은 후에 물 줘봐야 무슨 소용일까. 

상습화한 거짓말 뉴스, 미성년자들 일상에까지 파고든 마약. 그것들로 인해 미세먼지가 뒤덮인 세상처럼 흐릿해지는 나라 꼴을 더 이상 방치해서는 안 된다.  좌고우면할 겨를이 없다. 국민 각자가 정신 바짝 차리는 수밖에 없다. 정치권과 정부에는 깊은 반성과 강력한 조치를 주문한다. 먹고 사는 문제 이상으로 중대하고 시급한 일이다. 

김형석(金亨錫)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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