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대환 “노동운동 초심 생각하면 노조 비판 안 할 수 없어” [곤란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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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노동운동 초심 생각하면 노조 비판 안 할 수 없어” [곤란한 인터뷰] 
  • 윤진석 기자 |영상 신성일 PD
  • 승인 2023.04.18 18:5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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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 
“나는 대한민국 건국 자랑스러워하는 진보주의자”
“586 친북 주사파는 민주주의 교육 다시 받아야”
“노동운동 초심 생각하면 노조 비판 안 할 수 없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윤진석 기자 |영상 신성일 PD)

대한민국 건국이 자랑스럽다 vs 아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은 어느 쪽입니까.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14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며 대한민국 건국의 자긍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14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며 대한민국 건국의 자긍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여기 한 분은 이렇게 긍정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자유와 평등의 유전자를 가졌다. 건국 과정에서 농지개혁을 멋지게 성공시켰다. 영미 진보의 줄거리를 받아들여 제헌헌법을 수립했다. 건국의 아버지들이 있다. 이승만‧김성수‧신익희‧조봉암‧조만식 등 최소 다섯 사람은 기억했으면 좋겠다. 민족사적 기적과도 같은 대한민국 건국 앞에서 우리 국민은 자긍심을 가져도 좋지 않겠나.”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제3의길 웹진 대표)이 재작년 <시사오늘>과의 인터뷰에서 한 말입니다. 

586 친북 주파사들의 저격수로 불려온 주 전 위원장은 “대한민국 건국을 자랑스러워하는 영미 진보주의자”라고 말했습니다. 이 때문에 진보 진영으로부터 극우(?) 소리까지 들었다는 그. 

외로웠을 것 같다고 하자, 너털웃음. 

“2008년 민주노동당 할 때부터 그랬다. 북한 인권문제를 얘기하면 나보고 극우래.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했다. 그렇게 고립되기 시작했다. 프레임에 갇혀 있지 않은 다음 세대와의 대화는 가능할 거라는 믿음을 갖고서 옛날 친구들하고는 바이바이하고 살아왔다.”

그런데 말입니다. 

 

# 곤란한 질문 하나. 
노동운동하다가 왜 노조 비판을? 


“그러게 말이다. 사실 나는 노동조합을 한 적은 없다. 노동운동 안에서는 정치적 기조나 사상, 이론을 담당하는 쪽이었다. 실제 노조 활동은 아내가 많이 했다. 손자들이 우리한테 ‘할머니, 할아버지 젊을 때 뭐했냐’ 물으면 생각이 참 곤란할 것 같다. 노동운동이 그만큼 엉망이 돼버렸거든. 이상해져 버렸다. 오히려 불평등을 더 심화시키는 역할을 하고 있다. 노동운동은 원래 전태일의 풀빵 정신에서 비롯됐다. 시다(재단사)들을 위해 뭐라도 하려 했던, 그것이 노동운동이고 전태일 정신이었다. 지금은 상위 10% 내 기득권을 지키는 게 돼버렸다. 초심을 가진 사람이라면 누구나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등을 에둘러 비판했습니다. 

1973년 서울대 종교학과 입학 후 민주화운동에 뛰어든 그는 세 번의 투옥을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부마항쟁 한복판에서 유신정권에 맞선 인물입니다. 87년 6월 항쟁을 거쳐 맑스-레닌주의에 기초한 사회주의-노동운동을 벌이다 천안문 사태와 동유럽 혁명, 소련의 해체를 보면서 사회민주주의 노선으로 전향했습니다. 민주노동당 창당에 참여했지만, 주류였던 주사파들과 대립하면서 제3의 길을 걸었습니다.

 

# 곤란한 질문 둘 
결국, 당내 권력 투쟁에서 패한 게 핵심 아닌지? 


“그렇다. 소수파니까.”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14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며 대한민국 건국의 자긍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주대환 전 바른미래당 혁신위원장이 14일 여의도 사무실에서 인터뷰하며 대한민국 건국의 자긍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시사오늘 권희정 기자

 

- 왜 소수파인가?

“나 역시 남 탓일 수 있지만, 1980년대 형성된 586 주사파와의 불화, 그들과 맞지 않는 잔소리꾼으로 찍힌 탓이겠지.”

최근 출간한 책 <K-데모크라시>에서도 그는 이들을 비판했습니다.

“전향할 기회를 놓친 주사파는 한국 민주주의 발전을 위해 재교육 대상”이라고 했습니다.

여전히 잔소리를 멈추지 않았습니다.

 

 

 

 

# 곤란한 질문 셋. 
바른미래당 혁신위 사태, 책임 있다 보는데?


“그럼요.”

고개를 끄덕끄덕. 

“그때는 순진하게 접근했던 것 같다. 부끄럽게 생각한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사태임에도 묻는 말을 피하지 않았습니다.

2019년 일입니다. 

손학규+호남계‧안철수‧유승민계로 한 지붕 세 가족이던 바른미래당은 총선을 앞두고 내분이 격화돼 갔습니다. 이준석 당시 최고위원 등 비당권파와의 갈등을 수습하기 위해 손 대표는 주대환호 혁신위를 출범시켰습니다.

하지만 배가 산으로 가면서 내부 투표 결과 5대 4로 손 대표 퇴진으로 가닥 나자, 주 위원장은 “당을 깨려는 검은 세력이 있다”며 사퇴를 선언, 이를 무산시켰습니다. 혁신위도 자동 해산됐습니다.

바른정당계 등 손 대표 퇴진을 요구한 이들은 반발했지만, 주 위원장 편에 섰던 김소연 변호사 설명은 달랐습니다.

그는 재작년 대화에서 주 위원장의 사퇴는 불가피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습니다.

“주 전 위원장이 권력 장악에 혈안이 된 바른정당계한테 당한 것”이라며 “(그들은) 당권을 접수하기 위해 손 대표를 노욕으로 몰아가고, 회의 발언을 몰래 녹음, 뒤에서 공유하고 자신들에 유리하게끔 언론에 흘리는 등 정의롭지 못한 수법을 구사했다. 묻지마식 다수결 투표를 압박하면서 여론을 선동해 갔다”고 전했습니다. 

주 전 위원장도 당시를 상기하면서 목소리를 낮게 깔았습니다. 
 

“(혁신위 면면이) 목적이 분명한 사람들로 구성돼 있었는데 이를 간과했다. 나는 서로 다른 의견을 절충하고 의기투합하는 데 목적을 뒀지만, 상대는 계파의 입장만 이야기했다. 젊은 사람들과 선의로 대화화면 되겠거니 했는데 아니었다. 준비가 부족했고, 내 인생 최근의 실패 사례로 남았다. 무능하다는 것을 확인해준 계기였다.”

자책했습니다. 무능하다니요. 대한민국 건국의 가치를 새롭게 재조명한 사상가가 할 말은 아닌 것 같습니다. 
 

역사를 보는 관점, 어떻게?


누구든 시대를 뛰어넘어 생각하고 살기란 참으로 어려운 것 같습니다. 오늘을 살아가는 다음 세대를 위해 역사를 바라보는 올바른 관점은 무엇이냐고 끝으로 물었습니다. 

“대한민국이 올해로 75년 된다. 건국 100년을 교향곡으로 비유하자면 1‧2‧3악장을 지나서 4악장이 남았다. 어떻게 연주할 것이냐. 대한민국 시민 모두가 생각해볼 문제다. 지정학적으로 동쪽에 위치하지만, 동서양 문명이 조화롭게 발전된 독특한 나라다. 과거 네덜란드나 아테나, 로마, 베네치아가 제국으로서 세계를 주도하던 때가 있었다. 우리도 그처럼 됐으면 한다. 식민지를 지배하는 제국을 말하는 게 아니다. 성숙하고 남 탓 안 하고 정직한 시민들…. 서로를 인정하고 공존하는, 생각이 다르고 알록달록한 대한민국이었으면 좋겠다.”

아울러 이 말도 강조했습니다.

“자유, 평등, 인권, 노동자의 권리, 양성 평등, 생태환경... 모든 진보적 가치들은 좋다. 하지만 지금 우리나라에서 그들은 친북, 친중, 친전체주의적 세계관으로부터 해방돼야만 한다.”

일어나면서는 국회에서 논의 중인 선거제 개편안에 대해 나눴습니다. 주 전 위원장은 부질없다는 표정을 지었습니다. 

“소선거구제나 내각제 요소를 가미한 대통령제, 중대선거구제, 비례대표제든 제헌국회에서 우리 조상들이 이미 충분히 토론했고 많은 심사숙고 끝에 현 제도에 이른 것이다. 국민 여론을 조사해 보면 대통령제와 소선거구제가 압도적으로 높다. 잘 작동해왔다. 우리나라의 전통이 됐는데 어떻게 고칠 수 있겠나?”
 

※ 으레 인터뷰할 때 듣는 말이 ‘이 질문은 빼주세요’ 입니다. 제일 듣고 싶은 답인데 말이죠. 하지만 영상과 함께하는 ‘곤란한 인터뷰’ 에서는 ‘직격’ 합니다. 회피하지 않는 용감한 인터뷰이, 취재원들과 함께하니까요. 영상(제작 |신성일PD)은 유튜브 <시사오늘>에서도 만나 볼 수 있습니다.

담당업무 : 정치부 기자입니다.
좌우명 : 꿈은 자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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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화 2023-05-09 07:39:43
재단사인 전태일이 자신들의 보조인 시다들을 위해 일했던게 전태일 정신이란 말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