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맥주, 줄어든 배당-높아진 로열티·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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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비맥주, 줄어든 배당-높아진 로열티·이자
  • 박근홍 기자
  • 승인 2023.04.18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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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박근홍 기자]

오비맥주(OB맥주)가 지난해 역대급 실적 개선을 이뤘음에도 최대주주인 안호이저 부시 인베브(AB인베브)에게 지급하는 배당금 규모를 줄였다. 다만, AB인베브는 로열티와 이자로 배당금 감소분 일부를 챙긴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13일 오비맥주가 공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22년 오비맥주는 매출 1조5600억 원, 영업이익 3617억8671만 원을 기록했다. 전년 대비 매출은 16.03%, 영업이익은 38.09%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50.05% 늘어난 2422억9815만 원으로 집계됐다. 코로나19 엔데믹 흐름에 카타르 월드컵 특수까지 겹치면서 좋은 성적표를 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이 같은 호실적에도 배당금은 오히려 축소됐다. 오비맥주는 지난해 최대주주(지분 100% 보유)인 'Budweiser Brewing (Korea Holdings) Limited'(버드와이저 브루잉, AB인베브 아시아 법인)에게 1350억 원 규모 배당금을 지급했다. 이는 전년보다 59.82% 감소한 금액이다.

오비맥주는 2014년 AB인베브에 인수된 후  2015년 3700억 원, 2017년 3450억 원, 2019년 4390억 원, 2020년 4000억 원, 2021년 3360억 원 등 매년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국부유출 논란을 야기했다. 오비맥주에서 해명한 '격년 배당'이라는 원칙은 2020년 깨졌다. 더욱이 2019년부터 2021년까진 순이익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급해 팬데믹 속 사회적 물의를 빚기도 했다.

글로벌 대주주가 지역 법인에서 배당 수익을 챙기는 건 당연한 일이다. 문제는 이 과정에서 AB인베브와 오비맥주가 2019년 공언한 '3년간 1조 원 이상 투자'라는 약속이 깨졌다는 데에 있다. 오비맥주의 '투자활동으로 인한 현금유출액'은 2019년 898억3893만 원, 2020년 495억3863만 원, 2021년 1130억3533만 원, 2022년 547억6418만 원 등으로 1조 원에 크게 미달했다. 투자는커녕 AB인베브가 코로나19 사태로 입은 손실을 한국에서 '카스'를 팔아 메우고 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하지만 2022년엔 배당 규모를 전년 대비 50% 이상 줄이면서 고배당 정책을 한수 접은 것이다. 관련 업계에선 팬데믹 당시 불거진 국부유출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한 조치라는 분석이 주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일각에선 일종의 '꼼수'가 아니냐는 비판도 제기된다. AB인베브는 오비맥주로부터 로열티와 이자를 받아 배당금 감소분 일부를 만회한 데다, 향후 배당금+알파(α)를 노릴 수 있는 포석까지 둔 것으로 여겨져서다.

오비맥주 CI ⓒ오비맥주
오비맥주(OB맥주) CI ⓒ오비맥주

오비맥주의 현금흐름표를 보면 지난해 오비맥주는 724억1967만 원을 이자 지급 비용으로 썼다. 이는 오비맥주가 2017년 12월 22일 버드와이저 브루잉에 발행{연장, 2017년 맥스브루 투자사(AB인베브 계열사) 인수 후 2019년 버드와이저 브루잉이 재인수}한 4000억 원 규모 사채(이자율 리보금리 12개월물+1.5%)가 2022년 12월 22일 만기에 이른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오비맥주는 2014년 발행한 5150억 원 규모 무보증사모사채를 상환(연장)한 2017년에도 901억3709만 원의 이자 지급 비용을 현금흐름표에 반영한 바 있다.

특히 오비맥주는 기존 사채가 만기됨과 동시에 버드와이저 브루잉에 오는 2027년 12월 22일 만기 예정인 4000억 원 규모 무보증사모사채를 다시 팔았는데, 이 사채 이자율은 5.17%(고정금리)로 설정됐다. 단순 계산 시 만기 이자가 1034억 원이다. 이는 고금리 논란이 불거졌던 2014년 발행 사채보다 높은 수준이다. 당시 오비맥주는 사채 공모에 나섰을 경우 3%대 금리로 자금 조달이 가능한 업체로 분류됐음에도, AB인베브 계열 맥스브루 투자사로부터 이자율 5%에 5150억 원을 빌려 물의를 빚었다.

이번에도 비슷한 논란에 휩싸일 소지가 있어 보인다. 사채가 만기되는 오는 2027년 전에 미국 연준(Fed, 연방준비제도)이 금리 인하를 단행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임에도 고정금리로 바드와이저 브루잉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해서다. 기존 사채 기준인 리보금리가 폐지 수순을 밟고 있다는 걸 감안하더라도 차입 기준으로 삼을 만한 대체지표금리를 여러 주요국에서 공시하고 있는 만큼, 오비맥주에게 불리한 조건이 설정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대로 최대주주에겐 향후 금리 인하 시 '+알파(α)'로 작용할 만한 대목이다.

로열티가 대폭 인상된 것으로 보인다는 점 역시 최대주주인 AB인베브에게 유리하게 다가오는 부분이다. 오비맥주는 2022년 AB인베브 측(SPRL InBev Belgium BVBA, 호가든 포함) 53억8497만 원의 기술사용료를 지급했다. 이는 전년보다 4.97% 증가한 수준이다. 당해년도 증가폭 자체는 미미하지만 오비맥주의 매출, 오비맥주-AB인베프간 매입 거래 규모 등과 비교하면 최근 수년 새 기술사용료가 크게 오른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오비맥주는 2018년과 2019년 각각 기술사용료 약 15억 원을 AB인베브에 지불했는데, 당시 오비맥주의 매출(2018년 1조6981만 원, 2019년 1조5421억 원)은 2022년(1조5600억 원)과 비슷하거나 높다. 또한 오비맥주가 AB인베브 측으로부터 매입한 상품 금액(특수관계자와의 매입 거래)은 2018년 567억 원, 2019년 691억 원에서 2021년 442억 원, 2022년 211억 원으로 절반 이상 줄었다. 그럼에도 오비맥주가 AB인베브 측에 지급한 기술사용료는 과거보다 3.5배 이상 늘어난 것이다. 로열티가 급격히 인상됐다고 해석할 수밖에 없는 수치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기술사용료는 그간 기술과 설비의 발달, 물가 상승 등을 명분으로 받기 나름이니 불가피한 부분이라고 해도, 자금 차입 이자율은 선뜻 이해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 보다 낮은 이자율이나 변동금리로 충분히 돈을 마련할 수 있는 회사인데, 2014년과 마찬가지로 오비맥주는 최대주주에게 유리한 내용의 계약을 체결했다. 지금 리보금리 대체지표금리인 Term SOFR 12개월물이 4%대다. 자금 차입이 이뤄진 지난해 말 경기 상황을 감안해도 결과적으로 오비맥주에 불리한 딜"이라고 말했다.

담당업무 : 건설·부동산을 중심으로 산업계 전반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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