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문제는 ‘리걸 마인드’다 [기자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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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문제는 ‘리걸 마인드’다 [기자수첩]
  • 정진호 기자
  • 승인 2023.04.18 18: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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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는 사실 아닌 인식의 영역…국민이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관심 기울여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정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20%대로 주저앉았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 지지율이 다시 20%대로 주저앉았습니다. <한국갤럽>이 4월 11일부터 13일까지 전국 성인 10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14일 공개한 여론조사 결과, 윤 대통령이 직무 수행을 ‘잘하고 있다’는 답변은 27%에 그쳤습니다. 전주(31%)보다 4%포인트 하락한 수치입니다. 반면 ‘잘못하고 있다’는 부정평가는 65%까지 치솟았습니다.

통상 20%대 지지율은 레임덕의 징후로 해석됩니다. 통계적으로 보면, 우리나라 정치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지지를 거두지 않는’ 유권자들이 60%가량 존재합니다. 보수·진보 양측에 각각 30%씩, 합쳐서 60%죠. 이런 상황에서 대통령 지지율이 30% 아래로 내려갔다는 건 ‘확실한 우리 편’에서마저 이탈자가 나온다는 뜻이니, 위기감을 느끼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그렇다면 대체 왜 윤 대통령 지지율이 위험한 수준까지 내려온 걸까요. 여러 분석이 있지만, ‘홍보 능력’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많습니다. 여기서 홍보라는 건 단순히 정부가 하는 일을 국민에게 알린다는 개념이 아닙니다. 국민이 그 필요성에 공감할 수 있게끔 설득하는 과정 전반을 의미합니다.

정치는 사실이 아닌 인식의 영역이라고 합니다. 사실이 무엇인지만큼이나, 국민이 어떻게 인식하는지도 중요합니다. 정치를 ‘종합 예술’이라고 하는 건 이런 이유입니다. 정치인은 진실을 캐내기만 하면 되는 법률가와 다릅니다. 진실이 거짓을 이길 수 있도록 ‘포장’하는 능력도 필요합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이 역대 대통령 중 최고 수준의 지지율을 유지한 채 퇴임할 수 있었던 것도 이와 무관치 않습니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는 항상 ‘스토리’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정부여당이 사회적 약자를 위한 정책을 펴겠다는 큰 그림을 그려 놓으면, 대통령이 최저임금 근로자와 비정규직 근로자를 만나 애환을 듣습니다.

대통령이 움직이면 언론이 반응하기 마련입니다. 언론은 우리나라 최저임금이 얼마나 낮은 수준인지, 또 비정규직 제도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보도합니다. 이를 통해 사회적 논의가 이뤄지고 분위기가 무르익으면, 정부가 나서 최저임금 인상이나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정책 등을 내놓습니다. 정책의 적절성과는 별개로, 국민들의 공감을 얻기 쉬운 방식입니다.

반면 윤석열 정부의 정책 발표는 ‘느닷없다’는 표현이 어울립니다. 만 5세 입학 학제 개편도 그렇고 ‘주 최대 69시간제’ 근로시간 개편도 그렇습니다. 대일 외교도 마찬가지입니다. 윤석열 정부 정책 전반에 이런 기조가 보입니다. 각각의 정책이 따로 놀고, 개별 정책이 어떤 맥락에서 무엇을 위해 나온 것인지에 대한 스토리텔링도 없습니다. 이러니 야당이 특정 정책에 부정적 프레임을 씌우면 거기서 옴짝달싹하지 못합니다.

만약 ‘아이는 국가가 키운다’는 기조 아래 윤 대통령이 맞벌이 부부들을 만나 ‘분위기’를 잡은 뒤, 사회적 논의가 무르익었을 때 뇌리에 박히는 한 문장을 내세우며 만 5세 입학 학제 개편 정책을 내놨다면 어땠을까요. 근로시간 개편이나 대일 외교도 이런 맥락 속에서 이뤄졌다면 어땠을까요. 당연히 반대 의견도 많았겠지만, 지금처럼 국민 대다수가 돌아서는 일은 없었을 겁니다.

법률가 출신 정치인들은 사실에 천착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국민들이 진실을 몰라서 그래. 진실을 밝히면 결국 알아주겠지’라는 태도입니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정치는 사실이 아닌 인식의 영역입니다. 정치에선 사실도 다수가 거짓으로 인식하면 거짓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정치에선 결코 ‘진실’이 모든 걸 해결해주지 않습니다. 이 점을 깨닫지 못한다면, 윤석열 정부의 지지율 반등은 요원할 겁니다.

* 본 기사에 인용된 여론조사의 자세한 조사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http://www.nesdc.go.kr)를 참조하면 된다.

담당업무 : 국회 및 국민의힘 출입합니다.
좌우명 : 인생 짧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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