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탄 한 발의 작은 경고 [특별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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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탄 한 발의 작은 경고 [특별기고]
  • 진성현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
  • 승인 2023.04.22 07: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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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공보안, 항공사만의 문제 아냐 ‘국가 차원’의 문제로 봐야
객실승무원, 항공보안 ‘최후의 방어선’…보안 전문성 중요
보안 취약 항공사는 ‘향후 대책·개선 방안’ 알릴 의무 있어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진성현 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운항서비스학과 교수)

대한항공 기내 탄피 발견과 인천공항 보안 구역 내 실탄 발견으로 인해 항공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픽사베이
대한항공 기내 및 인천공항 보안 구역 내 실탄 발견으로 인해 항공보안에 구멍이 뚫렸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 픽사베이

감감무소식이다. 지난 3월 중순 항공기 내에서 발견된 실탄을 객실승무원이 쓰레기로 오해, 방치했던 사건에 대해서다.

당시 객실승무원이 실탄을 금속 쓰레기 또는 펜던트로 알았다는 뉴스 이후로는 더 이상의 추가 내용이 없다. 해당 항공사가 분명 자체 조사를 끝냈을 시점이 한참 지났지만, 전후 과정에 대한 언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형식적으로 늘 하는 개선대책 발표조차 없어 불안은 더욱 커져만 간다. 실탄만 방치한 것이 아니라 개선방안까지 방치하는 것은 자칫 더 큰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참사 발생 이유가 아주 작은 징조 현상을 무시하는 데서 비롯됨을 감안하면 말이다.

이러한 징조 현상은 역사적으로 멀리 갈 것도 없다. 며칠 전 일본 총리를 향한 사제 폭발물 테러 사건이 대표적인 예다. 불과 9개월 전에 똑같은 유형의 테러로 아베 총리가 암살되는 사건이 발생됐다. 이 사건 이후로도 경호 인력과 시스템이 개선되지 않았다는 것은 분노를 살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국제민간항공기구(ICAO)는 항공사 객실승무원을 항공 보안 최후의 방어선이라고 했다. 객실승무원은 기내 안전과 보안 전문성을 필히 갖춰야 한다는 의미로, 회원 국가들에게 거듭 강조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항공사의 항공보안 교육 현실은 신입 객실승무원의 경우 1일 8시간에 그치는 것이 고작이다. 

교육 내용은 지나치게 많다. △테러정세 및 국가 대테러 활동체계 △항공기 성능 및 객실장비 △체포 및 구금 기법 △비무장 방어기술 △무기훈련 등이 있다. 국방의 의무를 지지 않는 여성 승무원이 80%가 넘는 인력 구조상 이 많은 내용을 하루에 다 교육하고 완벽히 습득하는 것이 과연 가능할지 의구심이 든다.

평생 실탄을 본 적 없을 객실승무원에게 고작 하루 반나절도 안되는 교육으로 어떻게 항공보안의 전문가가 되기를 바랄 수 있을까. 어불성설이 아닐 수 없다.

객실승무원을 처음 채용할 때부터 항공 안전과 보안에 대한 최소한의 지식과 자격을 갖추도록 한다면 어떨까. 채용이라는 첫 단추부터가 항공보안 개선의 진정한 시발점임을 짚고자 한다.

ICAO 항공보안감독매뉴얼에 따르면, 전문성과 보안 마인드를 겸비하되 적절한 자격을 갖춘 인력을 채용하고 유지하는 것은 국가가 항공보안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지름길이다.

항공사 경영진들의 경우엔 보안을 최우선 과제로 생각한다는 메시지를 조직 전체에 전달하는 보안문화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 

항공보안은 항공사만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 차원의 문제다. 국가는 항공사의 안전과 보안 교육 프로그램 이행 상태를 감독할 의무가 있으며, 항공보안의 취약점이 드러난 항공사에게 향후의 대책과 개선 방안을 강구하도록 마땅히 요구할 수 있어야 한다.

아울러 그 정보들을 국민에게 투명히 공개하는 것이 항공보안 인식을 개선할 수 있는 초석이 될 것이다.

※ 외부 필진의 기고는 본지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진성현 교수

-(전)대한항공 객실 안전팀장
-(전)대한항공 수석 사무장
-(전)가톨릭관동대학교 학생처장
-(전)가톨릭관동대학교 항공대학 초대학장

-(현)항공운항서비스학과 학과장
-(현)한국항공보안학회 학술이사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현)한국교통안전공단 항공안전 분석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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