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동영 “韓-美-日 동맹, 北 자극할 뿐…자주적 해결을” [북악포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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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동영 “韓-美-日 동맹, 北 자극할 뿐…자주적 해결을” [북악포럼]
  • 고수현 기자
  • 승인 2023.04.20 16: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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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의실에서 만난 정치인(227) 정동영 前 국회의원(前 통일부 장관)
“진보·보수 떠나 ‘7.4공동선언’ 대원칙 계승 필요”
“‘독도·위안부·강제징용’ 일본, 동맹국 될 수 없어”
“개성공단등 남북경제협력으로 한반도 평화 구축”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고수현 기자]

지난 18일 정동영 전 의원이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1층 학술회의장에서 한반도 위기 상황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시사오늘 고수현 기자

“인태(인도-태평양) 전략과 한-미-일 동맹은 중국과 북한을 자극할 뿐, 한반도 평화 대책이 될 수 없다”

지난 18일 국민대학교 정치대학원 <북악정치포럼> 강단에 선 정동영 전 국회의원은 현(現) 한국 외교 상황을 ‘위기’로 정의 내리면서 이 같이 말했다.

한반도의 지정학적 특성을 고려했을 때 중국과 북한을 배제하는 인태 전략과 한미일 동맹은 미국 등에 이득이 되겠지만, 한국에도 이득이 될 지는 손익을 따져봐야한다는 주장이다.

정동영 전 의원은 “인태 전략은 인도와 일본을 양쪽 끝으로 해서 그 사이에 있는 국가들을 하나로 묶는 개념으로, 미국의 중국 견제 수단 중 하나”라면서 “미국 입장에서 동아시아 패권을 중국에 넘기기 않기 위해서라도 인태 전략은 미국의 국익에 부합하는 것이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않다”고 지적했다.

반도라는 해륙국가적 특성을 지닌 우리나라의 경우 해양은 물론 대륙으로도 진출하는 것이 국익에 부합하다는 것이다. 여기서 대륙은 중국을 가리킨다.

그는 한국 외교에 대해 경제적 이익 등 실익을 추구해야한다면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외교 철학을 소개했다. DJ는 외교 정책 관련 철학으로 “도랑에 든 소는 왼쪽에 나 있는 풀도 뜯어먹고, 오른쪽에 나 있는 풀도 뜯어먹어야한다”고 말한 바 있다. 한국의 국익이라는 도랑을 따라 우직하게 움직이되 때때로 상황에 따라 외교 정책을 유연하게 적용해야한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정 전 의원은 이 같은 ‘도랑에 든 소’ 철학을 언급하며 “전(全)세계 무대를 시장으로 삼아야 된다. 중국에도 물건을 팔아먹고 러시아에도 물건을 팔고, 동유럽에서도 팔고 등등 우리의 국익을 위해서 행동해야한다”면서 “그러나 윤석열 정부가 가고 있는 방향은 우리 시장을 축소하고 팔다리를 자르는 격”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거대한 중국 시장을 포기하는 지금의 외교 전략은 우려스럽다고도 말했다.

정 전 의원은 “세계 최대의 시장인 중국을 우리 스스로가 철수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오히려 적극적으로 공략해야하다”고 말했다. 한국의 대중무역 적자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외교적 해결책이 필요하다고도 덧붙였다.

특히, 한미일 동맹에 대해 북한을 오히려 자극해 ‘미사일 도발’ 등을 야기할 수 있다면서 ‘개성공단’처럼 평화적인 방식의 외교적 접근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먼저 정 전 의원은 일본을 겨냥해 ‘동맹’의 대상이 될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그는 “세계 동서고금 역사에서 영토 분쟁이 있는 나라끼리 동맹이 된 사례는 없었다”면서 “일본은 교과서에 ‘독도를 한국이 불법 점검하고 있다’, ‘독도는 일본의 영토다’, ‘다케시마를 되찾아야 한다’는 주장을 현재도 이어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강제징용과 위안부 문제 등도 거론하며 일본과의 동맹이 부적절하다고 주장했다. 한국과 미국, 일본과 미국이 각각 동맹일 수는 있어도,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한일 동맹은 성립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즉, 한미일 동맹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주장이다.

아울러 윤석열 정부의 외교안보 정책에 대해 굉장히 실망스럽다고 평가하면서 그 사례로 대일외교를 들었다.

그는 “한일 정상회담을 두고 일 장관이라는 자가 강제징용은 없다, 독도 문제도 거론됐다 등 주장하며 모욕을 했다”며 “굉장히 굴욕적인 외교이기 때문에, 대통령 지지율도 떨어지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한미일 동맹으로 중국 시장을 포기하고 북한을 자극하는 게 한국의 국익에 정말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인지 반문하기도 했다.

또한, 정 전 의원은 대북 문제 해결 노력에 대해서도 윤석열 정부는 낙제점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윤석열 정부 들어 남북 대화가 아예 단절됐다”면서 “윤 대통령에게 충고를 하자면 진보와 보수를 떠나 박정희 때를 시작으로 노태우, 김영삼 정권에서도 유지됐던 7.4공동성명의 대원칙을 계승해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7.4남북공동성명에서 천명한 자주·평화·민족대단결의 3대 원칙을 현 정권에서도 기본지침으로 삼고 대북 문제를 이 같은 관점에서 접근하고 해결해야한다는 설명이다.

정 전 의원은 “우리 국민들이 원하는 평화”라면서 “평화를 위해선 북한을 관리해야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북을 향해) 말로만 대화의 문이 열려있다고 하지 말고, 어떻게든 북미 대화, 그리고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국제적 협상의 틀을 마련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고강도 한미군사훈련과 한미일 동맹이 북한을 자극할 뿐이라는 정 전 의원은 대북 문제 해결책으로 ‘개성공단(개성공업지구)’ 사례를 들었다.

개성공단은 가동 중단 전까지는 성공적인 남북경제협력사업으로 꼽혔었다. 저렴한 가격으로 북측 토지와 현지 인력을 조달해 제조업 등에서 가격 경쟁력을 제고한 남북 경제협력 사례다. 정 전 의원에 따르면 개성공단 진출기업 일부는 ‘매출 1조’ 기업으로 성장하기도 했다.

비록 가동 중단 사태를 맞았지만, 정 전 의원은 개성공단 사례가 남북 평화를 유지하는 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정 전 의원은 분단국가 중 통일된 독일과 베트남 사례와 우리나라는 같을 수가 없다면서 다른 길을 가야한다고 설명했다. 여기서 말한 다른 길은 ‘개성공단’ 같은 경제협력 강화다.

그는 북한이 유엔에 가입한 상황에서 베트남처럼 전쟁을 통한 무력 통일은 어렵고 독일 모델처럼 만장일치 흡수합병 결의는 불가능에 가깝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독일 통일의 설계사라는 ‘에곤 바르’ 박사를 만났던 일화를 소개하며 “개성공단에 대해 설명했더니, 무릎을 치면서 이게 바로 ‘한국형 통일’이라고 감탄했다”고 밝혔다.

가정이지만, 개성공단이 중단되지 않았다면 제2, 제3의 개성공단이 북한 곳곳에 들어서며 남북경제공동체가 만들어지는 방향으로 갈 수 있었다는 설명이다.

구체적인 타임라인도 제시했다. 그는 2045년까지는 적어도 남북이 하나된 국가로 가야한다는 비전 정도는 마련해야한다고 제안했다.

정 전 의원은 “분단 상태로 100년을 가서는 안 된다. 보수냐 진보냐를 떠나 국민 뜻을 하나로 모아 우리의 민족적 비전을 가져야 된다”며 “북핵 문제는 우리가 주도해서 풀어내야 한다. 우리 문제를 우리가 결정하지 않고 왜 한미일 동맹으로 풀어내려고 하는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제는 평화를 얘기하고 남북 연합 국가를 얘기하자”며 “각자의 정치 체제를 유지하면서 국가 2개가 세계적으로는 대표성을 하나의 국가로 하고, 궁극적으로 하나의 연방 또는 하나의 통일 국가 여부 선택은 후대에 맡기자”고 제언했다. 무작정 통일만을 외칠 게 아니라 평화를 위한 구체적 방향을 모색하자는 의미로 풀이된다. 일단 경제공동체부터 구축한 뒤 법적 통일 여부는 후손들에게 맡기자는 것이다.

정 전 의원은 강의 말미에 ‘백범 김구’ 선생의 ‘내가 한없이 가지고 싶은 나라는 무기가 강한 그런 군사강국도 아니고 경제적으로 세계 최고의 부자나라도 아니라 문화의 힘이 철철 흘러넘치는 문화강국이다’라는 발언을 인용하면서 “우리는 K-문화, 한류를 통해 이미 문화강국의 힘을 갖췄다”면서 “이제는 한반도 평화의 제도화를 이뤄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편, 정 전 의원은 문재인 정부 때 세계적 화제였던 남북정상회담 결과에 대한 아쉬움과 실망감도 토로했다.

그는 “남북 정상이 민족의 성산인 ‘백두산’에서 손을 맞잡을 때 그 어느 때보다 미국과 중국이 큰 충격을 받았었을 것”이라면서 “남과 북이 자주적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갈 기회가 있었다”고 회고했다. 그러나 남북정상 회담을 통해 얻은 실익은 사실상 전무했다는 게 정 전 의원의 평가다.

그는 “이 기회를 살리지 못한 남북의 지도자가 무능했다고 본다”면서 “개성공단 하나를 그때(남북정상회담) 못 열어줬다”고 비판했다. 이어 이 같은 선례를 교훈으로 삼아 소국(小國) 근성을 벗어나서 민족적 자주성을 강화해나가자고 덧붙였다.

담당업무 : 경제부 기자입니다. (은행·카드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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