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세대 ‘착취범들’ [金亨錫 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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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세대 ‘착취범들’ [金亨錫 시론]
  • 김형석 논설위원
  • 승인 2023.04.23 17:46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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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라가 천문학적 숫자의 빚더미에”
“정치논리로 SOC도 마구 증설”
“젊은 세대의 보복 두렵지 않나”
“여야, 총선 전략도 대폭 수정해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 김형석 논설위원)

지난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의결되고 있다. ⓒ 연합뉴스
지난 13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대구경북통합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이 의결되고 있다. ⓒ 연합뉴스

실컷 낭비한 끝에 자식들에게 빚만 잔뜩 남기고 가는 부모. 지금 우리 기성세대들 하는 짓이 딱 그 꼴이다. 나랏빚이 산더미처럼 쌓여있는데도 정치권과 정부의 낭비벽은 여전하다. ‘제 잔치’를 위해 나랏빚을 잔뜩 끌어다가 낭비하는 꼴이어서 비난의 수위가 더욱 높다. 그 빚을 고스란히 물려받을 젊은 세대의 시선이 고울 수가 없다. 

지방에 남아도는 SOC(사회간접자본)

전국의 공항 수는 모두 15개다. 미국의 1개 주보다도 작은 이 나라에 공항 수가 무려 15개나 된다. 도로망이나 철도망이 부족해서 공항을 늘린 게 아니다. 이미 한국의 도로와 철도는 외국에 자랑할 만큼 촘촘히 깔려있다. 그런데도 공항 수가 과하게 늘어난 건 대부분 역대 여야 정치인들의 ‘노력’에 힘입은 바 크다. “내 지역에 공항을!” 힘센 정치인이 마구잡이로 밀어붙이는 데 정부가 당할 재간이 없었다. 

정부로서도 당장 큰일이 나는 건 아니어서 못 이기는 척 끌려가 줬다. 지역민들 역시 공항이 꼭 필요한 건 아니더라도 내 고장에 비행장이 들어선다는 데 크게 반대할 이유가 없다. 나중에 자신들에게 빚으로 돌아오더라도 그건 먼 훗날의 일이고….

그런데 그 공항들 중 10개 공항이 5년째 연속 적자다. 최소한 몇백억 원씩 적자를 보고 있다. 육상 교통편이 충분한데 번거롭게 공항을 이용할 이유도 없고 그렇다고 외국인 관광객이 넘쳐나는 것도 아니니 당연한 결과다. 쓸데없이 공항을 많이 지어놓아 피 같은 국민 세금을 낭비하고 있는 꼴이다. 고속철도 역사가 지나치게 많아져 고속철도가 ‘저속철도’로 격하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이런 상황에서 새로 건설을 추진하거나 논의 중인 공항이 가덕도공항, 제주 2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등을 포함해 무려 10여 개나 된다. 이러다간 공항이 시·도(市·道) 숫자보다도 많이 들어설 판이다. 

이달 들어 국회는 대구·경북 신공항을 건설하고 광주의 신공항을 건설하는 특별법을 여야 의원들의 압도적인 찬성으로 통과시켰다. 내년에 총선이 있으니 여야 의원들이 자신들의 텃밭 사업에서 이례적으로 협치를 보인 것이다. 두 사업 모두 예비 타당성 조사도 면제된다. 필자의 견해로는 이 사업들 역시 미래세대에 짐이 될 뿐 국가적으로 크게 급할 게 없는 사업들이다. 언제부턴가 절약이라곤 모르는 나라가 돼버렸다.    

수도권 사람들이 지방에 나들이 가서 흔히 하는 말이 있다. “도로가 너무 아깝다.” 농담이 아니라 진심을 담은 말이다. 수도권 곳곳의 꽉 막힌 도로에 비해 지방 도로들은 널널하기 때문이다. 여유가 있어서 나쁠 건 없지만 수도권 도로와 지방 도로 간의 차이는 너무 심하다. 투자우선순위보다는 정치인들 간의 ‘힘 우선순위’에 의해 국가 예산이 왜곡 집행된 결과다. 지방 차별화와는 또 다른 문제로, 이런 문제들이 쌓여 국가부채 1천조 원 돌파에 한몫했다고 보면 된다. 그래서 이런 일련의 사태를 두고 ‘MZ 세대 착취’라고 말하는 것이다.  

여전한 ‘착취 행위’와 대통령의 실토

이런 상황에서 어이없는 웃음만 나오게 하던 지난주의 기사 하나.  재정준칙 법안에 관한 논의를 2년 넘게 해온 국회 기획재정위 소속 여야 의원들이 ‘유럽 국가들이 재정 준칙을 어떻게 시행하는지 둘러보자’며 해외 출장에 나섰단다. 

“뭘 어떻게 시행하냐? 당신들 같은 의원들의 외유성 출장 막는 것부터 시행하면 된다”라고 하는 게 국민의 소리다. 부채 상한선을 엄격하게 시행하는 스위스 같은 나라의 경우는 굳이 둘러보지 않아도 바로 벤치마킹할 수 있다. 문제는 시행 의지다. 재정준칙 시행 의지는 없이 ‘외유 의지’만 있는 이런 의원들이 바로 ‘미래 세대에 죄를 짓는 사람들’이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8일 국무회의에서 미래세대에 대한 미안함과 재정 실태를 솔직하게 털어놨다. 그의 그런 ‘실토’는 감당 못 할 수준으로 늘어난 나라의 빚, 방만한 재정 운용 등을 바탕으로 한다. 윤 대통령이 밝혔듯이 국가 채무가 이미 1000조 원을 넘어섰다. 2022년도 정부 결산 결과 국가채무가 1000조 원을 넘어섰다는 것인데 그 이자만 해도 앞으로 4년간 100조 원이 넘는다고 한다. 그 부담을 고스란히 미래 세대가 지게 돼 있으니 미래 세대에 대한 ‘착취’라는 얘기가 결코 과장이 아닌 셈이다. 

지난 정권이 방만하게 재정을 운용해 무려 400조 원의 빚을 늘렸든 어쨌든, 미래세대의 부담을 덜어줘야 할 책임은 윤 대통령과 현 정권에게 맡겨졌다. 지출을 최소화해 재정 건전성을 되찾고 수출을 늘리는 일에 윤석열 정부의 명운을 걸어야 한다. 몇 년 동안 습관화한 정부와 지자체의 현금 살포, 포퓰리즘 정책은 과감하게 버리고 그를 위한 재정 준칙을 하루속히 마련해야 한다. 

지난 1997년의 환란은 그 이전 3년 동안 지속돼 온 경상수지 적자가 도화선이 됐었다. 현재 무역수지 적자와 여행수지 적자의 누적으로 인해 경상수지가 적자로 돌아섰어도 정부는 태평하다. 최소한 겉으로는 그렇다. 해외여행이 폭증하고 있는데도 하반기엔 경상수지가 흑자로 돌아설 것이라며 국민을 안심시킨다. 그런데 정부는 왜 일본 측에 ‘한국에 관광객을 좀 보내달라’고 대일 관계의 아주 ‘마이너’한 부분에서 아쉬운 소리를 할까?

정부가 주춤하고 있는 국민연금 개혁안이 실은, 미래세대에 ‘암으로 전이될 수 있는‘ 가장 심각한 분야다. 정부는 미래세대가 연금 부문에 부담해야 할 구체적인 액수를 밝히지 못하고 있다.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게 정확한 표현이겠다. 빚 계산 방법이나 예측이 복잡해서가 아니라 그 규모가 어마어마하기 때문이다. 다른 희망적인 수치는 대충 잘만 꿰어 맞춰 발표하지 않는가. 프랑스의 마크롱 이상으로 윤 대통령이 정치생명을 걸어야 할 부분이 바로 연금 개혁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초고령사회로 진입 중인 나라다.  
 
국가 재정이 파탄 나면 그 고통은 누가 지게 되나? 당연히  미래 세대가 진다. 한 세대 전의 젊은이들은 그런 일을 당해도 무기력했다. 워낙 기성세대에 억눌리는 사회 분위기인 데다가 젊은이들이 세력화하지도 못했기 때문이었다. 간헐적으로 데모나 하면서 ‘그러려니..!’하고 지나갈 수밖에 없었다. 이제는 바뀌었다. MZ 세대가 정치권과 사회 각 분야에 활발하게 진출하고 있다. 새로운 노조 결성을 통해 자신들의 세력화 작업에도 성공하고 있다. 

MZ 노조 등이 자신들에게 잔뜩 빚을 넘겨주려는 무책임한 정상배들을 본격적으로 응징하지 않을 리가 없다. ‘응징 대상자’들을 가려내 당장 내년 총선부터 행동에 나서지 않을까 싶다. 

‘MZ 노조’의 발족과 젊은이들의 기세  

지난달에 ‘새로고침 노동자협의회’란 조직이 탄생했다. 20대와 30대 사무직과 기술직 5200여 명이 속한 8개 노동조합이 주축이 됐다. 순수한 노조 활동을 지향한단다. 유준환(32) 의장은 “사업장 중심의 노조활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치 투쟁은 하지 않겠다고 했다. 거대 노조와는 결이 다른 점을 보이는 젊은이들이 주축이 된 노조라는 점에서 MZ 노조라고 부를 만하다. 정치 투쟁은 않겠다고 했지만, 젊은 노동자들을 위한 활동은 강화할 것이므로 당연히 젊은 세대를 착취하는 기성세대와의 싸움은 불가피할 것이다.  

아직도 근로기준법의 보호를 제대로 받지 못하는 전국의 노동자 수가 1500만 명이나 된다. 소기업에 종사하는 젊은이들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전세 사기로 피해를 본 이들도 대부분 젊은이다. 그뿐 아니다. 날로 애 키우기가 어려워지는 환경과 경단녀 등의 이유로 결혼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대책 없이 늘어만 간다. 그러나 정부의 출산 장려책은 몇 년째 마냥 겉돌기만 한다.  

반면 각 분야에서 젊은 세대들의 약진은 날로 두드러지고 있다. 유능해진 젊은이들의 결집이 구체화해 분노가 폭발하는 날, 기성세대들은 호되게 당할 수밖에 없다. 

여야는 당장 내년 총선 전략부터 기존의 틀을 완전히 바꿔야 할 거다. 돈이나 뿌리고 당장 입맛에 맞는 달콤한 인기 정책보다는 뼈를 깎는 개혁 방안이 젊은 표를 얻을 수 있는 득표 전략이 될 거라고 본다. 젊은이들이 당신들 기성 정치인들보다 훨씬 더 똑똑하다. 더 이상 사탕발림성 공약에 속아 넘어가지 않는다. 

함께 겁이 나는 기성세대로써, 정치권과 정부에 큰 반성과 결단을 요구하지 않을 수 없다. 

김형석(金亨錫)은…

연합뉴스 지방1부, 사회부, 경제부, 주간부, 산업부, 전국부, 뉴미디어실 기자를 지냈다. 생활경제부장, 산업부장, 논설위원, 전략사업본부장 등을 역임했다. 

정년퇴직 후 경력으로 △2007년 말 창간한 신설 언론사 아주일보(현 아주경제)편집총괄 전무 △광고대행사 KGT 회장 △물류회사 물류혁명 수석고문 △시설안전공단 사외이사 △한국방송광고진흥공사(코바코) 사외이사 △ 중앙언론사 전·현직 경제분야 논설위원 모임 ‘시장경제포럼’ 창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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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사랑 2023-04-23 19:45:31
촌동네 살아보기했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