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시장 커진다는데, 국내 산업은 ‘먹구름’…왜? [권현정의 이런E저런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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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양광 시장 커진다는데, 국내 산업은 ‘먹구름’…왜? [권현정의 이런E저런E]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4.24 10: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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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 수요 증가에 태양광 훈풍?…국내 시장은 되려 줄어
중국산 모듈 비중 늘어나기도…“국내 태양광 지원 필요”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에너지(Energy) 업계 내 ‘이 사람 저 사람’(이런 이 저런 이)의 ‘이러니저러니’ 하는 말들을 그러모아 한 데 꿰어보려 합니다. 손에 안 잡히는 수치나 전문용어로 가득한 설명문보다는, 사람의 목소리로 전했을 때 더 선명하게 보이는 현장도 있지 않을까요. 〈편집자주〉

에퀴스의 24MW급 태양광 발전소 ⓒ 신성이엔지
신성이엔지 모듈이 활용된 에퀴스의 24MW급 태양광 발전소 ⓒ 신성이엔지

국내 태양광 업계에 훈풍이 불 것이란 기대감이 감돕니다. 미국, 유럽 등이 그간 글로벌 태양광 제품 시장을 장악했던 중국 견제에 나서면서, 자국 내 생산 설비 투자 기업에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 선언하고 있기 때문이죠.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유럽 탄소중립산업법(NZIA) 등이 해당됩니다.

지난해 러시아발 에너지 위기를 기점으로 전 세계 태양광 발전소 설치 수요 상승세에도 속도가 붙었습니다. 수출 비중이 큰 국내 태양광 기업에는 시장 확대의 기회인 셈입니다.

다만, 국제 규제 ‘호재’는 수출 여력이 충분한 기업의 몫이라는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수에 기대고 있는 국내 태양광 중견·중소 기업에는 영향이 없다는 겁니다.

오히려 국내 시장에선 상승세가 꺾이고, 중국 제품의 비중은 늘어나고 있습니다. 국내 중견·중소 태양광 기업의 머리 위에는 먹구름이 끼고 있다는 우려마저 나옵니다.

 

전 세계 신재생에너지 보급 늘리는데…국내 정책 ‘거꾸로’


에너지공단의 ‘2021년 신재생에너지 보급통계 확정치’에 따르면, 2021년 태양광 신규 설비 보급은 약 3.9GW(기가와트)로, 2020년(4.6GW) 대비 약 16% 줄었습니다.

2022년 보급은 직전년도 보다 더 줄었다는 것이 업계 중론입니다. 국내 발전용량이 2021년 4.4GW에서 2022년 3GW 수준으로 줄었기 때문입니다.

2023년 보급은 더 줄어들 수 있다는 목소리도 나옵니다. 지난해 정부가 2030년 신재생에너지 발전 보급 목표를 기존 30.2%에서 21.6%로 하향조정한 까닭입니다.

정우식 태양광산업협회 상근부회장의 말을 들어보시죠.

“세계 추세를 보면, 지금 당장 올해 10월에 EU에서 5개 분야에 대해 탄소국경조정제도를 시범 운영하고, 2026년부터 전면 시행하잖아요. 벤더사, 협력사들이 다 RE100 하지 않으면 협력사 교체하겠다고 나오는데, 지금 우리나라는 거꾸로 재생에너지 자체를 축소하고 있습니다. 거꾸로 가는 거예요”

국내 태양광 기업의 ‘악재’는 또 있습니다. 이인선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국내 태양광 모듈 점유율 중 중국의 비중은 2017년 27%에서 2022년 32%로 증가했습니다. 동시에 국산 비중은 73%에서 68%까지 떨어졌습니다. 중국산 비중은 늘고 국산 비중은 줄고 있는 겁니다.

업계는 그 배경에 국산 제품 사용 시 인센티브를 주던 RPS(신재생에너지 공급의무화제도) 비중이 줄고 국산에 대한 인센티브가 따로 없는 RE100을 이용한 신재생에너지 보급 비중이 커진 점을 꼽고 있습니다.

정부는 지난해 2026년 RPS 목표 비율을 기존 25%에서 15%로 하향했습니다.

임재민 에너지전환포럼 사무처장의 설명입니다.

“RPS는 전기 공급사업자들이 신재생에너지 발전회사에서 REC(공급인증서)를 사 오는 건데요, REC는 국산을 쓰면 가중치(인센티브)를 줍니다. 한 개를 샀는데, 더 많이 샀다고 인정해 주는 거죠. 그런데 이제 RE100을 해야 하는 기업이 생긴 거예요. 이제 발전사업자와 수요자가 직접 계약을 하는 형태가 된 거죠. 기업 입장에서는 보조금 격의 REC에 기대는 것보다 중국산이든 국산이든 재생에너지를 저렴하게 조달받는 게 중요하겠고요”

이처럼 국내 태양광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이 높아지면, 인력 유출, 국내 태양광 전력 가격 상승 등이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임재민 사무처장은 이렇게 부연합니다.

“에너지 전환이 전 세계적으로 빠르게 이뤄지고 있잖아요. 우리나라도 에너지 전환이 급하게 필요해질 텐데, 그때 미국에서 사와야 하는 경우가 생기겠죠. 지금은 국내 생산품을 사 쓰니까 더 싼 부분이 있는데, 그 때면 더 비싸질 거고요. 중국 기업도 더 비싸게 팔게 되겠죠. 가령, 지금은 한화솔루션이 국내 생산하면서 1000원에 파니까 중국도 900원에 파는 건데, 미국에서 사 오면 더 비싸질 테고 그러면 굳이 900원에 안 팔겠죠. 연구시설도 지금 국내에 대부분 있지만, (국내 시장이 줄어들고, 해외의 자국 투자 압박이 강해지면) 해외에 짓겠죠. 그러면, 국내 산학연계 등이 줄어들 거고, 해외 대학 연계가 많아질 거고요”

 

포트폴리오 다변화, 연구 개발 강화…‘살길’ 찾는 기업들


이 같은 상황에 기업들은 ‘살길’을 저마다 찾아 나서는 모습입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은 연구개발 강화에 나섰습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의 2022년 기준 매출 절반이 국내에서 발생합니다. 생산공장도 국내에서 운영하고 있습니다. HD현대에너지솔루션 관계자의 설명입니다.

“고출력 국산 셀 생산을 위한 연구 개발을 진행하는 등 품질 경쟁력을 강화하고, 제로에너지 건축물(ZEB)에 활용할 수 있는 태양광 애플리케이션 기술 개발 등 미래 도심 속에서 다양하게 적용할 수 있는 태양광 솔루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포트폴리오 다변화에 나선 기업도 보입니다. 국내 태양광 모듈 생산 기업인 신성이엔지 관계자의 말입니다.

“RPS 비율이 낮아진 부분에 대해서는 태양광 산업을 영위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호재까지는 아니어도 긍정적인 흐름은 있습니다. RE100 선언 기업에서 ‘RE100 솔루션’ 의뢰가 오고 있거든요. 솔루션이 해당 기업의 발전소 시공으로 이어지고 있고요. 최근 정부 차원에서 BIPV(건물 일체형 태양광 발전시스템) 지원책 등 재생에너지 지원책도 나오고 있어, (우려지점을)상쇄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시장 커진다는 메시지 필요…재생에너지 포함 K-IRA법 고려도”


다만, 개별 기업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국내 태양광 시장을 줄이겠다는 메시지를 정부가 계속 송신하고 있는 상황에서는 성장 폭이 제한될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특히, 한국형 IRA 등 국내 투자를 늘리는 방법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는 제언입니다.

임재민 사무처장의 말입니다.

“RPS 자체는 계속 유지하는 게 장기적으로 좋진 않아요. 구매하면 보조금을 주는 방식이고, 한전이 돈을 내는 방식이다 보니까 정부가(비용 부담으로) RPS 비중을 줄이려고 하잖아요. 그보다는 최근 국회에서 IRA법 만든다고 했잖아요. 그런 게 필요한데, 지금 거기에 반도체는 들어갔는데 재생에너지는 빠졌어요. 해외는 재생에너지, 배터리, 반도체를 패키지로 묶어서 법을 만들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빠진 거거든요”

시장을 키우겠다는 메시지가 필요한 때입니다. 정우식 상근부회장은 전 세계 태양광 시장에서 80~90%가 중국산인 가운데, 국내 시장에서 국산 모듈 점유율이 65%인 점은 상당히 선전하는 셈이라 강조합니다. 물론 이 같은 점유율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습니다. 들어보시죠.

“재생에너지 정책은 적어도 국제 사회 흐름에 맞게 보급 확대로 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재생에너지 산업 육성에 힘 쏟아야 한다고요. 정부가 도와주면 재생에너지에서 태양광 시장에서는 국내 기업이 이길 수 있거든요. 풍력은 국가별로 격차가 크지만 태양광은 아니잖아요. 다른 나라에서 태양광 비중 늘리는 것도 이것 때문이고요”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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