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 리튬 채굴 산업 국유화…단기 영향 미비, 장기 영향은 살펴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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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리튬 채굴 산업 국유화…단기 영향 미비, 장기 영향은 살펴봐야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4.25 16: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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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마저 ‘채굴 사업 공기업에’ 선언…남미 리튬3국 일제히 국영화 조치
‘연합’ 변수 있지만 민관 협업은 계속…“공급망 다변화·추이 지켜봐야”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지난 2021년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및 염수저장시설 전경 ⓒ 포스코 뉴스룸
지난 2021년 포스코의 아르헨티나 리튬 생산 데모플랜트 공장 및 염수저장시설 전경 ⓒ 포스코 뉴스룸

볼리비아, 아르헨티나에 이어 칠레까지 리튬 염호를 보유한 중남미 리튬 보유국들이 채굴산업 국영화를 선언하고 나섰다.

전문가들은 배터리 업계나 리튬 가격에 당장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리튬 판 OPEC’ 등이 조직될 가능성이 점쳐지는 만큼, 장기적 대응방안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한다.

 

칠레까지 채굴산업 국유화…국내 배터리 기업 직접 영향은 작을 듯


25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일(현지시각) 가브리엘 보리치 칠레 대통령은 칠레의 리튬 채굴권을 국영화한다고 밝혔다. 기존 민간 기업이 가진 채굴권은 향후 국영 기업에 귀속키로 했다.

만일 국회 통과를 거쳐 해당 선언이 현실화할 경우, 현재 칠레 리튬 채굴권을 양분하고 있는 기업들은 광산 개발권이 말료되는 시점에 채굴권을 반납하고, ‘민관 파트너십’ 형태로만 채굴에 참여해야 한다. 미국 기업 앨버말(ALB), 중국 톈치리튬이 대주주인 SQM 등은 칠레 광산 개발 국영기업인 코델코 등과 각각 2043년, 2030년까지 광산 채굴권을 확보한 상황이다. 

국내 배터리 기업들도 긴장하는 모습이다. 칠레 SQM 등으로부터 장기 리튬 공급계약을 맺은 바 있어서다.

LG에너지솔루션은 SQM과 2029년까지 5만5000톤 가량의 리튬 공급 계약을 맺었고, SK온은 SQM으로부터 2023년부터 2027년까지 5만7000톤을 제공받기로 했다.

다만 단기적인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게 업계 중론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호주 라이온타운, 독일 벌칸에너지 등으로 공급망을 다변화한 바 있다. 모두 5년 장기계약이다. SK온 역시 호주 레이크리소스사, 호주 글로벌 리튬사 등과 공급계약을 맺고 있다.

이와 관련, SK온 관계자는 “아직 국유화 시행 시점이나 방식, (각 채굴기업의)기 계약 건에 대한 조치 등 구체화 된 사항이 없는 상태다. SQM과는 중장기 계약을 맺은 상황으로 단기적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유화 선언이 단기적 관점에서 리튬 가격 상승을 초래할 순 있지만, 배터리 산업의 피해는 크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보통 계약 시에 판가연동(원재료 가격 연동) 방식으로 계약한다. 가격이 급등한 만큼의 보조금을 자동차 OEM에 더해달라고 하면서 계약을 맺는다”며 “장기적으로는 모르겠지만, 단기적으로는 큰 타격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기업으로 계약 대상 바뀔 뿐vs.리튬 OPEC 꾸려 제재 나설 수도


장기적인 영향을 두고서는 의견이 갈린다.

칠레를 마지막으로 전 세계 리튬 매장량이 가장 많은 국가 1~3위가 나란히 리튬 채굴산업 국유화에 나선 상황이라서다. 볼리비아는 지난 2008년, 아르헨티나는 일부 주 정부에 한해 올해 2월, 칠레는 지난 20일 채굴 산업 국유화를 선언한 바 있다.

미국 지질조사국(USGS)에 따르면, 현재의 채굴 기술력 등을 고려하지 않고 단순히 매장량만 따졌을 때 전 세계에서 리튬이 가장 많이 묻힌 국가는 볼리비아(24%), 아르헨티나(22%), 칠레(11%) 순이다. 모두 합하면 전 세계 리튬 60% 가량이 3국에 묻혀있는 셈이다.

일각에서는 잇따른 국유화를 남미의 ‘리튬 전력화’ 초석으로 읽고 있다. 리튬이 매장된 남미국가들이 ‘협력 기구’ 등을 지속 언급하고 있어서다.

남미 리튬 3국과 인접한 멕시코는 지난해 4월 리튬 채굴산업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볼리비아, 아르헨티나, 칠레 등 리튬 생산 중남미 국가들의 ‘상호연대’를 제안했다. 3국의 채굴 및 정제기술 부족, 자본 부족 등 문제를 상호보완으로 해소하자는 취지다. 루이스 아르세 볼리비아 대통령은 이에 “정책 수립에 힘을 보탤 의지가 있다”고 화답하기도 했다.

일련의 국유화 조치가 ‘시장 영향력 강화’보다는 ‘수익성 강화’에 초점을 맞춘 조처라는 해석도 나온다. 아르헨티나, 칠레, 볼리비아 3국 모두 채굴과 탐사 사업을 해외 기업과 민관 협업 방식으로 진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볼리비아는 지난 1월 우유니 지역 리튬 개발 사업자로 중국 CATL 주도 CBC 컨소시엄을 선정하고 국영 리튬 기업 YLB를 통해 민관 협업 프로젝트를 진행한다고 밝혔다. CBC컨소시엄은 10억 달러를 투자, 해당 지역에 리튬 생산 시설을 건설한다.

아르헨티나 역시 일부 주 정부가 국유화를 선언하면서 기존 채굴 계약을 파기하는 등 이슈가 있었으나 기존 포스코홀딩스와의 계약 건 등은 계속 이어갈 전망이다. 포스코홀딩스는 아르헨티나 옴브레 무에르토 염호를 인수해 리튬 프로젝트를 수행하고 있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국유화는 이윤을 공유한다든지 컨트롤한다든지 하는 뜻이지, (기존 기업과)있던 약속을 없애고 새로 시작한다는 뜻은 아닐 것”이라며 “칠레 등 국가와는 수출·수입이 활발하고 정부끼리 끈끈한 관계도 있다. 이런 부분을 역행하면서까지 무리하게 (협업을 끊거나)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장기적으론 리튬 가격이 상승할 경우를 대비,공급망 다변화 등에 지속 나서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필수 교수는 “관계를 ‘멀티화’한다는 점만 미리 준비하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지훈 한국무역협회 국제무역통상연구원 글로벌 공급망 분석센터 수석연구원도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주장을 내놨다. 그는 “장기적으로 가면 연합을 이룰 가능성도 있겠지만, 지금 구체적으로 어떤 것을 통제하겠다는 방향이 없지 않나. 영향은 지켜봐야 할 것 같다”고 전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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