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오랜 시간 차근차근…당장 성과 기대는 무리” [현장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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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기술 개발, 오랜 시간 차근차근…당장 성과 기대는 무리” [현장에서]
  • 권현정 기자
  • 승인 2023.04.27 16: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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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고체 배터리, 높은 안전성으로 연구 활발
3세대 연구,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선두에
높은 가격, 낮은 수분 안전성 등 ‘과제’ 아직

[시사오늘·시사ON·시사온=권현정 기자]

ⓒ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지난 26일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열린 2023년 K-배터리 산업전망 컨퍼런스에서 김경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박사가 강연하고 있다 ⓒ 시사오늘 권현정 기자

전기차용 전고체 배터리 기술에 대한 시장 기대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아직 상용화까지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진단이 나왔다.

전고체 배터리는 고체 전해질이 탑재된 배터리다. 액체 전해질이 탑재된 배터리보다 이온 전도도가 낮아 충전 속도는 느리지만, 안전성 등의 강점을 바탕으로 최근 배터리 및 완성차 업계에서 연구가 활발히 이뤄지고 있다.

지난 26일 서울시 마포구 중소기업DMC타워에서 세미나허브 주최 2023년 K-배터리 산업전망 컨퍼런스 ‘차세대 배터리 기술 개발 이슈’가 진행됐다.

이날 연단에 오른 김경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KETI) 박사, 정훈기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박사 등은 고체 전해질 연구는 아직 진행 단계로, 전기차 전고체 전지로의 갈 길이 아직 멀다”고 입을 모았다.

 

밀도 낮고 물성 유연…도요타 뛰어든 ‘황화물계’ 전해질 연구 중심에


‘차세대 전기차 전고체 배터리 종류별 기술 개발 동향 및 이슈’를 주제로 강연한 김경수 박사는 “고체 전해질 연구는 오랜 시간 조금씩 발전이 이뤄졌다”며 고체 전해질 개발 역사와 현황을 전했다.

고체 전해질 연구는 1980년을 전후해 발견된 산화물계 전해질 리시콘(LISICON)이 시작이다. 이후 2세대 연구가 20여 년간 이어졌고, 현재 3세대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3세대에서 유의미하게 연구되고 있는 고체 전해질 종류는 크게 △산화물계 △고분자계 △산화물과 고분자계를 섞은 하이브리드계 △황화물계 등 네 갈래다.

특히, 최근에는 낮은 밀도 등을 이유로 LGPS 등 황화물계 연구가 활발하다. 하이투자증권 보고서에 따르면, 전고체 배터리 관련 특허 출원 수 중 황화물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53%에 달한다. 산화물계 14%, 고분자계 15% 등에 비해 압도적이다.

김경수 박사는 “전해질은 에너지를 저장하는 부분이 아니라 이온을 전달해 주는 부분이라 가벼울수록 셀의 에너지 밀도를 높인다. 황화물계는 밀도가 낮다”며 “산화물계는 이온 전도도는 높지만, 현재 개발 중인 것들은 (황화물계 보다)밀도가 높다. (황화물계와)같은 양을 사용한다면 에너지 효율 면에서 불리하다”고 부연했다.

또, 물성이 물렁해 입자들이 서로 더 바싹 붙는다는 것도 황화물계 전해질의 강점이다. 전해질 입자들이 서로 바싹 붙으면, 계면(닿는 면)이 넓어지면서 이온이 오가기 더 쉬운 환경이 조성된다.

김 박사는 “황화물계 같은 경우에는 시트가 잘 형성되고 잘 눌어붙어 있어서 이온이 원활하게 통과가 된다. 반면 산화물계는 물성이 단단해 점점이 떨어져 있다. 이온이 입자 안에서는 빠르게 이동할 수 있더라도, 입자 간 이동은 느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황화물과 산화물의 입자구조와 그에 따른 이온 이동 경로를 나타낸 그림. 왼쪽이 황화물, 오른쪽이 산화물이다 ⓒ 김경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박사 PPT 캡처
왼쪽부터 황화물과 산화물의 입자 간 계면(닿는 면)을 나타낸 표와 입자 구조 및 그에 따른 이온 이동 경로를 나타낸 그림. 그림은 왼쪽부터 황화물, 산화물 ⓒ 김경수 한국전자기술연구원 박사 PPT 캡처

정훈기 박사 역시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 연구가 활발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 박사는 이날 ‘전고체 배터리용 차세대 음극재 기술 개발 동향’을 주제로 연단에 올랐다.

정훈기 박사는 “완성차 도요타에서 수십 년 전부터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연구해 왔다. 실제로 주행도 했다”며 “삼성SDI에서도 2024년 전고체 전지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2027년부터는 실제로 프로토 타입 이상을 양산하겠다고 얘기했다. 이차전지 회사를 비롯해 자동차 회사도 전고체 전지에 관심이 많은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삼성SDI,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배터리사는 황화물계 전고체 배터리를 중심으로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나서고 있다.

 

높은 가격·수분 안전성 등 ‘과제’ 남아…내일 당장 상용화 기대는 ‘글쎄’


다만, 상용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아직 산적해 있다는 설명도 뒤따랐다. 우선 낮은 수분 안전성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은 수분에 반응하면 유해 가스인 황화수소가 발생한다. 반복되면 전지 수명을 줄일 수 있다.

높은 가격 역시 과제로 남는다. 김경수 박사는 한국전자기술연구원이 황화물계 고체 전해질에서 가스 발생량을 저감하는 소재 기술을 개발했지만, 아직 원재료 가격이 상용화하기에는 높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김경수 박사는 “(주원료인)Li2S가 그램당 1만 원으로 귀금속 수준이었다. 시약 역시 초기에 특정 회사 시약을 쓰다 보니 대량 주문 시 납기가 밀리는 등의 문제가 발생했다”고 당시 상황을 되짚었다. 이 같은 상황에서 고분자계나 산화물계 기술이 더 발전한다면, 주력 기술이 역전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전고체 배터리가 이점을 충분히 발휘할 수 있도록, 관련 연계 기술도 더 발전해야 한다고 짚어냈다. 정훈기 박사는 특히 음극재 분야 기술 발전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현재 주로 다뤄지는 액체 전해질은 음극과 양극을 분리하기 위한 별도 분리막을 필요로 하지만, 고체 전해질은 극단 분리를 위한 분리막이 따로 없어도 되는 강점을 지닌다. 즉, 전해액 정도의 이온 전도도를 가진 고체 전해질을 적용할 수만 있다면, 같은 부피에도 에너지 밀도가 더 높은 배터리를 만들 수 있다.

정훈기 박사는 “음극재에서 흑연이 아닌, 실리콘 등 부피가 얇고 용량이 높은 소재를 적용해야 전고체 전지의 장점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렇지 않으면 전고체 배터리의 메리트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결론적으로 전고체 배터리의 ‘갈 길’이 아직은 멀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최근 일부 스타트업 시장을 중심으로 형성되고 있는 과도한 기대는 위험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김경수 박사는 “전고체 배터리가 전 국민의 시사상식 같은 게 됐는데, 알려진 것에 비해 전고체 전지 분야 기술이 실제로는 빠르게 변화하지는 않는다. 점진적인 변화가 나타나는 중”이라며 “일부 스타트업이 자기 홍보를 위해 안 되는 것을 되는 것처럼 홍보하고 있다”고 짚었다.

담당업무 : 정유·화학·에너지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좌우명 : 해파리처럼 살아도 사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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